2023/11/6 MON.
금방이라도 재난이 닥쳐올 것 같은 날씨.
숨이 막힐 정도로 세차게 바람이 불고, 눈인지 우박인지 모를 작은 얼음 조각 수만 개가 우수수 낙하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지도 열리지도 않아서 갇히려나, 싶었는데 왜인지 갑자기 열려서 바로 뛰쳐나왔다. 놀랍게도 내린 건 나뿐이었다.
폐쇄된 기계 안에서도, 거의 초현실적인 하늘 아래서도,
한숨 한 번 쉬고 짜증 한 번 내고 이게 뭐야- 당황스러운 웃음 한 번 내지르면 그만인 사람들의 지독한 무심함에 소름이 끼친다.
불쑥 눈앞에 얼굴을 들이밀며 (그것이 아주 소박하고 소극적인 형태일지라도) 선의를 이용하는 젊은 사이비와의 조우에 유달리 환멸이 났던 건 그 때문인지도.
밤은 힘들다. 잠이 오지 않아도, 잠에 들어도. 안락하고 이완된 수면은 어떤 느낌일까.
인간은 불쾌하다.
아무튼 잠을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