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맨시티를 무너뜨린 토트넘의 컨셉
선수비 후역습이라는 컨셉은 명확했다. 중요한 건 토트넘이 어떠한 수비 방식으로 맨시티를 막아 세웠느냐다. 언뜻 보기에 토트넘은 공격하는 선수와 수비하는 선수가 철저히 구분되어 있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물론 필드 플레이어 전원이 수비에 가담했지만 말이다.
맨시티가 중앙 공격 섹터에서 빌드업을 전개할때는 1-4-4-2 대형으로 수비가 이뤄졌다. 하지만 좌우 플레이메이커라고 할 수 있는 데브라이너, B.실바가 전진하거나 볼이 박스 근처에 투입되면 1-6-2-2와 같은 대형이 만들어졌다. 오리에-시소코-토비-다이어-호이비에르-레길론이 같은 선상에서 촘촘한 간격을 유지한 형태였다. 사실상 시소코와 호이비에르가 맨시티가 펼치는 하프스페이스 움직임을 직접적으로 방어한 것이다.
맨시티는 5명의 선수로 공격을 전개했다. 이때 데브라이너가 좌우로 폭넓은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유연한 스위칭을 이끌어냈다. 허나 토트넘은 이에 동요하지 않았다. 철저한 지역방어로 사람이 아닌 공간을 막는데 주력했다. 특정한 전술적 마크맨을 정해놓지 않았고 자신의 위치에 볼이 투입되거나 상대가 볼을 받으려는 움직임을 보일 때 적절한 수비를 시행했다. 단순한 듯 하지만 유연한 지역방어였다.
손흥민과 베르바인은 다소 상이한 수비를 펼쳤다. 베르바인은 레길론과 함께 마레즈를 방어했다. 일대일에 능한 선수이기에 보다 강력한 압박을 가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에 베르바인과 레길론이 협력해 2vs1 수적 우위를 계속해서 만들어냈다. 이날 마레즈는 6번의 드리블 시도 중 1번 밖에 성공하지 못하며 두 선수의 협력 수비를 뚫어내지 못했다. 손흥민은 역습을 준비하기 위해서 였는지 적극적인 수비를 펼치진 않았다. 시소코, 오리에 앞에서 공간을 커버하는데 주력했다.
공격은 케인-손흥민-베르바인-은돔벨레(로셀소)가 책임졌다. 이마저도 지공보단 역습에 주안점을 둔 전략이었다. 다른 7명의 선수는 공격보단 수비에 힘을 쏟았다. 간헐적으로 레길론과 호이비에르가 전진하긴 했지만 횟수가 잦지 않았다. 공격에 주력하는 4명의 선수 외에 다른 선수가 공격에 가담할 때는 빠른 리커버리가 수반되어야 했다. 이 때문에 오리에보단 레길론이 비교적 많은 전진 기회를 부여받았다(패스맵 참고-레길론에게 표시된 전진 화살표).
위에 게시된 터치맵을 보라. 맨시티전 토트넘 좌우 풀백의 터치맵이다. 이번 시즌 토트넘의 모든 경기를 통틀어 좌우 풀백의 위치가 가장 후진됐던 매치업이다. 선수비 후역습이라는 명확한 컨셉 때문이긴 하지만 역습 상황에서도 두 선수의 전진이 제한됐던 건 조금 의외였다. 무리뉴가 얼마나 실리적인 운영 펼쳤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좌우 플백의 전진까지 제한하면서 수비에 힘을 쏟았다. 페란-마레즈로 구성된 측면에서 공간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무리뉴가 준비한 지역방어와 역습은 맨시티를 완벽히 침몰시켰다. 최대의 인원으로 상대가 잘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했고 최소의 인원으로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혔다. 무리뉴가 가장 잘하는 맞춤전술이 톡톡히 효과를 발휘한 경기다. 정말 무리뉴의 2년차는 과학인 걸까. 토트넘과 무리뉴의 상승곡선이 국한에 이를 것 같지 않다. 어쩌면 정말 토트넘의 숙원인 우승을 이뤄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팬들의 뇌리를 스쳐가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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