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롤 모델 엄마가 늙어간다.
엄마의 67번째 생신이다. 혼자 제주도 걷기 여행을 떠난 엄마. 아침에 일찍 일어나시기에 전화를 드렸다. “생신 축하드립니다! 제주도 여행 어떠신 가요?” “고마워 딸. 너무 좋네! 근데 계획에 차질이 생겼어 오늘 집으로 가야 해.” “왜 무슨 일 있어요?”
어제 제주도 길을 걷다가 평지가 나와서 긴장을 풀고 다른 곳을 보는 순간, 땅의 높낮이가 확 달라진 곳을 밟고 크게 넘어지신 것. 얼굴도 다치고 무릎도 모두 까졌는데 더 큰 문제는 발목 복숭아뼈가 퉁퉁 부어올랐다는 것이다. 오늘 오전 비행기를 타시고 집으로 돌아오신다고 했다. 큰 딸인 나는 “아빠가 반대하는데 혼자 그렇게 여행 가니까 다치잖아요! 아빠한테 크게 잔소리 들어야겠다 진짜! “먼 제주도에서 혼자 다쳐도 전화 안 했으면 모를 만큼 자식에게 일절 말하지 않는 성격인 탓에 생신이라서, 전화를 해서 그나마 알게 되어 다행이다. 근데 뭐 해 드릴 수 있는 것도 없고 참.
속상하다. 나의 롤 모델인 엄마가 점점 늙어간다. 지난번 친정집에 갔을 때도 엄마의 마음이 많이 약해졌다는 것이 느껴져서 속상했는데 오늘도 속상하다. 이제는 진짜 엄마를 보호해 드려야 하는 입장이 되어야 한다. 평생 누구보다 씩씩하고 독립적이라 엄마를 걱정하기보다는 마음속으로 의지하려고만 했기에 철없는 마음이 아직도 적응을 못하고 있나 보다. 이제 내가 더 어른이 되어가고 있나 보다. 너무 속상하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눈물이 계속 흐르고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가 보다. 우리 엄마는 늙지 않을 줄 알았나 봐. 모든 것을 늘 넉넉히 감당하는 엄마였는데 칠순 언저리 되는 엄마를 더 이상 예전의 눈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아프다.
마흔 언저리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참 철없다. 진작 경험해야 할 일들인데 이제야 너무 늦게, 엄마가 너무 씩씩하면 자식이 늦게 철드는 건가. 이런 또 철없는 생각이나 하고.
엄마를 존경하며 쓴 글, 그 마음들을 조금 내려놔야 할 것 같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누구나 그렇게 될 테니까. 엄마의 씩씩함을 기대하는 마음을 이제 내려놓자. 엄마를 돌봐 드리는 마음으로 생각을 전환시키는 것을 받아들여야겠다. 정말 그렇게 해야겠다.
이 세상 속에 영원한 것은 없다. 절대적이라 생각했던 것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환경의 변화에 따라 변해 간다. 그만하면 오랜 시간을 부모님께 의지하며 살았다. 이제는 그만할 때도 충분히 되지 않았나?
속상한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감정이니까. 충분히 슬퍼하고 받아들이기로 하자. 엄마는 이제 예전의 씩씩한 몸과 마음을 가진 엄마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면 우리 엄마가 다른 엄마와 똑같아진다고 생각돼서 두려웠나 보다. 우리 엄마는 달랐으니까. 그 마음도 다 내려놓자.
엄마 이제부터 큰 딸 철 들어볼게. 나의 엄마로 와줘서 많이 고마워요!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