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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맨유에겐, 6위도 솔샤르도 감지덕지

맨유에게 기적은 없었다. 시즌 중반, 무리뉴 감독 경질 이후 엄청난 상승세를 달리며 4위권과의 격차를 좁히는데 성공했지만 시즌 막판에는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결국 이전과 같은 레퍼토리대로 선수단과 감독 그리고 보드진에 대한 수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필자 또한 현맨유에게 가해지고 있는 비판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다만, 맨유와 솔샤르에게 있어 지금의 성적표는 지극히 그들에게 걸맞는 성적표다. 맨유 감독, 맨유 스쿼드, 맨유 보드진에게서 나올 수 있는 최선의 순위가 6위라는 말이다.


# 감독대행 때와의 경기력 차이

솔샤르가 맨유의 감독대행으로 거론됐을 때 그에 대한 기대보단 우려의 시선이 주를 이뤘다. 카디프에서 실패를 맛 본 그가 맨유라는 거대한 구단을 이끌 수 있을지, 태업 논란이 있던 선수들을 통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 주요 의문 부호였다. 이러한 우려 섞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솔샤르는 특유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맨유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김독 대행으로 치른 19경기에서 14승 2무 3패. 맨유의 눈부신 성장을 이끈 그에겐 '퍼거슨의 후계자', '진정한 맨유의 감독' 등 온갖 수식어가 붙여졌다. 이랬던 솔샤르의 맨유가 그가 정식 감독이 된 이후에는 왜 전과 같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걸까?

필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솔샤르 감독 대행과 맨유가 보여준 경기력은 무리뉴 경질로 인한 일시적인 상승곡선일 뿐이었다고. 그 상승곡선이 무려 19경기나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첫째, 솔샤르가 다잡은 공격 전술이다. 무리뉴 체제에서 맨유는 공격면에서 매우 미흡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본래 포지션이 원톱인 래쉬포드를 측면으로 기용하고, 루카쿠에게 타겟형 스트라이커롤을 부여했으며, 메짤라 자리에서 본인의 기량을 펼치는 포그바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했다. 이에 솔샤르는 래쉬포드를 원톱으로 기용하며 루카쿠와 경쟁시켰고 루카쿠에겐 피지컬 뿐만 아니라 스피드와 기술적인 면을 강조했다. 또한 포그바를 전진시켜 전방으로 전달되는 볼 배급 속도를 향상시켰다. 즉 역습시의 속도감이 전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향상된 것이다. 이것의 단적인 예시가 맨유와 토트넘의 22R에서 나온 래쉬포드의 득점 장면이다. 둘째, 솔샤르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고 싶었을 선수들의 동기부여다. 경질설이 대두되던 무리뉴 체제에선 이미 선수들의 의욕이 반감된 상태였다. 그 동기부여를 다시 끌어올린 기폭제가 바로 맨유 레전드 출신의 솔샤르였던 것이다. 이와 같은 2가지 이유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면서 솔샤르 감독 대행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왜 정식 감독이 된 이후에는 다시 하향곡선을 그리는 것일까? 그 첫 번째 이유는 풀백들의 부진이다. 솔샤르의 맨유 체제에서 공격력이 활기를 띄기 위해선 풀백들의 활약이 필수적이다. 속도와 측면이 생명인 맨유의 컬러에서 풀백이 공격진을 받쳐주지 못한다면 공격력은 쇠퇴할 수 밖에 없다. 이번 시즌 맨유 풀백의 도움 횟수는 단 6개 뿐인데, 이는 빅 6 팀들 중 가장 떨어지는 수치다(맨시티 10회, 리버풀 22회, 첼시 9회, 토트넘 9회, 아스날 13회). 두 번째 이유는 계속해서 제기되는 주축 선수들의 계약 문제다. 포그바, 데헤아, 루카쿠 등등. 팀의 중심을 잡아주어야 할 선수들이 본인의 이익만을 고집하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데 팀의 경기력이 상승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 아닐까. 지금의 하향곡선이 맨유가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밑거름이 될지 아니면 더 기나긴 암흑기로 빠져드는 지름길이 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의 맨유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시즌이 끝난 이후 어떤 방식으로 리빌딩을 해나가느냐다. 퍼거슨 은퇴 이후 맨유는 단 한 번도 리빌딩이라는 계혁에 성공한 적이 없다.


# 맨유에게 리빌딩은 선택이 아닌 필수

맨유에게 있어 리빌딩은 매시즌 거론되던 목표였다. 리빌딩을 하는데만 8억 파운드 이상을 쏟아부었다(퍼거슨 은퇴 이후 6시즌 동안). 하지만 리빌딩이라는 명분하에 영입한 선수들은 모두 실패와 다름없었다. 프레드, 산체스, 미키, 쇼, 루카쿠...큰 기대를 받으며 영입된 선수들 조차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퍼거슨이 떠난 이후 맨유가 영입한 선수들 중 성공작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선수가 몇이나 될까. 필자는 마티치 단 한 명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물론 선수 영입에 관해서는 팬들의 입장이 조금씩 갈릴 것이라고 사려된다. '감독의 선수보는 눈이 별로였다', '보드진의 미숙한 영입 정책 때문이다.' 등등. 이에 필자는 맨유의 영입 정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한다. 너무 당장의 결과만 바라보고 섣부른 영입을 펼쳤다고. 지금의 맨유 스쿼드에서 4위 진입은 기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빅 6 팀들과 비교했을 때 스쿼드의 질이 확연히 떨어진다. 막대한 자금과 수많은 시간을 쏟아내어 이룬 리빌딩이 모두 헛수고였던 것이다.

생각해보자. 지금 맨유가 부른다고 한 걸음에 달려올 월드클래스 선수가 존재할까? 단연코 없다. 다음 시즌 맨유가 4위권 내에 진입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팀인가? 맨유에 전세계가 인정할 만한 명장이 있는가? 팀을 이끌어줄 월드클래스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가? 이것이 맨유의 현실이다. 맨유가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선 장기적인 시각에서 리빌딩을 시작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당장 눈앞에 있는 시즌만을 보고 투자한다면 빅 6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그들의 가장 거대한 라이벌인 리버풀의 리빌딩을 배워라. 암흑기에서 빠져나온 리버풀은 EPL에서 가장 뚜렷하고 매력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팀으로 변모했다. 인정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 지금 맨유가 시행하고 있는 리빌딩은 자신들을 더 깊은 암흑 속으로 빠져들게 할 뿐이다.


# 솔샤르에게 믿음을 보내라

더 이상 솔샤르는 소방수가 아니다. 그는 19-20시즌을 이끌어 갈 맨유의 정식 감독이다. 맨유가 시즌 도중 감독이 경질되는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솔샤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단, 진정으로 그가 원하는 지원이어야만 한다. 전임 감독이었던 무리뉴에게 보드진이 보내준 지원은 겉만 번지르르한 지원이었다. 무리뉴가 원하지 않았음에도, 맨시티의 영입 대상이었던 프레드와 산테스를 하이채킹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라이벌인 맨시티와 리버풀의 영입을 보라. 두 팀은 감독의 플레이 스타일에 적합한 선수 또는 팀에 정말 필요한 선수 영입만을 시도했고 성공했다. 맨시티의 경우 D.실바, 에데르송, 사네, 라포르테 등을 영입해 펩의 전술을 보다 확실하게 구현해 낼 수 있는 선수들을 영입했다. 리버풀의 경우는 판데이크, 알리송, 샤키리 등을 영입하면서 팀의 약점인 수비력을 보완할 수 있는 선수들를 사들였다. 이와 비교했을 때 맨유의 영입은 한숨만 나올 노릇이다. 상술했듯이 산체스와 프레드는 본래 맨시티의 영입 대상을 하이채킹한 것이다. 루카쿠 또한 첼시 이적이 유력했으나 협상 도중 맨유로 행선지가 바뀌었다. 즉, 맨유의 보드진은 팀의 정체성에 맞거나 감독이 필요로 하는 선수보다는 그 당시 이적 시장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선수들을 영입하는데 집중한 것이다.

지금과 같은 맨유의 영입 정책은 솔샤르에게 필요하지 않다. 더 이상 EPL은 단기간에 성과를 올릴 수 있는 리그가 아니다. 장기적인 안목과 투자만이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펩도 클롭도 첫시즌에는 기대 만큼의 성적을 보여주지 못했다. 차근차근 준비해나갔다. 더 먼 미래를 보고 말이다. 맨유도 솔샤르도 이와 같은 시야가 필요하다. 맨유에게 당장 급한 것은 빅 6와의 스쿼드 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풀백과 중원에서의 보강이 단연 필수적이다. 뿐만 아니라 팀의 분위기를 흐리는 선수들과 수준 이하의 성적을 보여주는 선수들에 대한 처분 또한 시급하다. 이 2가지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었을 때 우리가 알던 맨유를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 솔샤르는 지난 허더즈필드와의 경기 이후 '몇몇 선수들에겐 오늘이 마지막 기회였다' 라고 통보했다. 필자는 이러한 발언들이 맨유에게 자극을 주고 맨유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는 EPL의 성장을 보고있다. EPL은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10년만에 4팀이 모두 8강에 진출하는 영광를 누렸다. 이 영광을 맨유도 함께했다. 음바페가 버티고 있는 리그앙 최강 파리 생제르망을 물리치는 기적을 연출하면서 말이다. 그렇다. 맨유는 이번 시즌 기적을 만들어낸 전례가 있다. 이는 맨유라는 팀이 기적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는 팀이라는 말과 같다. 사실상 현재 맨유에게 있어 4위 진입은 기적과 같다. 솔샤르 감독 또한 '유로파리그가 지금 우리에게 맞는 위치'라며 현실을 인정했다. 이렇게 쇠약해진 맨유를 솔샤르가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은 어떨까. 보드진도 선수들도 팬들도 맨유라는 구단이 과거에 갖고 있던 강력함을 되찾고 싶다면 인내해라. 솔샤르를 믿고 신뢰를 보내라. 그가 자신의 팀을 만들어 낼 때까지. 평가는 다음 시즌이 끝난 뒤에 내려도 늦지 않는다. 지금은 실패한 과거를 잊고 다가 올 미래를 빛내기 위해서 모두가 한마음으로 노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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