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에 완전히 존재할 수 있는 재능

괜찮지 않아도 잘 지낸다는 말

by Dana Choi 최다은

모든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누웠을 때 마음속에 아무것도 걸리지 않는 평안한 상태. 그것이 행복 아닐까라고. 누군가가 행복을 정의했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던 기억도 함께.


자기 전 딸아이와 함께 누우면 심장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어두컴컴한 밤이 되면 불안이라는 감정이 슬그머니 존재를 알리는 듯, 현실을 자각하게 만드는 온몸의 감각 세포들이 깨어난다. 곁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알 수 없는 허무가 나를 덮치기 전에 기도를 시작한다. 불편하고 결핍된 마음을 만져주세요 하나님.


아이가 말한다. "아빠가 없어서 좋은 것 딱 한 가지. 엄마 옆에서 잘 수 있다는 거야." 부쩍 말도 많아지고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 미취학 시절에는 친구가 화를 내면 그 소리의 파동에 먼저 놀라 으앙~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였는데 초등학교 2학년이 끝날 무렵 씩씩한 초등학교 언니가 되어 간다. 이치에 맞지 않는 무례함에 화가 난다며 "엄마 내가 엄마한테 화내는 건 아니니까 오해는 마~" 하며 씩씩거리는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많이 컸구나 싶다.


잠자기 전 아이와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도록 멀리 떠난 것인가. 5km 조깅하며 블랙프라이데이 혜택으로 한국보다 저렴하게 주문한 애플워치를 찾으러 다녀왔다며 보낸 인증 사진을 확인한다. 나에게 주는 선물이란다. 애플워치도 좋지만 늦게라도 집에 돌아오는 남편이 더 반갑다며. ㅎㅎ


딸아이가 의아해하며 묻는다. "엄마~ 아빠랑 맨날 투닥거리면서 없으니까 보고 싶어?" "그런 게 부부라는 거야. 너도 크면 알게 된다!" 딸은 입을 삐죽거리며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돌아선다. 딸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할 만큼 있을 때 남편에게 그리 잘하지는 못했구나.


남편이 장기 출장으로 해외에 있다고 하면 결혼한 아내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세상에 무슨 복이야!" "어머 너무 부럽다" "별로 좋지 않은데.."말 끝을 흐리면 "어유~ 적응하면 정말 좋을 것이야." 참 웃픈 현실이다. 가정을 위해 먼 곳까지 가서 몸이 부서지게 일하는 남편이 안쓰럽기도 하고 밉기도 하다.


적응한다는 말이 반갑지 않다. 이 시간을 별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으니까. 하루를 각자 자리에서 무사히 보낸 것을 감사하며 꾹꾹 눌러 담고 있는 것뿐이지 적응해서 괜찮아지는 것은 목표가 아니다. 적어도 나에게는.


어쨌든 밤이 오기 전까지는 오늘 하루와 야무지게 친해질 테니까 걱정은 하지 않기로 한다. 괜찮지 않아도 잘 지낸다는 말은 두 가지 의미가 모두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이니까.


현상을 하나의 단어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 흐릿하게 보여도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아 간다. 초점 잃은 멀찍이 보이는 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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