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 프로젝트로 새벽 4시경 귀가해서
잠잠하게 다소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잠이 든 남편.
어떻게 하면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을까?
왜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던 것일까?
어떻게 하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던 것일까?
얼마나 힘이 드는 요즘 이길래..?
어제 통화하다가 아내인 내가 말한다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매번 당신에게만 맡기는 거야? 자신을 너무 소모하지 말아요 괜찮아 지금도 충분히 “
자기 자신을 완전히 희생하면서 회사에서의 인정과 일의 완벽한 완성도를 위해 그토록 치열하게 살아가는 남편이 요즘 매우 지쳐 보인다.
남들이 생각하기에 괜찮은 결과라도 남편은 자신이 만든 업무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두 번 세 번 네 번 갈아엎는 일을 반복하는 사람이라 회사에서는 상당한 신뢰를 받는 입장이겠지만 아내인 나는 늘 그의 건강이 걱정된다. 스트레스가 쌓일수록 전자담배를 입에 무는 횟수는 늘어만 가니까.
“나 퇴사하고 여러 번 들어온 기회에 반대한 거 이제 후회하지?”
“아니, 후회는 안 해. 주아 곁에 엄마가 있어주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
함께 경제를 책임지는 것에 대한 기회가 모두 날아간 것에 대해 후회하냐고 물어보았는데 여전히 같은 대답이다. 남편은 늘 이런 식이다. 아이와 아내의 평안을 먼저 바라는 사람.
하루는 속상해하는 딸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을 얼핏 들었는데 “아빠도 너무 슬프고 힘들 때면 음악을 틀고 펑펑 울기도 해”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순간 깜짝 놀랐다. 아내인 나에게 티 내지 않고 최근 펑펑 운 적이 있었나? 나에게 이야기해 주면 꼭 안아줄 텐데… 가장의 짐을 짊어진 책임감이 강한 남자가 아내에게 힘들다 징징대고 위로받으려 하는 일은 흔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 말이다.
아내인 나는 남편이 진심으로 지금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사랑하면 좋겠다. 지금도 충분히 멋진 남편이자 다정한 아빠이고 주변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내게 가르쳐 준 좋은 사람이라고.
아내인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할 때 기꺼이, 아니 훨씬 넉넉하게 베풀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니까. 어쩌면 내가 지금 좋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당신에게 받은 사랑 덕분이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