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 남용이라고 해야 할까. 김학범 올림픽 대표팀 감독의 무차별 폭격이 K리그의 구단, 감독 그리고 선수들을 짓누르고 있다.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호출하면 구단의 입장, 감독의 동의, 선수의 상황 등에 관계없이 무조건 달려와야 하는 것인가? 그간 김학범 감독이 보여준 행실은 지나치게 권위적이고 이기적으로 비친다.
20일 오후 한국의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전북 현대가 김민재를 재영입하기 위해 베이징궈안 측에 오퍼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전북이 제시한 금액은 약 500만 달러로 알려졌는데, 이는 한화로 약 57억 원에 달하는 거액이다. 포항 스틸러스로부터 송민규를 영입하는 것이 확실시되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모두가 전북의 지갑 상황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전북의 투자액보다 더욱 쟁점화된 이슈는 따로 있었다. 전북의 오퍼에 김학범 감독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물론 전북의 자금 상황이 안정적이었고 김민재가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고는 하나, 올림픽 대표팀 감독의 입김 한 번에 구단과 선수가 움직이는 현상은 지나치게 권위주의적인 모양새가 아닐 수 없다. 심지어 김민재의 유럽 진출이 눈앞에 와 있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이기적인 요구로 보이고 있다.
김학범 감독의 김민재 사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민재를 최종 명단에 올리는 과정에서 베이징궈안 측의 승인조차 받지 않았다. 이는 권위 주의자들이 그토록 중요시하는 예의범절에 어긋나는 행위임에 틀림없다. 사실상 김민재를 도쿄로 데려가기 위해 벌인 모든 일련의 과정들이 적절하지 못했고 상식을 크게 벗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김학범 감독의 무례함은 김민재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무리한 훈련 차출, 무조건적인 선수 발탁 등 다른 어떤 요소보다 올림픽만을 상위에 두는 행보가 지속되어 왔다. 구단과 선수에 대한 배려 없이 자신의 지위를 악용하는 것처럼 보였을 정도였다. 이와 같은 사건들이 반복되면서 김학범 감독에 대한 여론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동메달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면 김학범 감독을 쏘아붙이던 부정적인 시선은 분명 사그라들 것이다. 오히려 그를 칭송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학범 감독의 탁월한 선택', '김학범 감독이 만든 기적' 등 온갖 수식어가 그를 형용하고 있는 그림이 너무도 쉽게 그려진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과정을 기억해야 한다. 아무 조건 없는 애국, 까라면 까라는 식의 지시가 용납되는 시대는 지났다. 직권, 지위 등으로 찍어 누르는 시대가 아니라는 말이다. 올림픽 대표팀의 낭보를 그 누구보다 기원하지만 김학범 감독의 미래는 응원하지 않는다. 김학범 감독이 보여준 직권 남용은 한국 스포츠계에서 반드시 뿌리 뽑혀야 하는 악습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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