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의 등장은 한국에 뿌리내려 있던 스포츠 중계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었다. 스포티비는 자신들의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유료화 서비스를 시행했고 단독 어플까지 출시하면서 시장 전체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현재 한국의 유일무이한 스포츠 중계 채널로 거듭났다. 즉, 스포티비가 있어야만 스포츠를 시청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스포티비가 행하는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반복적인 중계 끊김 현상, 개선되지 않는 화질 문제 등 수많은 요소들이 비판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또한 이따금씩 공식 채널에서 발생하는 발언 실수는 그야말로 최악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복합적인 요소들이 쌓이고 쌓였고 결국 스포티비의 이미지는 계속해서 하락곡선을 타고 있다.
헌데 최근 유로 2020을 독점 생중계한 티빙이 스포티비의 대안로 급부상했다. 이들은 한국 최초로 OTT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스포츠 독점 생중계를 시도했다. 더 나아가 21-22 시즌 분데스리가 중계권까지 확보하며 스포티비의 강력한 경쟁자로 발돋움했다. 뿐만 아니라 2020 도쿄올림픽 단독 중계를 확정한 쿠팡 플레이도 스포티비의 아성을 무너뜨릴 대체제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위와 같은 일련의 흐름은 스포츠 중계 시장에 긍정적인 반향을 일으킬 것이다. 본래 독과점 형태를 띠던 시장에 막강한 경쟁자가 나타나면 1위 브랜드는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경쟁자는 1위를 탈환하기 위해 발전을 거듭한다. 티빙은 스포티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중계 끊김 현상과 화질 문제를 단번에 잡아냈다. 또한 경기가 끝나자마자 유튜브에 게시되는 하이라이트 영상도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이는 분명 스포티비에게 강력한 자극제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
물론 티빙의 중계가 소비자들의 입맛을 완벽히 충족시켰던 것은 아니다. 특히 해설진의 퀄리티 면에서는 스포티비에게 확연히 뒤처지는 모양새였다. 다만, 첫 독점 중계였고 유로 2020이라는 대회가 가진 규모를 고려해 봤을 때 절대 실패라고는 볼 수 없다. 이와 더불어 다음 달 2020 도쿄 올림픽 독점 중계를 앞두고 있는 쿠팡 플레이가 어느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줄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이렇듯 독과점 형태가 뿌리 박혀 있던 시대에 등장한 티빙은 존재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지닌다. 티빙이 스포츠 중계에 뛰어들면서 스포티비의 독과점 형태에 균열을 발생했다. 이는 근 4~5년간 만족스럽지 못한 서비스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선택지 밖에 고려할 수 없었던 것과 큰 차이가 아닐 수 없다.
만약 다가오는 21-22 시즌에도 스포티비가 이전과 같은 퀄리티로 일관한다면 티빙의 존재는 더욱 부상할 것이다. 이미 스포츠 중계 시장의 치열한 경쟁은 시작됐다. 스포티비, 티빙 그리고 쿠팡까지 뛰어든 현시점에서 스포츠 중계 시장의 패러다임은 다시금 변곡점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