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을 받았으면 흘려 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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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어머니의 브런치 글이다. 종종 일상을 글로 남기실 겸 브런치를 하시는데 읽으면서 눈물 방울이 뚝뚝 흐른다. 나에게도 친정어머니의 복이 흘러 철없는 며느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시는 시어머니가 계시니까.
시어머니를 처음 뵈었을 때를 아직도 기억한다. “다은아 나에게 와줘서 고맙다.” 첫마디와 함께 내 손을 덥 썩 잡아 주신다. 순간 잠시 당황했지만 따뜻하게 먼저 다가오시는 시어머니 팔짱을 끼고 처음 본 집을 바로 계약한다.
상견례도 하기 전에 처음 만난 날 예비 시어머니와 신혼집을 계약하는 예비 며느리는 많지 않으리. 신혼 몇 개월이 지나고 여러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남편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시어머니에 대한 원망도 하늘 높이 치솟았다. 아들을 도대체 어떻게 키우신 건지. 왜 이렇게 잘 못 키우셨을까?
시어머니의 과거 양육태도를 옳지 않다고 무조건 비난했던 날들이 있었다. 아들이 호기심도 매우 많고 상당히 똘똘한 아이였는데 점점 삐뚤어지고 사춘기를 화려하게 보낸 것도 아들을 어머니 눈높이에서 판단하고 절대 인정해 주지 않았던 어머니 탓이라며 원망했다. 그로 인해 문제가 결혼 후 나에게 온 것이라며 분노하고 있었고 어머니에게 급기야 언성을 높이며 '어머니 제가 왜 이렇게 치열하게 사는 줄 아느냐고 다 어머니 아들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며' 울고 불고 따졌던 시절도 있었다. 참 부끄럽다.
어머니는 지금도 “며느리가 불편함이 없도록 섬기자”라는 모토를 가지고 사시는 분처럼 자주 반찬을 만들어 주신다. 며느리들이 힘들어한다던 김장 때에도 아버지와 두 분이 다 알아서 할 테니 아이나 잘 케어하라고 하시고, 추석이나 설에도 가까운 시댁에 가서 한 끼를 맛있게 먹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명절을 보낸다.
마음은 아들을 끔찍이 아끼시지만 말로 표현하는 것은 늘 며느리 편이다. “다은이한테 잘해라” 남편은 늘 어머니 아버지께 이런 말을 듣는다. 물론 나의 그릇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극한 시련을 준 사람이 아니라고는 말 못 하겠다. 하지만 나도 늘 내가 옳다고 주장하고 배우자를 인정해 주지 못했기 때문에 본인집에 가더라도 자신의 부모님께 인정을 받지 못했던 남편이 언제부터인가 안쓰러웠다. 인정에 목마르고 인정받기를 갈구했던 마음이 따뜻하고 여린 아이가 부모에게 한 번도 인정받지 못했던 상처는 얼마나 클까.
이제는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어 아들에게 받은 어머니의 상처도 이해가 되고, 남편의 상처도 이해가 된다. 나의 장점이 배우자에게 보완이 될 수 있고 나 또한 어머니와 기질이 비슷한 남편에게 받는 섬세한 케어가 필요했던 사람이었기에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은 모든 것에 이유가 있다고 느끼고 있다.
어머니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해야 하시는 주장이 매우 강하신 분임에도 불구하고 결혼 10년 동안 나에게 단 한마디 불편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이 부지기수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여 주신 것이니까. 물론 처음에는 아들을 위해서였겠지만 지금은 며느리인 나를 진심으로 격려해 주시고 늘 기도로 응원해 주신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시어머니와 시아버지의 무한한 애정과 인정을 받는 나는 정말 복 받은 사람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한 가지. 나를 넘치게 채워서 흘러넘치도록 해야지. 바로 옆 누군가에게 흘러갈 수만 있다면.
때로 우리를 돕고자, 그분은
우리를 비참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분을 위해 아픈 가슴은
행복을 가져다준다.
눈물 뒤에 웃음이 올 것이다.
이를 내다보는 자마다
주의 복된 종이다.
물이 흐르는 곳이면 어디든지
생명이 피어난다.
눈물이 떨어지는 곳이면 어디든지
신의 자비가 드러난다(주).
주) 메블라나 젤리룻딘 루미, 사랑 안에서 길을 잃어라, 2005, 샨티
화요일 [건강한 가정은 작은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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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판도라 상자? 열어야겠지?]
금요일 [브랜드 시야로 나 세우기]
토요일 [현실과 이상의 연결, 지혜로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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