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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Mar 12. 2021

시간의 온도#1

아주 먼 땅에서 첫 조카에게 보내는 편지

 지유야 안녕. 삼촌이야.

 아마 기억  하겠지만 네가 아직 엄마 뱃속에 있을  삼촌은 너에게 종종 편지를 썼어. 그동안은 안부인사 정도였겠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편지가   같아. 2년의 시간 동안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는 삼촌의 마음 이야기가  수도 있겠고, 앞으로 네가 보내게  수많은 시간의 지침이  수도 있겠다.

 지유야. 닿을 수 있는 모든 것에는 온도가 있어. 삼촌에게도 온도가 있고 너에게도 온도가 있겠지. 그리고 너보다는 조금 더 많은 순간을 지나오다 보니 시간에도 온도가 있고 마음에도 온도가 있는 것 같아.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하려고 해. 지금의 너에게는 조금 어려운 이야기겠지만, 너의 마음이 언어가 될 수 있을 때쯤에 또 다른 온도로 다시 한번 읽어줬으면 좋겠어.




100 ℃


처음은 다 뜨겁다.


 네가 처음 세상으로 나왔을 때 우리는 정말 뜨거웠어. 우리 아빠, 엄마에게는 네가 첫 손녀였고, 누나에게는 네가 첫 아이였고, 나에게는 네가 첫 조카였으니까. 물론 너의 동생이 태어나도 우리는 정말 기쁘겠지만 처음인 너를 만났을 때만큼 일까 싶어. 너는 우리에게 처음의 뜨거움을 선물해줬어. 늘 고마워.

 처음은 대부분 설레고 뜨거워. 삼촌이 에티오피아라는 땅에 처음 왔을 때도 그랬어. 처음 나와 본 외국이라는 것에 설렜고, 처음 경험하게 될 봉사라는 것에도 설렜지. 비행기를 타고 오는 내내 얼마나 긴장됐는지 몰라. 삼촌이 파견될 지역에서의 생활, 기관에서의 업무들. 생각해보면 두려움은 많이 없었던 것 같아. 참 많은 걸 계획했었어. 많은 일을 하고 싶었고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많은 것을 해주고 싶었지. 컴퓨터가 자신 있는 분야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분명히 학생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삼촌은 아주 뜨거웠던 거 같아.

 지유야. 처음은 뜨거운 거야. 아니 처음은 뜨거워야 하는 거야. 뜨거움을 가지고 시작한 일들도 서서히 빛이 바래는데 뜨거움 없이 시작한 일들은 오죽하겠어? 삼촌은 네가 어떤 일을 시작하든지 그 시작점에는 바보스러울 만큼의 뜨거움이 있었으면 좋겠어. 시간이 지나면 그 뜨거움이 한심해 보일 때도 있겠지? 그래도 설렘으로 네 마음의 온도를 높여줄 수 있는 그런 장소에 네가 항상 서있었으면 좋겠어.


Addis Ababa, Ethiopia(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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