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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Choi 최다은 Sep 08. 2024

부부대화가 즐거울 수 있다고?

[애프터 대화방식]

아내: 어어어! 왼쪽 차선에서 들어오려고 하는 차 봤어?

남편: 응 봤어

아내: 옆 차선에서 막 고개를 내미는데 그냥 쭈욱 직진하다니 나 같으면 멈칫했을 텐데~~

아내: 나는 옆의 차들 움직임 보면 어디로 갈지 종종 느낌이 오던데? (속마음: 남편아 모르는 거니)

남편: 다은아.. 나도 조수석에 앉아서 너 운전하는 거 보면 조마조마할 때 많아

아내: 조수석에 있을 때와 운전대 잡은 거 완전히 다른가?

남편: 다르지 네가 운전하는 것이랑 조수석에서 보는 느낌이 달라서 그래

아내: 웅



[비포 대화방식]

아내: 어어어! 왼쪽에서 들어오는 차 봤어?

남편: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좀 조용히 있어줄래?   

아내: 아니 방금 위험했단 말이야. 그리고 말을 왜 그렇게 하냐?

남편: 네가 조수석에서 크게 반응하면 더 위험한 거 몰라?

아내: 나는 당신과 달라서 불안하단 말이야. 차가 부딪힐 거 같다고! 말해줘도 난리야!



첫 번째는 우리 부부의 최근 대화이고 두 번째는 똑같은 주제의 대화이지만 상대의 반응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게 되는 예전 대화 패턴이다. 이전의 대화는 상대의 말을 비난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자신을 방어하는 방식의 대화로 아무것도 아닌 일이 싸움으로 번지곤 했다. 최근 우리 대화를 가만히 보니 남편의 태도가 먼저 많이 변했다.

몇 달 전 나의 매우 큰 깨달음의 고백으로 아내인 내가 '내가 할수 있는 최선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남편은 자신과 아내가 완전히 다른 사람임을 인정해 주고 내가 여전히 같은 태도를 보이더라도 다른 반응을 해 주는 듯하다.


아내인 나 역시 부부의 대화 안에 갇혀 있기보다 높이 날아 올라와 먼 시선으로 나와 그의 대화를 곱씹어보고 글로 풀어내며 돌아보는 일을 기꺼이 한다. 이렇게 우리 부부는 각자의 방식으로 상대를 인정해 주는 훈련을 하고 있다.




누군가는 참 어렵게 산다.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많은 부부들은 공감하지 않을까? 부부로 잘 살아가는 것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덮어두고 피하고 사는 게 훨씬 편하다. 나의 앞가림하는 삶 자체도 피곤한 것이 인생인데 관계의 갈등을 직면하고 어떻게든 풀어나가려는 노력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나라는 사람은 문제라고 감각할 경우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 직성이 풀리는 유형이라 이렇게라도 발버둥 치는 것이다. 내 삶에 진심이어서. 제대로 잘 살고 싶으니까. 흐리멍덩하게 살고 싶지는 않아서. 문제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 채 살아있지만 죽어있는 것과 다를 바 없이 살고 싶지 않기에 어려운 길을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



부부 혹은 연인이 잦은 갈등으로 지칠 때에는 대화방식을 가만히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나의 어떠한 부분이 상대를 자극하게 되는지, 내가 왜 상대를 비난하는지 하나씩 분해해서 생각해 보면 그 속에서 나 자신의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상당한 괴로움이 있기는 하지만 깨달음으로부터 오는 유익이 크다. 물론 처음에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지만 말이다.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우리 부부의 관계가 달라지고 있음을 계속 기록해 나가고 싶다. 나와 같은 마음으로 힘든 그 누군가가 이 글을 혹시 보게 된다면 소망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예전에 쓴 글에서 부부갈등의 가장 큰 원인인 대화방식의 대한 부분만 발췌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오늘도 우리 부부의 아슬아슬하지만 즐거운 대화를 기대해 봐도 좋겠지?

존가트만 박사에 의하면 부부갈등의 가장 큰 원인이 대화방식에 있다고 한다.

비난: 너는 지금 애엄마라는 사람이 설거지도 안 하고 어디를 다니는 거냐?
방어: 아니 내가 오자마자 하려고 했어.
비난: 바로바로 하면 되잖아 그것도 안 되니?
방어: 말을 꼭 그렇게 해야 하냐? 정말 짜증 나네
경멸: 볼 때마다 참았는데 정말 더 이상 말하기도 싫다!
담쌓기: 잘됐네 더 이상 말도 꺼내 지마!

우리 부부대화를 각색한 것이지만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부부대화 방식이다. 나와 남편도 오랜 시간 비난과 방어 그리고 경멸과 담쌓기를 반복하며 갈등을 겪는다. 비난의 이면은 본인 욕구가 만족되지 않은 이유를 상대에게 돌리는 ‘자기기만’이었으며 방어의 이면은 상대의 말을 인정하지 않고 본인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자기 합리화’이다. 경멸의 이면은 상대방이 나보다 못하다고 깎아내리는 ‘자기 교만’이고 담쌓기는 상대와 아예 의사소통을 단절하는 ‘자기 회피’인 것이다.








Dana Choi, 최다은의 브런치북을 연재합니다.


월       [나도 궁금해 진짜 진짜 이야기]

화. 토  [일상 속 사유 그 반짝임]

수       [WEAR, 새로운 나를 입다]

목       [엄마도 노력할게!]

금       [읽고 쓰는 것은 나의 기쁨]

일       [사랑하는 나의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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