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신뢰와 권태

by 나단

보이지 않는다 했다.

닿을 수 없어서 바라지 않는다 했다.

나는 깊을수록 더 아득하다는 걸 알았다.


시냇물에 파도는 치지 않았다.

깊을수록 얕은 바람에도 파도가 친다고 했다.

나는 파도가 쳐야 발끝을 적실 수 있음을 알았다.


바다를 가만히 바라보다

내가 그를 다 담을 수 없음을 알았다.

너를 가만히 바라보다

내가 온전히 너일 수 없음도 알았다.


창문에 멈춰있는 너도

창문을 지나치는 너도

내 마음 깊숙이 적심을 알았다.


IMG_1208.jpg Manarola, Italy(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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