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되어 있음의 지혜

함께 서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붙어 서지는 말아라.

by Dana Choi 최다은

성장함에 따라 나는 부부간의 결합은 서로가 분리된 개체라는 점을 깨달음으로써 풍요로워진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주1). 머리로는 알겠다고. 분리된 개체라는 점이 인정될 때 관계가 풍요로워진다는 것을 알겠는데 현실은 정 반대 아니냐고!


나와 남편은 자주 티격대는 편이다. 먼저 둘 사이에 대화가 많은 편이고 결혼 10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사소한 것들... 오늘 뭐 했고 무슨 감정을 느꼈고. 이러한 소소한 일상을 서로가 바빠 얼굴 볼 틈이 없는 상황에서도 잠시 짬이 나면 그새를 못 참고 나눈다. 둘 다 말도 많고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도 많은 것이다. 그런 이유로 또 자주 투닥거린다.


남편은 미국 비즈니스를 작정하고 세팅하는 일을 도맡아 하기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원래 본인의 일에 한해서는 적당한 타협이 결코 없는 사람이라 그것에 관해서는 내가 왈가왈부를 한 적이 없다. 알아서 잘하니까 건강의 무리만 걱정될 뿐.


그러니까 늘 건강에 대한 염려만 있었다. 최근 두 달 정도 스스로 금연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잘 지켜가는 가 싶었다. 금연한다 종종 티도 냈었으니까. 어제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몹시 당황한 표정과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전자담배 비슷한 무엇이었다.


나도 그도 서로 당황한 순간, 차라리 보지 말걸. 초등학교 6학년부터 담배를 달고 산, 많이 찬란했던 사춘기를 겪은 사람이라 담배는 정말 오랜 친구였다. 그 손에 쥐어진 담배는 나를 또 화나게 한다. "언제부터 다시 산 거야?" "차라리 말하지 나에게!" 뭐 이런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을 몇 마디 하니 안 그래도 스스로에게 화가 잔뜩 나 있던 그는 버럭 소리를 지른다.


딸아이가 쪼르르 들어와 엄마를 끌고 나간다. "엄마 우리 그냥 자자" 어차피 아빠랑 이야기해도 소용없고 이미 아빠가 화가 났으니 자리를 피하는 게 좋겠다는 아이의 현명한 판단이었다. 못 이기는 척 딸과 나란히 누웠는데 화가 난다. "엄마한테 화낼 일은 아니잖아. 자기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면서 왜 나한테 화를 내?"


딸아이는 "아빠도 정말 끊고 싶었잖아. 그래서 우리한테 말하고 싶지 않았겠지. 아빠가 제일 힘들 거야." 분이 가시지 않지만 스스로가 제일 힘들겠지 애써 정신을 다잡으며 잠을 청한다. 사과를 받았어야 했다는 억울한 감정은 묻어둔 채.


진정한 사랑은 다른 사람의 개별성을 존중할 뿐만 아니라 서로 분리 또는 상실의 위험에 직면하면서까지 독립성을 길러 주려 애쓰는 것이다(주2). 스캇펙 박사의 말이다. 우리 부부의 문제는 바로 이것인가요 박사님? 각자의 개별성을 존중하지 못하고 둘이면서 분리되지 못하는 하나의 시선으로 각자의 잣대를 상대에게 들이대니 매번 부딪히고 매번 투닥거리고 그런 건가요?


튕겨나가기를 좋아하는 남편을 통제하려는 마음도 이제 많이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디까지 그의 개별성을 존중해 줘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은 개인의 정신적 성장이며 정상으로 올라가는 이 고독한 여행은 혼자서 갈 수밖에 없다(주3). 금연은 스스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간접흡연으로 나와 딸아이가 받을 악영향 또한 가정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기에 끊어야 마땅하다. 아직은 감당할 수 없는 버거운 것이라면 아내인 나는 마냥 기다려 줘야 하는가?


성공적인 치료자는 '따뜻함'과 '감정이입'에 있다고 하였는데 그의 몇 번째인지 모를 금연 실패를 따뜻하게 감싸며 그의 감정에 충분히 공감해 주고 위로를 해 주었어야 했나? 그러기에는 나는 너무 작다. 물론 타인이라면 가능하다. 나와 그의 경계가 분명히 있기에 나는 충분히 가능하다. 세상에서 분리가 가장 안 되는 사람이 남편이다.


남편과 나는 독립적으로 분리된 개체로 인정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관계이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힘이 든 적이 크게 없다. 맞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멀어지면 되니까. 타인과의 관계는 나에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다. 남편과의 관계는 나에게 늘 도전이다. 남편을 나 자신이라고 인식하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나라고 대입하면 이해 안 되는 행동들이라 모두 싹 고쳐버리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을 버려야 한다.



분리되어 있음의 지혜

칼릴 지브란


그러나 당신 부부 사이에는 빈 공간을 두어서.

당신들 사이에서 하늘의 바람들이 춤추도록 하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서로 포개어지지는 말라.

당신 부부 영혼들이 해변 사이에는 저 움직이는 바다가 오히려 있도록 하라.

각각의 잔을 채워라. 그러나 한 개의 잔으로 마시지는 말라.

서로 당신의 빵을 주어라. 그러나 한 개의 잔으로 마시지는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라. 그러나 각각 홀로 있어라.

현악기의 줄들이 같은 음악을 울릴지라도 서로 떨어져 홀로 있듯이.

당신 마음을 주어라. 그러나 상대방 고유의 세계 속으로는 침범하지 말라.

생명의 손길만이 당신의 심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함께 서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붙어 서지는 말아라.

사원의 기둥들은 떨어져 있어야 하며

떡갈나무와 사이프러스 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서는 자랄 수 없기 때문이다

(주4).




주1,2,3,4) M. 스캇펙, 아직도 가야 할 길, 1991, 열음사


매달 14일, <다나의 브런치 성장기록> 매거진이 발행됩니다. 한 달간 브런치 성장기록을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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