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씩 만나러 가는 중.
나는 자영업자이다.
아이가 세상에 나오고 6년 간 연고 없는 지방에서 살며 내 몸을 돌볼 여유가 없던 탓일까.
유방암 수술을 했고 그로부터 7년이 흘렀다.
그 7년 동안 치열하게 고민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왜 세상에 왔으며,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냥 앞에 닥친 일들만 급하게 처리하며 살던 나.
건강이 바닥을 찍자 좀 더 근원적인 인생의 질문들이 나도 모르게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새어 나왔다.
그 인생의 질문들이 너무 무겁고 해결의 실마리가 보지 않아 계속해서 고민하고 마음 가는 대로 배우길 반복.
닥치는 대로 시도하며 지냈다.
그러면서 나는 현재
'내가 왜 세상에 왔으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거의 찾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 답을 찾았다고 생각해서 나는 자영업자가 되었다.
1년 6개월 전에 책방을 연 것이다.
7년 동안 고민한 끝에,
나는 '책을 통해 내가 가진 사랑을 전달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답을 찾았기에..
정말 좋은 말이다.
책을 통해 사랑을 전한다...
하지만 그렇게 치열하고 거창하게 존재에 대해 고민하며 찾은 부푼 꿈과 달리 현실은 어떠한가.
책방을 연지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 나는 무엇을 느끼고 있나?
충만한 삶을 살고 있나?
그 반대로 나는 빈곤하게 벌거벗겨진 나를 느끼고 있다.
어리숙하고 어설픈 것 투성인 내 모습을 매 순간 마주하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책방을 열어 놓고서 책방에 갑자기 예측하지 않은 손님이 오면 불편하다.
(예약 손님만 환영하는 나...)
책방을 열어 놓고서 전보다 책을 안 읽는다.
(온전히 독서에 집중하며 즐기지 못하고 있는 나...)
책방을 열어 놓고서 책을 못 판다.
(판매, 영업에 대한 말주변이 부족한 나...)
가장 심각한 건 이 책방을 잘 운영해 낼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자존감이 낮은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이야...
내가 책방을 연 이유는 그냥 자기만족인 것인가?
괜히 열심히 했다가 망하면 더 비참한 거 아닌가?
친한 지인들을 만나면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나 고급 취미 활동하고 있어...."
마음에도 없는 말을 굳이하는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요즘 시대에 누가 책방을 해~
그냥 이 정도로 해봤어. 내가 해봤는데 안되더라.
결국 이 말을 하며 사라질 것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
책방을 하지 않았으면 느끼지 않았을
수많은 감정들을 느끼고 있다.
불안하다.
좌절스럽다.
내가 바보 같다.
사업적 마인드가 없다.
판매에 능숙하지 않다.
낯선 사람들과의 대화가 불편하다.
이러한 감정들로 한참동안 나를 짓밟는다.
.....
그러다가 또 우연히 어떤 일이 잘 될 때도 있다.
좋은 기회에 진행한 작가 북토크가 반응이 좋았거나
몇 마디 했는데 손님이 책을 사갔거나
그런 손님이 재방문을 하는 경우...
아 이렇게 하는 거 같네...
사람들이 좋았나 보다... 보람차네..
지금 뿌리는 씨앗이 언젠가 열매 맺겠지?
하며 희망에 부풀기도 한다.
그러면서 한참 짓밟힌 어리숙한 나를 보게 된다.
그 모습 그대로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축 처진 어깨를 토닥이며 말한다.
그냥 지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봐.
그렇게 즐기면 그걸로 된 거야.
자영업자로 산지 1년 6개월.
아직 모르는 게 더 많지만
한 번 가보자.
지금 어리숙한 나를 기다려주자.
기다려주되, 끝까지 기다려주자.
좌충우돌 나아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감정들이 찾아오겠지만
그 감정들을 다 지나가 보자.
그 끝에 어떤 감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직접 가보자.
그 길에서 만나는 모든 걸 다 감사로 기쁘게 맞이하자.
나는 그 성장의 감정들을 하나씩 만나러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