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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포르투갈] 서로 다를 축구철학의 충돌

역습의 포르투갈, 패스의 스페인

# 스페인을 위협한 포르투갈의 역습

후스코어드
후스코어드

스페인전 포르투갈의 컨셉은 명확했다. 스페인의 강력한 미드진을 막아내기 위해 촘촘한 간격으로 수비 라인(존디펜스)을 형성했고 기회가 생기면 날카로운 역습으로 응수하는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90분내내 유지했다. 오늘 포르투갈이 보여준 날카로운 역습들은 무적함대 스페인의 수비 라인을 여러 차례 위협했다. 특히 전반 16분과 21분 나온 호날두, 게데스 투톱의 역습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간결하고 빨랐다. 호날두의 노련함과 간결함, 게데스의 스피드와 패기가 어우러지며 환상적인 시너지 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두 선수의 패스맵과 히트맵을 보라. 호날두는 주로 왼쪽 측면에 많은 분포도가 형성되어 있고 게데스는 다소 고른 분포도를 보이고 있다. 포르투갈의 역습 패턴을 이를 통해 분석할 수 있다. 포르투갈은 역습 또는 지공을 전개할 때 무조건적으로 호날두의 왼쪽 측면을 거쳐서 플레이했다. 이는 포르투갈의 왼쪽 공격 빈도가 52%나 된다는 기록을 통해 증명이 가능하다. 즉 포르투갈의 역습은 왼쪽의 호날두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게데스는 호날두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미끼 또는 역습의 마무리 역할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장면이 상술했던 전반 16분과 21분 포르투갈의 역습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산토스의 포르투갈이 스페인전에서 보여준 선수비 후역습 전술은 그들의 축구 철학이 무엇인지 정확히 보여주었다. 지공시에는 볼을 돌리며 탬포를 조절했고 역습시에는 엄청난 속도로 스페인의 골문을 위협했다. 이와 같은 포르투갈의 축구는 유로 2016, 컨페드레이션스컵 그리고 월드컵 예선을 거치며 더욱 완성도가 깊어졌다. 볼 점유율 33.5 대 66.5, 패스 횟수 372 대 757, 유효슈팅 3 대 6 등 거의 모든 공격 스텟에서 스페인에 밀렸지만 포르투갈은 무려 3골을 뽑아내며 무승부를 기록했다. 오늘 포르투갈은 현대 축구에서 점유율이 축구의 결과를 좌지우지 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해냈다.


# 스페인의 미드필더들이 보여준 중원 장악력은 포르투갈을 압도했다

포르투갈의 축구 철학이 선수비 후역습이었다면 스페인의 축구 철학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철저한 패스 플레이였다. 스페인은 패스를 중요시하는 팀이 구현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축구를 보여주었다. 비단 점유율이 높고 패스 횟수가 많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수비진의 수준 높은 빌드업 전개, 미드진의 좁은 간격을 바탕으로 한 스위칭 플레이, 각 선수들에게 부여된 세부 전술과 개인 전술... 왜 스페인이 우승 후보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게 해준 한 판 승부였다.
스페인의 패스 전개는 위 사진과 같았다. 부스케츠가 홀딩 역할을 맡았고 코케, 이니에스타는 그보다 조금 더 앞 진영에서 공격을 전개했다. 코케는 좀 더 수비적인 롤을, 이니에스타는 보다 공격적인 롤을 수행했다. 이스코와 D.실바는 사실상 위치에 구애 받지 않는 프리롤 역할을 부여받아 스페인의 공격을 이끌었다. 두 선수는 이니에스타, 코케와도 수시로 스위칭을 걸어가며 빌드업에도 가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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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코케의 주임무는 D.실바를 돕는 것과 더불어 호날두에게 주기적인 견재를 가하는 것이었다. 이에로가 알칸타라가 아닌 코케를 선발로 내세운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공격적 재능이 뛰어난 알칸타라보다 수비적 역할을 더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코케가 더 적합하다는 판단이었다. 결과적으로 호날두를 완벽히 봉쇄하는데는 실패했지만 오늘 코케는 팀 내 가장 많은 인터셉트(2)와 슛 블록(1)을 기록하며 이에로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코케의 수비적인 헌신 덕분에 이니에스타는 보다 수월하게 공격에 가담할 수 있었다. 코케보다 높은 위치에서 볼을 배급했고 수시로 이스코와 스위칭을 걸어가며 포르투갈을 압박했다. 이와 같은 이니에스타의 전진은 이스코의 프리롤 역할을 더욱 강화시킬 뿐만 아니라 포르투갈의 촘촘한 간격을 벌리는데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스코와 D.실바가 스페인의 축구에서 빛날 수 있는 이유는 코케와 이니에스타가 든든히 뒤를 받쳐주기 때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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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 이니에스타라는 월드클래스의 중앙 미드필더가 존재함에 따라 이스코, D.실바의 능력은 더욱 극대화됐다. 스페인의 패스 축구에 방점을 찍는 선수가 이스코와 D.실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르투갈전 두 선수의 히트맵을 보라. 두 선수는 자신의 위치를 가리지 않고 광범위한 움직임을 가져갔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인해 포르투갈 중원의 간격은 점점 벌어지는데 반해 코케, 이니에스타와의 간격은 더욱 좁아졌다. 더군다나 오늘 포르투갈은 스페인의 중원에 강력한 압박을 가하지 못했다. 자신들의 위치에서만 대인 수비를 전개했다는 말이다. 이러한 두 가진 요인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며 스페인이 자신들의 축구를 구사하기 위한 최적의 상황을 만들어졌다.
비록 오늘 스페인은 수비적인 실책으로 2골을 내주며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자신들이 얼마나 높은 수준의 축구를 구현하는지 전세계에 보여주었다.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우승국 징크스를 이겨내지 못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첫 경기부터 우승 후보 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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