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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매거진 제 1호] 축구의 기적을 말하다


# 서문


기적을 믿는가? 기적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대다수가 기적을 쉽게 접할 수 없는 특별한 현상 정도로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이해하고 있는 기적의 방향성은 조금 다르다. 기적이란 누구나 경험할 수 있고 어디서든 만날 수 있고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현상이라고 확신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축구라는 스포츠에도 수많은 기적이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풋볼매거진은 제 1호를 통해 축구의 기적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려고한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발생하는 기적에 대한 이야기를 상세하고 재밌고 유익하게 기록해 두었다.


단언컨대, 그대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기적을 보여주겠다. 페이지를 넘겨라. 축구의 기적이 무엇인지 알려줄테니.


PART 1 - Team

# 조재희 Editer 'Road to Istanbul'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6차전, 리버풀은 올림피아코스와의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은 끊이지 않았고, 꿈을 위해 팀을 떠난 마이클 오언의 빈자리는 너무나도 컸기에 라커룸은 시즌 시작과 동시에 밝을 일이 없었다. 유일한 희망인 챔피언스리그에서 조차 순위표에서 2위 올림피아코스에 3점차 뒤진 리버풀은 그들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반드시 2골차 이상으로 승리해야만 다음 라운드 진출이 가능했다.


그렇게 안필드에서 열린 올림피아코스와의 마지막 경기, 히바우두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리버풀은 남은 후반 45분 동안 3골을 넣어야만 하는 궁지에 몰렸다. 그러나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투입된 시나마 퐁골의 동점골을 시작으로 경기 종료 10분을 남기고 백업 공격수 닐 멜러의 골이 터지며 희망을 이어갔다.


하지만 리버풀에게 남은 시간은 추가시간 뿐이었고, 시즌 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던리버풀에게 기대를 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고개를 떨구던 후반 90분, 해설자가 소리치고 카메라가 흔들린다. 팬들을 향해 뛰어가는 제라드와 수많은 관중들이 코너 플래그로 쏟아져 내려온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은, 모두가 포기한 순간 그렇게 기적이 시작되었다.


16강에서 독일의 레버쿠젠을 손쉽게 잡아낸 리버풀은 연이어 8강에서 이탈리아의 강호 유벤투스를 만났으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8강 진출을 이뤄냈다. 그렇게 순탄한 스테이지를 이어가는 듯 했으나, 4강에서 만난 상대는 바로 당대 초호화 군단이었던 무리뉴 감독의 첼시였다. 리버풀의 패배가 예상되었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의 1차전은 0:0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그 이후 안필드에서 펼쳐진 2차전, 리그에서 최소 실점을 이어가던 첼시의 수비진을 상대로 논란이 된 루이스 가르시아의 유령골이 터지며 기적처럼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 만난 상대는 ac밀란이었다. 그들은 당대 최고의 골잡이 셰브첸코와, 말디니를 포함한 철의 포백을 앞세운 최강의 스쿼드를 자랑했던 반면 리버풀은 결승에 올라온 것 자체가 기적일 정도로 초라한 선수진을 가지고 있었다. 리버풀 팬들조차 감히 승리를 예상하지 못했고, 이는 전반전 0 대 3이라는 스코어로 현실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하프타임때 어떤 대화가 오고 간 것일까, 후반 시작과 동시에 디다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제라드의 헤더 추격골을 시작으로, 스미체르의 중거리슛, 그리고 제라드가 얻어낸 pk를 알론소가 마무리함으로써 15분만에 동점을 만들어냈다. 끝내 승부차기로 이어진 우승컵의 향방은 리버풀의 품에 안겼고, 축구 역사상 길이남을 대역전극으로 기록됐다. 리버풀이 만들어낸 최고의 드라마, 이스탄불의 기적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 류정제 Editer '레스터시티의 우승 동화'


14/15시즌 14위로 강등을 면한 레스터 시티의 15-16시즌 전망은 밝지 못했다. BBC에서는 19위, SKY SPORTS에서는 14위로 다음 시즌 순위를 예측을 했고 배팅 업체에서는 레스터의 우승 배당률을 5000 대 1로 배정했을 정도였다. 5000 대 1이란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가 살아있을 확률과 동일한 수치이다. 쉽게 말해 발생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확률이다.


이와 같은 예측은 시즌 시작 전부터 맞아떨어지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나이젤 피어슨 감독이 자신의 아들이자 팀 유스 선수 제임스 피어슨의 태국 섹스 비디오 스캔들로 인해 경질되었다. 그 결과 그리스 대표팀에서 경질을 당한 라니에리를 갑작스럽게 감독으로 선임했다. 그렇게 승점 40점 즉 1부 잔류를 목표로 레스터의 시즌이 시작됐다.


모두가 레스터의 암울한 미래를 예상했다. 그러나 막상 판을 열어보니 다수가 예상했던 그림과는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레스터는 6라운드까지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7라운드에서 아스날에게 5 대 2로 대패를 당하긴 했지만 17라운드까지 무패 행진을 달렸다. 그리고 18라운드에서 리버풀에게 패배, 19라운드에서 맨시티에게 무승부를 기록하며 전반기를 마쳤다. 19경기 11승 6무 2패 승점 39점을 기록하며 골득실에서 밀린 2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잔류가 목표인 팀이 있기엔 너무나 어색한 위치였다. 후반기에도 여우 군단의 질주는 멈출 틈이 없어 보였다. 결국 23라운드에서 경쟁자 아스날을 제치고 리그 1위 탈환에 성공했다. 이후 26라운드에서 아스날에게 다시 발목을 잡혔으나 이들의 질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대망의 36라운드 당시 2위 토트넘이 패배하면서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레스터의 리그 우승이 확정이 되었다.


개막 직전 승점 40점이 목표였던 팀이 리그 챔피언에 등극한 것이었다. 선수단 총 몸값이 19위였을 정도로 특출난 선수도 없었고 패스 성공률 19위/볼 점유율 17위로 경기력에서 크게 우위를 점하는 팀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은 완벽에 가까운 팀플레이, 적은 기회 속에서도 득점을 만들어내는 날카로운 역습을 바탕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본이 모이는 PL에서 내로라하는 빅클럽들을 제치고 언더독이었던레스터가 우승한 것이야 말로 진정한 기적이 아닐까. 레스터의 우승은 먼 미래에도 꾸준히 회자될 기적 같은 순간이었다.


# 석지훈 Editer 'Miracle of Iceland'


1. THE BEGINNING OF MIRACLE


아이슬란드축구협회는 월드컵과 유로 대회에 진출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단행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어떤 환경에서도 축구를 할 수 있는 실내 축구장(INDOOR SYSTEM)을 전국에 짓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지도자 양성에 나섰다. 축구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이 실내 축구장에서 높은 수준의 지도를 받을 수 있도록 힘썼다. 이들의 노력은 10년 후에 결실을 맺었다.


아이슬란드는 ‘유로 2016’ 예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첫 경기에서 터키를 3:0으로 꺾으면서 기세를 올렸고, 3차전에서는 네덜란드를 홈으로 불러 들여 1:0으로 눌렀다. 이처럼 아이슬란드가 계속해서 승리를 챙기자 세간의 시선은 의심에서 믿음으로 바뀌어갔다. 6차전에서 체코마저 꺾은 아이슬란드는 7차전을 치르기 위해 네덜란드로 원정을 떠났다.


원정에서 승리하면 사실상 본선에 가까워지는 상황이었다. 아이슬란드는 암스테르담 아레나에서 주눅들지 않았고 결국 후반전에 길피 시구르드손이 페널티킥으로 결승골을 넣으며 승리를 가져갔다. 이렇게 아이슬란드는 기적의 첫 걸음을 내딛었다.


이 기세를 몰아 유로 2016 본선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길피 시구르드손,군나르손,아르나르손,등등 ‘인도어 키즈’(INDOOR KIDS)라고 불리는 신세대 선수들 은 말 그대로 기적을 만들어냈다.


2. 아이슬란드는 어떻게 기적을 일구어 냈는가


그들은 여느 국가대표팀들과는 다르게 라거백과 할그림손이 2인 감독체제를 유지했는데, 그 둘은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팀을 강팀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젊은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아이슬란드를 짜임새 있는 팀으로 만들어냈다.


아이슬란드는 1-4-4-2를 주 포메이션을 사용하였는데, 2선과 3선이 서로 촘촘히간격을 유지하고 있어 공간패스가 아니면 풀어내기기가 힘든 축구를 구사했다.조직적이고 두텁고 타이트한 아이슬란드만의 축구를 한 것이다. 또한수비 시에우측 윙어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도 중앙에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공격기회가 많지는 않았지만 한쪽 측면에 선수를 몰아넣은 뒤 상대적으로 넓어진 반대쪽 공간을 활용하고 또 다시 반대로 수비가 끌려가는 과정에서 대인마크를 잃어버리게 하는 것에 능숙했다


이와 더불어, 북유럽 특유의 강인한 체격과 90분 내내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상대를 압도한 아이슬란드 선수들의 엄청난 활동량도 주목해야 한다. 조별 예선과 16강전, 총 4경기에서 아이슬란드 선수들은 441㎞를 뛰었다. 1경기당 110.25㎞를 뛴 것이다. 1인당 평균 10㎞ 이상 뛴 것이고, 골키퍼를 빼면 1인당 무려 평균 11㎞를 뛴 셈이다. 주로 1경기에서 한 선수가 10㎞를 뛰면 활동량이우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이슬란드 선수들은 대다수가 이를 넘어서는 활동량을 4경기 연속으로 보여준 것이다.


3. 바이킹의 새로운 항해


바이킹의 후예들은 그렇게 첫 기적을 만들어냈다. 그 후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고, 메시의 아르헨티나와 비기는 기적을 연출하기도 했다.현재는 유로 2016 세대들이 대부분 은퇴했고 두 감독들 또한 사임했지만 노련한 주장 시구르드손이 새로운 세대들과 함께 새로운 항해를 준비하고있다. 비록 유로 2020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아이슬란드가 써내려간 기적은 전세계에 감동을 선사했다.


※ 아이슬란드의 기적 속 진정한 꽃은 롱 스로인 전략이다


아이슬란드는 자신들의 장점인 신장과 피지컬을 극대화 시키는 롱스로인 전략을 펼쳤다. 지공 상황에 강점을 가진 팀이 아니기 때문에, 롱스로인을 바탕으로 경쟁을 벌이는 것이 보다효율적인 방책이었다.


이 롱스로인 전략은 단순한 듯 보이지만 대부분의 경기에서 효과를 발휘했다. 그 이유는 롱스로인을 통해 볼을 박스 안으로 투입할 때, 피지컬에서 우위를 점하다 보니 수없이 의외의 순간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기 떄문이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박스 안이 어지럽혀졌고상대가 쉽게 대응하지 못하게 됐다.

# 천의강 Editer '하늘색 동화의 시작'


축구 팬들은 레스터시티의 우승 시즌을 동화라고 부른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기적적인 우승이기 때문이다. K리그에도 한국의 레스터시티 라고 불릴 만한 기적적인 시즌을 보낸 팀이 있다. 최근 K리그의 다크호스로 변모한 대구FC가 그 주인공이다.


2018시즌 전반기에 대구FC는 부진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처참한 전반기를 보냈다. 대다수의 대구 팬들이 강등을 걱정할 정도였다. 이에 월드컵 휴식기를 맞이하기 직전, 전남과의 경기에서 간신히 무승부를 기록한 뒤 주장인 한희훈은 메가폰을 잡고 원정 경기에 따라온 팬들에게 사과를 전했고 반등을 약속했다.


이것을 계기로 대구FC는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강등권을 탈출했고 7위를 기록하게 된다. 그리고 리그에서의 호성적이 FA컵으로 이어져 울산 현대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다. 이들의 기적 같은 반등의 이유는 무엇일까?


1. 새로 영입된 두 용병


월드컵 휴식기를 맞이하면서 용병 스트라이커 두명을 영입했다. 한 명은 FC 포르투 출신 에드가였다. 부리람 유나이티드 시절 ACL에서 전북을 상대로 멀티골을 기록하며 국내 팬들에게 이름을 날린 적이 있다. 또한 데뷔전인 영남 일보배 친선 축구 대회 히로시마 전에서 결승골을 기록하여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와더불어 월드컵 휴식기 이후 재개된 K리그 첫 경기에서 귀중한 만회골로 팀의 무승부를 이끌었다. 한편, 에드가와 함께 영입된 조세 또한 히로시마 전에서 선제골을 기록을 터뜨리며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다. 2018시즌 동안 두 선수는 무려 15골을 기록했다. 에드가는 후반기에 합류했음에도 세징야와 함께 팀 최다 득점자로 기록됐다. 이 두 선수 영입으로 부족한 공격력을 보완했고 세징야 또한 살아나는 계기가 되었다.


2. 젊은 피 기용


조광래 단장을 포함한 프런트진은 유망주를 모으기 시작했다. 2016 시즌부터 정우재, 홍정운, 김우석, 김대원, 정승원 등 젊은 선수를 적극 기용했고, 이 선수들이 2018 시즌 후반기부터 포텐을 터트렸다. 홍정운은 좋은 수비력과 함께 간헐적인 득점력을 보여주면서 커리어 하이 시즌을 기록했고, 강윤구는 좌측 윙백으로 변신해 팀에 큰 도움을 주었다. 김대원은 FA컵 결승전 득점을 포함해서 중요한 경기마다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다. 정승원 또한 리그 마지막 두 경기 연속 골로 기대감을 피력했다.


이렇듯 2018시즌 대구FC가 만들어낸 반등은 팬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차근차근 때를 기다렸고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2018년의 기적이 없었다면 2021년의 대구FC가 있을 수 있었을까? 단언컨대, 지금의 대구FC는 2018년에 뿌리를 두고 있다.

# 서보원 Editer 'Again 2012, 또 한 번의 기적을 꿈꾸는 첼시'


토마스 투헬 감독 부임 이후로 놀라운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첼시가 2012년의 기적을 꿈꾸고 있다. 11-12 시즌 당시 안드레 빌라스 보아스 감독이 리그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들고 오면서 경질되었고, 수석코치였던 로베르토 디마테오가 감독 대행으로 나서며 소방수 역할을 자처했다. 여기까지는 현실적인 대처였고 놀라운 일은 그 이후 일어났다.


축 처졌던 팀 분위기는 FA컵 우승과 함께 다시금 불타올랐고 비록 리그를 6위로 시즌을 마쳤지만 오히려 UCL 우승을 차지하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런던 클럽 최초의 빅 이어였고 이는 구단 최초이기도 했다. 역사 속의 한 장면을 초짜 감독이 완성하면서 디마테오 감독은 첼시의 레전드 선수이자 '기적의 사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2021년, 팀의 레전드 감독인 프랭크 램파드는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었다.새로 부임한 투헬 감독은 전술가로서의 역량을 뽐내며 데뷔하자마자 14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일궈냈다.


9위까지 떨어졌던 리그 순위는 3위까지 치고 올라왔으며 컵대회에서도 탈락하지 않으면서승승장구하고 있다. 심지어 UCL 8강에서 상대적으로 약체인 포르투를 만나면서 벌써부터팀의 두 번째 챔스 우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마치 Again 2012. 현 상황과 끼어 맞춰지고 있는 평행이론 '썰'까지 등장했다.


11-12시즌 당시, 16강에서 우루과이 공격수가 주포인 팀을 상대로 승리했고 8강에서는 포르투갈 클럽을 만났다. 4강에선 라리가 팀과 경기를 치르는데 결국 결승전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만나 기적을 맛본다는 시나리오다. 덤으로 시즌 중간에 감독이 교체되었다. 성립된조건이라곤 16강과 8강 매치업뿐이지만 FA컵에서 탈락하지 않았다는 상황까지 고려해보면 첼시 팬들의 심장을 뛰게 할 만하다.


소방수 투헬 감독은 우승 가능성을 두고 "끝까지 가봐야 안다. 쉬울 리가 없지만 가능성은 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여전히 어려운 일정을 앞둔 가운데 과연 투헬은 또 다른 기적의 사나이가 될 수 있을까?


Part 2 - Player

# 임동근 Editer '기적형 공격수, 디보크 오리기'


‘기적’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선수가 한 명 있다. 바로 ‘기적형 공격수’라고 불리는 디보크 오리기다.


오리기는 1995년 4월 18일 벨기에에서 태어난 오른발을 주발로 쓰는 공격수다. 오리기는 2012년 LOSC 릴 B팀으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하였고 2014년 6월 29일에 리버풀로 이적하여 현재까지 리버풀 소속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2014년에 리버풀과 계약했지만 14-15 시즌은 LOSC 릴에서 임대 생활을 했다. 44경기 9골을 기록했지만 5개월 동안 무득점을 기록하면서 리그 워스트팀에 뽑히고 다시리버풀로 돌아오게 된다.


리버풀로 돌아온 오리기는 그렇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리그 26라운드 아스톤 빌라전과 도르트문트와의 유로파 8강 1차전에서 연달아 득점을 기록하면서 흐름을 바꾸는데 성공한다. 그 이후 8강 2차전에서 리버풀은 전반 4분과 8분 미키타리안과 오바메양에게 골을 허용하며 끌려가게 된다. 홈에서 2골을 내준 것은 리버풀에게 좋지 않은 흐름이었다. 그러나 후반 2분 오리기가 비교적 빠른 시간 만회골을 터트리며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결국 후반 추가시간 로브렌의 극적인 역전골로 리버풀은 4강에 진출하게 된다.


아마도 이때부터 오리기에서 ‘기적’의 향기가 조금씩 나고 있던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18-19시즌 에버튼과의 머지사이드더비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반 다이크의 빗맞은 슈팅을 헤딩으로 처리하면서 또다시 극장골을 넣었고 이때부터 ‘기적형 공격수’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오리기가 확정적으로 ‘기적형 공격수’의 타이틀을 얻게 된 경기는 바로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이다. 리버풀이 합산 스코어 0:3 상태로 2차전을 시작했지만 오리기의 선제골과 결승골 덕분에 합산 스코어 4:3으로 결승 진출에성공하게 된다. 이때부터 오리기는 ‘기적형 공격수’ 이미지를 굳히게 되고 후반전에 교체로 들어올 때마다 리버풀 팬들에게 기대감을 안겨주는 선수가 됐다.


하지만 지금의 오리기는 선발로 나올 때나 교체로 들어올 때나 크게 차이 없는 경기력을 뿜어내고 있다. 과거에 보여주었던 기적의 향기도 꽤 얕아진 모양새다.이러한 흐름을 타개하기 위해선 오리기 개인적으로도 ‘기적형 공격수’라는 타이틀에 만족해선 안된다. 리버풀과 오리기의 동행이 언제까지일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선발로도 확실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날이 오길 간절히 소망한다.

# 김호성 Editer '636일의 기다림, 그리고 부활'


세상의 모든 일은 꾸준히 하지 않으면 감을 잃거나 이전 같은 실력을 되찾기 힘들기 마련이다. 특히 스포츠 선수들은 몸으로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하는 만큼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실력을 잃고 은퇴를 한 선수들이 여럿 있었다. 지금 소개할 선수는 무려 2년에 가까운 시간을 부상과 싸우고 돌아와 화려한 부활을 알린 선수이다. 바로 산티 카솔라이다.


카솔라는 세밀한 발감각과 좋은 킥을 바탕으로 경기장 곳곳에 창조적인 패스를 뿌려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미드필더이다. 뿐만 아니라 특유의 낮은 밸런스와 건장한 체형으로 여러 선수들을 재치는 전진 능력도 갖춘 전천후 미드필더이다. 이러한 능력을 스페인에서 백분 발휘하던 중, 프리미어리그의 레전드 감독 아르센 벵거의 러브콜을 받고 2014년 아스날로 이적하게 된다.


파브레가스의 이적 후 공백이던 아스날의 중원 사령관으로 올라선 카솔라는 당시 아쉬웠던 선수진을 이끌고 fa컵과 커뮤니티 실드를 2회씩 우승하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승승장구할 것만 같던 카솔라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바로 아킬레스건이 썩어 들어가는 것이었다. 이전에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인해 수술을 8번이나 했는데, 상처 부위가 세균에 감염되는 악재가 찾아온 것이다. 게다가 감염이 주변 주변으로 전이되어 수술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도 걷는 것조차 힘들 수있다는 주치의의 얘기가 들려왔다.


카솔라는 간절히 복귀를 희망했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재활에 전념했다. 그리고 마침내,기적이 일어났다. 2018년, 비야레알의 홈 경기장에서 펼쳐진 누군가의 입단식은 마술과 함께 시작되었다. 마술사가 거대한 통을 연기로 채우고, 이어 누군가 모습을 드러내었다.작은 키지만 다부진 체구. 그리고 환한 미소를 띈 그 선수. 카솔라였다.


앞으로 선수로 뛸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좋은 활약을 할지도 미지수였지만 카솔라의 친정팀 비야레알은 기적처럼 그를 그라운드로 초대했다. 솔라는 기적에 힘을 입은 듯 (이후) 두 시즌을 팀의 에이스로서 소화했고, 마지막 시즌에는 11골과 9도움의 대활약을 팀에게 선사한 후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었다.


우리는 바쁘고 어지러운 현실에 하루하루 지쳐간다. 이러한 현실 속에도 우리는 기적을 꿈꾸며 버티고 있다. 수많은 축구팬들에게 기적 같은 이야기를 선물하며 다시금 희망을 심어준 선수. 그의 이름은 “산티 카솔라”이다.


Part 3 - Culture

# 김건호 Editer '이뤄지지 않은 기적'


우리는 모두 기적을 바란다. 그것은 한반도의 통일과 같이 대의적인 것일 수도, 혹은 내가 응원하는 팀의 승리같이 개인적인 욕심일 수도 있다. 팀의 패배를 희망하는 팬은 없다. 우린 매 경기 승리를 희망한다. 우리는 매년 각자 응원하는 팀의 우승을 바란다.


하지만 매 경기 승리하고, 매년 우승하는 것은 참으로 욕심이고, 기이한 일이고, 상식을 벗어난 일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우리는 늘 기적을 바란다. 우리에게 기적이란, 거창하고 대단한 일이 아닌. 그저 하나의 소박한 문화이다.


1990년생 아르헨티나 출신 공격수. 프랑스 리그에서의 활약을 인정받아 잉글랜드의 카디프시티로 이적이 성사된 그는, 정작 잉글랜드 리그에서는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한 채 선수로서의 삶을 마감한다. 비행기 추락으로 너무나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에밀리아노 살라의 이야기이다.


2019년 1월 21일. 각종 언론매체와 SNS에서는 리그앙에서 뛰는 한 선수의 소식이들려왔다. 에밀리아노 살라가 프랑스에서 잉글랜드로 이동하는 도중 돌연 실종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이 소식을 접한 전 세계의 축구 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그리고 그저 선수의 무사 귀환을 간절히 희망할 뿐이었다. 실종 소식이 들려온 지 머지않아, 다른 하나의 비보가 보도되었다. 선수의 생존확률이 지극히 낮다는 것. 팬들은 이적시장 소식이나 응원하는 팀의 다음 경기 승리는 잠시 잊고, 하나의 기적을 희망하기 시작하였다. 실종된 선수, 에밀리아노 살라의 생환이라는 기적을 말이다.


팬들에게 기적은 그리 생소한 단어는 아니다. 한국 팬들에게 익숙한 1994년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이뤄낸 극적인 월드컵 본선 진출(도하의 기적). 04/05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 리버풀이 3점 차의 열세를 뒤집고 후반전 동점을 만든 후의 승부차기 승리(이스탄불의 기적). 근래인 16/17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바르셀로나는 1차전 PSG에 원정 4대0 대패. 하지만 2차전, 자신들의 홈인 캄프 누에서 영화 같은 6대1 승리로 8강 진출(이는 역사상 처음 있는 4점 차 역전이었다).


에밀리아노 살라의 생환 또한 이러한 일들 중의 하나가 되길 팬들은 바랐다. 불행히도 몇 주 뒤인 2월 8일, 비행기 추락 예상 지역이었던 도버 해협에서 발견된 한 구의 시신이 에밀리아노 살라의 신원으로 최종 확인이 되었다. 이후 전 세계의축구 팬들은 애도의 물결을 가득 채웠다. 관련 소식을 들은 FC 낭트는 그의 등 번호인 9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하였다. 앞으로는 이러한 죽음이 비단 축구계에서만이 아닌, 그 어떤 상황에서도 없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다시 한번, 에밀리아노 살라의 명복을 빕니다.


Part 4 - Fashion


# 정채건 Editer '전국을 수놓은 붉은 물결, 기적의 Be The Reds'


축구와 패션, 그리고 ‘기적’이라는 주제라니. 편집장을 원망망하며 어떤 이야기를 써야할지, 어떻게 쓰면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오랜시간 고민했다. 하지만 진부한 이야기가 진부하다 느껴지는 건 그만큼 좋은 주제라는 법. 조금 지루한 이야기라도 참아 주시라. 2002년의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사골’이라는 표현은 대체로 부정적인 늬앙스로 해석된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 이야기를 우려먹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개인적으로도 처음 축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기도 했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때이기도 하다. 월드컵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나라가 4강을 일궈내는 과정까지. 떠오르는 생각들과 개인적인 기억들을 읊어도 한나절이 넘을 것 같다. 한국 축구사에서 2002 월드컵만큼 온 국민적 관심을 받은 이벤트가 쉽게 떠오르지는 않는다.


2002년을 돌아보면 광장에서, 각자의 집에서 그리고 경기장에서도 우리는 한국 대표팀을 상징하는 붉은 티셔츠를 입고 경기를 관람했다. 사실 모든 종목에서 한국 대표팀의 유니폼이 붉은 색인 건 아니다. 실제로 축구 대표팀 또한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흰 색을 메인 컬러로 차용한 적이 있을 뿐민 아니라 축구 외 다른 종목들에서는 생각보다 흰 색의 유니폼이 많다. 야구도 그렇고 여타 다른 종목들을 봐도 그렇다. 하지만 우리가 스포츠와 한국을 생각할 때에는 레드 컬러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모르긴 몰라도 2002년 한일 월드컵의 향수 또한 크게 한 몫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시에는 레플리카를 사 입고 팀을 응원하는 문화가 정착 돼 있지 않았다. 때문에 응원을 위한 다양한 부틀렉(비공식적으로 발매된 상품) 티셔츠들이 생겨났는데, 오늘 이야기해볼 것은 한국 팀 공식 서포터즈인 ‘붉은 악마’의 기획상품인 ‘Be The Reds’가 박힌 티셔츠다. 문구만 보면 의아할 수 있지만 사진과 함께 한다면 ‘아, 이거구나!’가 바로 나올 것이다. 당시 이 티셔츠는 어림잡아 500만장 가까이 소비 됐을 것으로 예상되며, 국민이라면 온당 가지고 있어야 하는 티셔츠에 가깝게 느껴질 정도로 메가 히트를 쳤다.


본디 유니폼은 팀과 팀을 구분하는 용도와 같은 팀끼리의 결속력을 다지는 용도를 내포하고 있는데, 사실 같은 옷을 입는 다는 행위는 일종의 취향에 대한 거세를 의미한다 볼 수도 있다. 때문에 어떤 종류의 유니폼이든일상생활에는 즐겨 입혀지 않는다. 하지만 2002년이라는 특수한 시절 우리는 한 달 간 전국민이 일종의 최면에 빠져 있다 느껴질만큼 상기된 축제 기간을 보냈고, 경기가 없는 날 거리에서도 심심치 않게 이 티셔츠를 볼 수 있었다. 아마도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한국팀이 승승장구를 거듭했기 때문도 있겠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매우 진귀한 광경이었던 것 같다. 이 티셔츠는 단지 응원을 위한 유니폼을 너머 한 시절의 향수를 느끼는 추억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축구를 통해 대다수의 국민들이 옷장에 하나씩 보유하게 된 티셔츠가 생기고 그것이 한시절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매개가 된다는 일이 두 번 나오기는 쉬워 보이지 않는다. 2002년의 사례를 재연하기 위해 많은 의류 브랜드에서는 비슷한 문구의 붉은 티셔츠를 매 월드컵마다 내 놓는다. ‘REDSGOTOGETHER’, ‘다시 한 번 대한민국’, ‘The Shouts ofReds United Korea’등 열거하면 수없을 정도지만 기억에 남는 건 없다.


월드컵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변방의 팀이 4강이라는 성적을 일궈내는 기적과 응원하는마음으로 모두가 함께 입었던 티셔츠까지. 우리는 다음세대에게 두고두고 자랑할 거리를 함께 공유한 사람들이지는 않을까. 주야장천으로 입어 닳은 내 Be The Reds 티셔츠가 그리운 날이다.


Part 5 - History

# 박수용 Editer '오토 레하겔의 그리스'


독일 무대에서 감독 인생을 시작했다. 도르트문트 시절에는 12-0으로 패해보기도 하고 브레멘에서는 14년간 장기 집권하며 분데스리가 우승도 경험한 바있다. 바이에른 시절에는 수뇌부와의 갈등으로 물러나기도 했고 카이저슬라우테른으로는 승격팀으로서 분데스리가 우승을 기록하는 기적을 쓰기도 했다. 그리고 분데스리가를 떠나 2001년 그리스 대표팀의 지휘봉을잡은 한 사나이가 있다. 그의 이름은 오토 레하겔이다.


레하겔은 조직력이 좋지 않았던 그리스의 선수단을 재정비하며 유로예선을 통과하는 기염을 토한다. 하지만 본선이 열리는 포르투갈에는 강팀들이즐비했다. 대회 시작 전에 그리스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라트비아와 함께 대회 최약체로 분류했다.


그리스는 개최국 포르투갈을 포함한 스페인, 러시아와 같은 B조에 속했다. 개막전에서 개최국이자 우승후보 중 한 팀인 포르투갈을 2-1로 누르는이변을 연출했다. 그 이후 스페인과 무승부를 거두고 러시아에게 패해 1승1무 1패로 8강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한다.


8강에서는 지단의 프랑스를 상대로 자고라키스의 크로스와 하리스테아스의 헤딩으로 승리했으며 4강에서는 네드베드가 이끌던 체코를 연장전 코너킥 상황에서 수비수 델라스의 헤딩으로 물리치며 결승에 진출했다.


대망의 결승전에서는 개최국이자 조별예선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는 포르투갈과 격돌한다. 좋은 기억이 있는 상대이지만 당시 포르투갈은 황금 세대라 불렸던 피구와 같은 선수들이 베테랑으로서 팀을 이끌었고 무리뉴와함께 포르투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중견 세대들이 핵심 멤버로 자리잡았으며 호날두라는 초신성까지 존재하는 신구조화가 잘 어우러진 우승후보였다. 대다수가 포르투갈의 우승을 예견했다.


훌륭한 찬스 메이커인 데쿠와 루이스 피구를 보유한 포르투갈은 경기를 주도하며 그리스의 골문에 슈팅을 날렸지만 중앙 공격수 파울레타의 최악의 부진과 그리스 수비진의 분전으로 포르투갈은 득점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전반전이 종료되고 후반 12분경에 그리스는 코너킥 찬스를 얻었다. 바시나스의 코너킥이 하리스테아스의 머리로 향했으며 하리스테아스의 헤딩은 포르투갈의 골망을 갈랐다. 이후 포르투갈은 공격적인 교체를 단행했으나 그리스도이에 맞대응해 수비적인 교체로 대응했다. 결국 종료 휘슬이 울리고 개최국이자 우승후보 포르투갈을 이기고 그리스가 우승을 거둔다.


레하겔이 기적을 이뤄낼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풍부한 경험과 발상의 전환이 있다. 사키가 밀란을 이끌고 지역 방어 중심의 수비 전술을 확립한 뒤에 데뷔한 선수들은 지역 방어를 기본으로 훈련했기 때문에 말로만 들었던 대인 방어중심의 수비 전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레하겔은 이 점을 노려 과거 분데스리가에서 사용하던 대인 방어와 선 수비 후 역습, 그리고 롱볼 축구를 집대성한 카테나치오를 팀의 컬러로 삼아 오랜 기간 준비했다.


네 명의 수비수들은 각자 자신이 목표로 한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노렸고 그들의 동선을 따라 움직였으며, 수비형 미드필더 카추라니스는 고전적인 리베로와 유사하게 움직이며 대인 수비에 실패한 공간을 커버했다. 또한 양메짤라 자리에 위치한 자고라키스와 바시나스는 왕성한 활동량으로 수비와 공격을 지원했다. 특히 자고라키스는 오른쪽 윙어가 없는 그리스의 전술 특성상 오른쪽 측면 공격에도 가담했다.


그리고 레프트 윙은 왼쪽 측면에서 전방 압박과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는 역할을 맡았으며그리스의 투 톱 공격수는 190cm가 넘는 압도적인 피지컬을 앞세워 롱 볼을 받거나 크로스를 머리를 활용해 득점하는 공격의 마무리 역할을 맡았다. 투박하고 단순하지만 가장 효율적인 축구로 레하겔은 그리스를 유럽의 패자로 올리며 기적을 써냈다.


Part 6 - Rule

# 오성윤 Editer '의식 잃은 선수들을 위해'


2020/2021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0라운드 아스날과 울버햄튼의 맞대결 중, 전반 4분에 펼쳐진 코너킥 혼전 상황 속에서 다비드 루이스와 라울 히메네스의 머리가 충돌한다.


다행히도 루이스는 바로 일어났지만, 히메네스는 의식을 잃은 채 들것에 실려갔다. 코로나도 코로나이지만 EPL은 이 사건을 계기로 뇌진탕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었고, 이에 관한 규정을 하나 만들게 된다.


그 규정은 바로 ‘뇌진탕 교체’이다. 뇌진탕 교체는 경기중 뇌진탕 부상을 당했거나 뇌진탕 의심이 가는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팀 당 최대 2번까지 뇌진탕 교체를 시행할 수 있는 제도로, 벤치 멤버도 기존 7명에서 2명이 더해진 9명으로 늘리게 되었다. 또, 선수 안전을 위한 교체이기 때문에 팀이 몇명을 교체를 했는 지와는 무관하다.


뇌진탕 교체는 2020/2021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부터 시행이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은 24라운드 번리와 크리스탈 팰리스의 경기에서 이 규정이 적용되었다. 후반 33분, 수비수 벤 미가 팰리스의 공격수 조르당 아이유를 막다가 머리에 강한 충격을 입었고, 뇌진탕 교체를 통해 케빈 롱과 교체되었다. 이 규정을 통해 벤 미는 기적적으로 의식을 되찾았고, 번리는 찝찝하지만 한편으로는 의미있는 1승을 챙기게 된다.


경기장 내 뇌진탕 부상 사례가 잦은 편은 아니나, 축구선수는 경기 중 필연적으로 머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항상 위험에 노출된다. 그렇기에 뇌진탕 부상을 당한 혹은 의심 증상 있는 선수들에게 이 규정은 행운이자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승패도 중요하지만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기에 선수들을 보호하는 이러한 제도들이 정말 든든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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