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바보아빠
벌써 새벽공기가 꽤 차갑다. 새벽에 나를 깨우는 깨톡의 영상통화. 애틀랜타는 오후 4시경이니 남편이 한 참 일할 시간. 아빠의 부재로 엄마 옆에 꼭 붙어 자는 아이가 깰까 봐 살금살금 방을 나선다.
전화를 받자마자 "우리 딸 아빠 보고 싶데?" 딸에게 몇 번이나 뽀뽀를 해줬냐며 묻는 심각한 딸 바보. 아내인 나와 통화하고 있는 중인데 주구장창 딸 이야기만 물어본다. 아빠 대신 엄마가 많이 안아주는지 아빠 없어서 딸아이가 힘들어하지는 않는지 질문의 연속이다. 모야! 와이프는 안 보이냐!
#부녀의 대화
딸: 아빠 세상은 참 정반대야. 어린이는 어른이 되고 싶어 하고 어른은 다시 어린이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아.
아빠: 그러게 왜 그럴까?
주아야 어린이들은 제약 없이 어른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은데 사실 어른이 되면 상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느껴. 자유만큼 책임이 따르니까. 그래서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 같아.
오늘 하루, 지금이 가장 소중한 순간인데 우리가 그것을 잘 모르고 과거나 미래만 바라보니까 그런 것 일 수도 있겠다!
딸: 그래도 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데 엄마아빠 잔소리 없이 살고 싶어!
#좋은 아빠란
딸아이가 성장하면서 아빠와 도란도란 대화를 하곤 하는데 '당신은 참 좋은 아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내인 나에게는 딸에게 하는 만큼 다정했던 모습은 딱 결혼하기 전까지였던 것 같은데... 아내에 대한 하트하트 눈빛은 이제 완전히 딸에게 가 버렸지만 말이다.
딸 바보 친정아버지의 지나친 사랑을 받고 자랐는데 똑 닮은 남편을 만나다니... 자라오며 익숙한 것이 참 무섭다는 생각. 다행인 건 남편은 아이를 독립적으로 키우는 사람이라 끝까지 견디어 내는 힘을 길러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지 결코 대신해 주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아빠를 사랑하면서도 마지막 타협이 안 되는 지점을 무서워하는지도 모르겠다.
#그 자리가 비면
알게 모르게 내 곁에서 나를 위해 이루어지는 일들에 대해 우리들은 너무 쉽게 생각하거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때로는 생각조차 안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자리가 비면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너무너무 많아진다는 것을 알게 되고 빈자리를 느낄 것이다. 주인 잃은 의자처럼 확연하게, 그리고 또 한 가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나의 소중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일을 했었구나 하는 것을. -전이수-
이번 출장은 2주라 남편의 부재가 짧았지만 그 빈자리의 소중함은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까. 남편이 집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얼른 집안을 구석구석 깨끗하게 청소해야 한다. 청결함에 유독 잔소리 많은 그를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어느 정도 정리정돈이 되어야 마음이 괜찮은 그이니까.
아침에는 유독 예민해 신경이 곤두서 있는 그를 아침마다 깨우는 나의 일상이 다시 시작되겠지만. 한 집안의 가장으로, 좋은 아빠로, 좋은 아빠만큼 좋은 남편이 앞으로 될? 사람으로 내 옆에 살아 숨 쉬는 그에게 살갑게 대해줘야지. 자! 카운트다운 3일이닷! ^-^
Dana Choi, 최다은의 브런치북을 연재합니다.
월 [나도 궁금해 진짜 진짜 이야기]
화. 토 [일상 속 사유 그 반짝임]
수 [WEAR, 새로운 나를 입다]
목 [엄마도 노력할게!]
금 [읽고 쓰는 것은 나의 기쁨]
일 [사랑하는 나의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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