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먼 땅에서 첫 조카에게 보내는 편지
지유야 안녕. 삼촌이야.
아마 기억 못 하겠지만 네가 아직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삼촌은 너에게 종종 편지를 썼어. 그동안은 안부인사 정도였겠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편지가 될 것 같아. 2년의 시간 동안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는 삼촌의 마음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고, 앞으로 네가 보내게 될 수많은 시간의 지침이 될 수도 있겠다.
지유야. 닿을 수 있는 모든 것에는 온도가 있어. 삼촌에게도 온도가 있고 너에게도 온도가 있겠지. 그리고 너보다는 조금 더 많은 순간을 지나오다 보니 시간에도 온도가 있고 마음에도 온도가 있는 것 같아.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하려고 해. 지금의 너에게는 조금 어려운 이야기겠지만, 너의 마음이 언어가 될 수 있을 때쯤에 또 다른 온도로 다시 한번 읽어줬으면 좋겠어.
100 ℃
처음은 다 뜨겁다.
네가 처음 세상으로 나왔을 때 우리는 정말 뜨거웠어. 우리 아빠, 엄마에게는 네가 첫 손녀였고, 누나에게는 네가 첫 아이였고, 나에게는 네가 첫 조카였으니까. 물론 너의 동생이 태어나도 우리는 정말 기쁘겠지만 처음인 너를 만났을 때만큼 일까 싶어. 너는 우리에게 처음의 뜨거움을 선물해줬어. 늘 고마워.
처음은 대부분 설레고 뜨거워. 삼촌이 에티오피아라는 땅에 처음 왔을 때도 그랬어. 처음 나와 본 외국이라는 것에 설렜고, 처음 경험하게 될 봉사라는 것에도 설렜지. 비행기를 타고 오는 내내 얼마나 긴장됐는지 몰라. 삼촌이 파견될 지역에서의 생활, 기관에서의 업무들. 생각해보면 두려움은 많이 없었던 것 같아. 참 많은 걸 계획했었어. 많은 일을 하고 싶었고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많은 것을 해주고 싶었지. 컴퓨터가 자신 있는 분야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분명히 학생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삼촌은 아주 뜨거웠던 거 같아.
지유야. 처음은 뜨거운 거야. 아니 처음은 뜨거워야 하는 거야. 뜨거움을 가지고 시작한 일들도 서서히 빛이 바래는데 뜨거움 없이 시작한 일들은 오죽하겠어? 삼촌은 네가 어떤 일을 시작하든지 그 시작점에는 바보스러울 만큼의 뜨거움이 있었으면 좋겠어. 시간이 지나면 그 뜨거움이 한심해 보일 때도 있겠지? 그래도 설렘으로 네 마음의 온도를 높여줄 수 있는 그런 장소에 네가 항상 서있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