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틱스 -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
11번째 필드 플레이어가 된 골키퍼
by 한휘준의 축스데스크 Apr 14. 2020
책 제목 - 택틱스
저자 - 한준
게티이미지
2019년 6월부터 골킥이나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프리킥 시 공이 이동하는 순간부터 인플레이 상황이 인정된다. 이전에는 볼이 페널티 박스 바깥으로 방출되는 시점부터 인플레이가 적용됐다.
19-20시즌부터 적용된 본 규정은 전술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냈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빌드업 작업이 팀마다 특색을 나타냈고 이를 방해하기 위한 압박 전술도 다양했다. 이에 따라 골키퍼의 발기술에 대한 중요도는 자연스럽게 상승했다. 본 규정이 시행됨과 동시에 골키퍼는 사실상 11번째 필드 플레이어가 된 것이다.
골키퍼와 센터백 한명이 나란히 선 대형, 골키퍼를 중심으로 센터백이 좌우로 좁게 또는 넓게 벌려 선 대형 등 다양한 포지션이 등장했다. 이전에는 센터서클 부근인 중앙수비섹터가 빌드업의 시작점이었다면 지금은 페널티 박스가 1차 빌드업 지점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골키퍼는 센터백ㆍ풀백과 볼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능력,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 볼을 정확히 우리팀에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대두되었다.
1차 빌드업 지점이 페널티 박스가 된 것과 상응하여 미드필더와 풀백의 위치도 다양해졌다. 페널티 박스 바로 앞에 후방 플레이메이커를 둘수도 있고 페널티 박스 좌우에 두명의 미드필더를 배치할 수도 있다. 풀백은 측면으로 와이드하게 벌려 설 땐 센터백과 거리를 조절하며 상대 측면을 공략할 기회를 엿본다. 또한 간헐적으로 중앙으로 자리를 옮겨 빌드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도 한다. 따라서 골키퍼는 페널티 박스 안에 위치한 선수 이외에도 미드필더와 풀백에게 볼을 운반할 킥을 보유해야만 한다. 1차 빌드업의 출발자로서 압박을 받는다고 무작정 볼을 방출하는건 빌드업의 손실을 주는 행위가 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골키퍼의 중요도가 인플레이 상황에서, 특히 빌드업 과정에서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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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팀들이 골키퍼를 11번째 필드 플레이어처럼 활용하진 않는다. 빌드업에 강점을 가진 팀이 아니라면 굳이 위험 지역에서 빌드업을 하는 것보다 롱볼로 공격을 전개하는게 안전하다. 위에서 서술한 골키퍼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특정 몇몇 팀에게 국한된 것일 수도 있다. 사실 골키퍼의 최우선적인 능력은 골을 막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골키퍼의 발기술에 대한 중요도는 계속해서 상승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전술이 세분화되고 다양해지는 현대축구의 흐름에서 자신들의 볼로 빌드업을 시작할 수 있는 페널티 박스라는 공간이 생겼는데 이를 버릴 수 있을까? 내로라하는 빅클럽들이 이 공간을 연구하고 발전시키고 있다. 빌드업의 시작점이 된 페널티 박스를 말이다. 그 시작점에서 볼을 가장 많이 그리고 오래 보유하는 자가 누구인가? 단연 골키퍼다.
전설적인 감독 요한 크루이프는 ' 골키퍼는 첫번째 공격수다. ' 라고 힘주어 말했다. 골키퍼의 최우선 과제는 골을 사수하는 것이지만 더이상 이 한가지만으로는 살아 남을 수 없다. 골키퍼에게 손 뿐만 아니라 발까지 요구하는 시대가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