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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Mar 05. 2021

가이드라인

Guideline

 친구들과의 톡방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는 직장이다. 특히나 직장 상사들에 대한 이야기. 좋은 이야기가 아닐 거라는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을 것이고, 이야기는 대부분 에휴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등으로 끝이 난다. 생각해보면 친구들과 나의 삶에는 저렇게 되고 싶다 보다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라는 가이드라인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학습심리라는 학문에는 여러 명의 학자들이 등장한다.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학자들은 각자 나름의 이론으로 학습하는 방법을 주장한다. 1950-1960년대에 등장하여 그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흐름은 행동주의였다. '파블로프의 개'라는 실험으로 잘 알려진 파블로프도 행동주의 학자 중의 한 명이었고, 스키너, 손다이크 등 굵직한 학자들이 존재했다. 이들은 강화와 처벌을 중시했다. 잘한 것에 대해서는 강화를 제공하고,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처벌을 제공함으로써 인간의 행동을 수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연구 후기로 갈수록 처벌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처벌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는 비교적 뚜렷하게 설명하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는 설명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개념을 매우 간단하게 삶으로 가져오자면, 우리의 삶에는 강화보다는 처벌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닮고 싶은 사람, 소위 롤모델보다는 죽어도 닮기 싫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의 삶에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주지 못한다. 오히려 그 함정을 피하려다 이상한 기준, 이상한 방향으로 향하게 될 때도 있는 것 같다.

 언제인가부터 사람을 일반화하기 시작했다. 무단 횡단하는 걸 보면 저 사람은 위선적인 사람, 불법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했고, 술을 마시고 실수하는 걸 보면 저 사람은 조절 불능의 사람, 무례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하나의 행위가 전체를 설명하기 시작할 때 나의 세계에서 닮고 싶은 사람은 사라져 갔다. 나는 롤모델이 아니라 완벽한 존재를 찾고 있었던 걸까.

 그럼에도 내 삶에는 여전히 닮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숙제가 되겠다. 방향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분명한 방향을 제시해주지 못했던 가이드라인을 벗어버리고 난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할까 고민하는 숙제. 한편으로는 풀리지 않는 이 숙제를 가지고 씨름하는 모든 과정이 가이드라인인 것 같기도 하다.


Fukuoka, Japan(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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