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믹서] 작은 월드컵 무대...프리미어리그
by 한휘준의 축스데스크 Jul 18. 2019
과거 프리미어리그에 진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들은 잉글랜드 축구하면 떠오르는 롱볼, 즉 '뻥축구'를 지나치게 고집했다. 선 굵은 축구 이외에 전술을 사용하는데 인색했고 이는 프리미어리그의 정체로 이어졌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잉글랜드인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온 외국인에 의해 말이다. 프랑스인 에릭 칸토나, 네덜란드인 데니스 베르캄프, 이탈리아인 지안프랑코 졸라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프리미어리그에 딥라인 포워드(처진 공격수)라는 개인 전술을 이식했다는 점이다. 칸토나의 기술, 베르캄프의 우아함, 졸라의 스피드... 새 선수는 각각의 장점을 활용해 프리미어리그의 발전을 도모했다. 맨유, 아스널, 첼시가 세 선수를 영입한 이후부터 성공시대를 열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칸토나는 맨유에 카운터를, 베르캄프는 아스널에 창조성을, 졸라는 첼시에 공간 활용 능력을 극대화했다. 더 믹서의 저자 마이클 콕스는 ' 칸토나가 프리미어리그 외국인 선수들의 선구자였다면, 베르캄프와 졸라는 그 흐름을 잘 이어간 선수들이었다.'라고 서술했다. 만약 세 선수의 프리미어리그 입성이 없었다면 아직까지도 잉글랜드는 최전방에 힘 좋고 장신인 공격수를 배치하는데 우호적인 전술을 사용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칸토나, 베르캄프, 졸라라는 처진 공격수롤을 수행하는 선수들의 등장은 4-4-2에 집착하던 잉글랜드 축구에 4-4-1-1이라는 변화를 몰고 왔다. 하지만 그들의 힘만으론 부족했다. 타팀의 잉글랜드 선수들이 4-4-2 이외에 포메이션에 적응하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즉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개인 능력은 상승했지만 이를 받쳐줄 전술적 발전을 더뎠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2004년 프리미어리그에 전술적 시스템이라는 것을 도입하는 두 감독이 등장한다. 조제 무리뉴와 라파엘 베니테즈가 그 주인공이다.
무리뉴와 베니테즈는 팀을 감독의 통제 하에 관리했다. 1990년대 맨유와 아스널이 선수의 개성을 살려 성공을 거둔 것과 달리 2000년대 첼시와 리버풀은 감독의 철학이 팀을 움직였다. 상술했듯이 두 감독 모두 시스템을 최우선화했다. 상대에 따라 전술을 달리했고 좁은 간격과 빠른 공수전환을 강조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심지어 볼을 소유하지 않았을 때 선수의 움직임과 위치까지 주문했을 정도다. 차이가 있다면 무리뉴는 4-3-3 전술을 주로 리그를 제패했고 베니테즈는 4-2-3-1 전술을 주로 컵대회에서 강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물론 두 감독은 당시 혹자들에게 '선수의 개성을 지나치게 무시한다.' , '너무 수비적이다.' , '재미없다.' 등의 비판을 받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두 감독이 프리미어리그에 제시한 전술적 발전을 지나치게 폄하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무리뉴와 베니테즈는 프리미어리그의 전술적 발전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사실상 두 감독이 프리미어리그를 호령한 이후부터 선수의 개성보다 감독의 철학이 중요해지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 축구에서 감독들의 전성기를 연 선구자가 무리뉴와 베니테즈라는 말이다.
현재 프리미어리그는 전세계 그 어떤 리그보다도 이국적이고 국제적인 리그로 변모했다. 지난 2018-19 시즌 맨시티와 아스널의 25라운드 경기에 출전한 잉글랜드 선수가 단 2명에 불과하다는 것과 빅 6 팀 감독의 국적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는 잉글랜드 국적이 아닌 선수와 감독에 대한 불신이 만연하던 20세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프리미어리그는 앞으로도 발전하고 진화할 것이다. 다양한 재능을 가진 선수와 다른 철학을 가진 감독들의 놀이터... 필자는 프리미어리그를 '작은 월드컵'이라고 표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