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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의 영향력이 강해져야 토트넘이 강해진다.

' 토트넘은 케인의 팀이다 '라는 말에 이견을 다는 이는 없을 것이다. 케인의 등장과 함께 토트넘은 우승 경쟁을 할 수 있을 팀으로 진화했다. 14-15 시즌부터 18-19 시즌까지 그가 리그에서 터뜨린 득점만 무려 122골에 달한다. 득점력 뿐만 아니라 피지컬, 제공권, 움직임 등 모든 면에서 최고 수준의 기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그에게 의문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실례이고 과오처럼 보일 정도다.


추가적으로 케인은 다른 톱 레벨의 스트라이커들과 차별화된 강점을 하나 더 보유하고 있다. 바로 중앙 공격 섹터까지 내려오는 그의 넓은 활동 범위다. 이를 바탕으로 미드필더들을 도와 빌드업에 가담하고 중원에서의 숫자 싸움에 힘을 보태기까지 한다. 이는 상대 수비수를 교란시킬 수 있는 것은 물론 2선 자원 공격수들에게 보다 많은 공간을 부여한다. 실제로 토트넘이 최고의 경기력을 뿜어내는 경기에선 케인의 폭넓은 움직임이 두드러졌고 2선에 위치한 손흥민, 알리, 에릭센에게 많은 공간이 주어졌다. 그러나 지난 시즌 후반부터 위와 같은 케인의 움직임이 나타나는 경기가 줄어들고 있다.

리버풀(18-19 시즌 챔스 결승), 브라이튼(19-20 시즌 리그) 케인 히트맵 (후스코어드)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케인은 부진했던 경기에서도 이전과 같은 움직임을 구사했다. 활동 범위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는 말이다. 위 사진은 지난 시즌 리버풀과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과 이번 시즌 브라이튼전 케인의 히트맵이다. 두 경기 모두에서 케인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다른 경기들과 마찬가지로 낮은 위치까지 내려와 플레이했다. 이는 결국 케인이 경기 내에서 행사하는 영향력 자체가 줄어들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케인의 영향력이 이토록 눈에 띄게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토트넘의 공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유기성이다. 특히 2선에서 말이다. 에릭센은 2선 더 나이가 3선까지 내려와 전방으로 볼을 투입한다. 알리는 프리롤을 맡아 2선 이상에 위치한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준다. 손흥민은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진 않으나 중거리, 돌파, 크로스 등 다양한 공격 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이 세 선수는 모두 케인과의 시너지가 좋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케인이 2선으로 내려오면 중원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상대의 압박이 비교적 약해진다. 이는 에릭센이 패스할 시간적 여유가 생기게 한다. 케인이 전방에서 볼을 소유하고 버텨주면 알리, 손흥민, 풀백들에겐 더 많은 공간이 주어진다. 이때 케인을 향한 크로스나 그와의 원투 혹은 직접 마무리가 가능해진다.


토트넘이 최고조에 있을 땐 이러한 공격 작업이 아주 매끄러웠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에릭센은 이적에 대한 의지로 인해 동기부여가 저하됐고 알리는 부상으로 인해 경기력이 떨어졌다. 손흥민이 있긴 하지만 그는 케인의 영향력을 끌어올린다기보단 이를 활용하여 자신의 영향력도 함께 증가시키는 쪽에 가깝다. 이 때문에 케인과 손흥민이 함께 출전할 때 토트넘의 경기력이 좋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반면 에릭센과 알리는 본인들의 영향력보다 케인의 영향력을 끌어내는 플레이에 능숙하다. 그런 두 선수의 퍼포먼스가 예전과 같지 않은데 케인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물론 그의 영향력이 줄어든 이유가 에릭센, 알리의 부진 단 한 가지뿐인 것은 아니다. 케인도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경기력이 예전만 못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케인의 폼을 다시 최고조로 끌어올린 기폭제가 필요하다. 필자는 그 기폭제가 에릭센과 알리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기록, 평가, 팀 공헌도 등 모든 지표가 케인이 최고의 선수임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축구는 11명이 함께하는 스포츠다. 케인 또한 다른 선수들의 지원이 있을 때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 이번 시즌 토트넘은 포체티노 부임 이후 가장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다. 과연 케인과 그를 지원하는 에릭센, 알리가 어느 시점에 최고조의 경기력을 보여 줄 수 있을까? 하루라도 빨리 그 시점에 도달해야 한다. 시즌은 길지만 중요하지 않은 경기는 없기 때문이다. 오늘 있을 왓포드전에서 마저 승점을 잃는다면 토트넘은 더 깊은 나락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해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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