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이 영민하게 늙어가기

언제쯤 당신과 나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품을 수 있을까

by Dana Choi 최다은

AM 04:24 고요한 새벽까지 컴퓨터 앞에서 고군분투하는 남편 보니 안쓰럽다. 방금 전까지 노려보며 짜증 섞인 말투로 티격 대던 감정들은 어디로 간 건지 나라는 인간도 참. 변덕스러운 감정변화도 수년째 지겨울만한데 왜 적응은 안 되는 걸까, 언제쯤 당신과 나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품을 수 있을까



#때로는 절망스럽지만

#때로는 다시 소망을 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1월쯤 끄적거린 글이다.


남편은 나의 모든 마음을 꺼내 보일 수 있는 고마운 존재이다. 나를 가장 행복하게도 만들고 가장 아프게도 만들 수 있는 존재가 바로 남편이다. 나의 밑바닥까지 모두 알고 있고 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충분히 인정해 주는 가장 사랑스러운 남자다. 그가 스치듯 던진 눈빛에 불같이 화가 나고 툭 내뱉은 말에 위로가 되어 눈물이 핑 돌기도 한다.


10년이란 시간 동안 우리는 부단히 많이 대화했고 그만큼 치열하게 싸웠다. 사랑하는 만큼 미워하는 것이라고. 얼마나 사랑했으면 그토록 싸웠는지. 예쁜 다툼을 하자 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상처 주지 말고 예의를 갖추며 더 나은 우리를 위한 방향을 생각하며 예쁜 다툼을 하라고. 그런 다툼 끝은 상대에게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고. 우리에게 그런 다툼이 가능한 시간이 올까?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 다르기에 서로에게 이끌렸고 다르기에 그의 세계를 탐하였는데 다르기에 맞춰나가야 하는 노력을 또 잊는다.


지난 주말은 또다시 무너진 느낌이었다. 남편 코로나로 며칠 붙어 있었다고 예쁜 다툼은커녕 서로에게 비난을 퍼붓고 말았다. 참았어야 했는데. 눈에 보이는 싫어하는 행동들을 꾹 참기를 몇 번 결국 화를 내고 말았다. 내가 먼저 화를 내면 제어가 안 되는 사람임을 10년 동안 겪었으면서 어리석게 불을 지폈고 결국 사달이 났다.


누구 탓을 할까 모든 게 다 내 탓이지. 여전히 지혜로운 아내가 되기 어려운 자신이 불쌍하고 안쓰럽다. 인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나 자신을 위해 십 년 동안 수많은 시간을 울부짖고 기도하며 깨어지고 내려놓는 시간들을 가졌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들이 많다. 아니, 눈을 감는 그날까지 계속되어야 하는 걸까?


남편의 여린 마음을 예민함으로 치부하지 말고 타인에게 다정하듯 내 사람에게 가장 먼저 다정한 사람이 되기를 기도한다. 서로 다른 우리가 만나 10년이란 시간 동안 격렬하게 부딪혔던 모든 시간들이 우리만의 방식으로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었기를. 늘 옆에 있는 그가 당연하다 여기며 그의 존재를 소홀히 하지 않는 내가 되기를.


지금도 충분히 멋진 당신에게 화내서 미안해.



늘 새벽까지 컴퓨터 앞에서 씨름하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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