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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Choi 최다은 Aug 25. 2024

지금 배우자의 모습은 나의 책임이다

현재 배우자를 바라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무엇일까? 면상도 보기 싫어서 숨이 막히는 사람도 있을 테고 그럭저럭 같이 살만하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혹여나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이런 사람을 만났을까 감사하는 보기 드문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사람도 있겠지?




10년 넘게 이 남자와 살면서 나는 '그럭저럭 살만하다'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참 힘들다. 왜 나의 결혼생활은 늘 전쟁 같을까?' 부부상담도 받아봤고 눈에 보이는 여러 문제들이 있던것도 맞지만쉬이 좋아지지 않았다. 괜찮아지는 것 같으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것처럼 서로를 그토록 미워했다. 상대가 아프거나 힘든 일이 있으면 꽤나 신경이 곤두서서 어찌나 예민하게 구는지 서로에게 지나치게 간섭하고 과하게 몰입했던 것일까? 왜 이렇게 맞지 않는 것일까?

오랜 시간 나도 그도 참 많이 아팠다. 절규에 가까운 분노를 퍼부으며 서로를 찔렀다. 부부는 한 팀이라고 하는데 팀이 이렇게 분열되어 있으니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었다. 나도 그도 지속적으로 상대의 탓을 했다. 서로에게는 절대 지지 않겠노라 대단한 다짐을 한 듯 어리석게도 같은 팀의 상대를 이겨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런 태도가 옳다고 믿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한 것은 그 폭풍 같은 혼란 속에서 서로의 끈을 놓지는 않았다. 죽을 것 같아도 손은 꼭 잡겠다는 집념의 사람들처럼 버티고 또 버텼다. 우리는 알고 있었던 것일까? 그 언젠가 서로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선물이라 고백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지금 배우자의 모습은 나의 책임이다. 지금 남편의 모습은 내 결혼생활의 성적표이고 나의 모습도 남편의 성적표란다.(주). 내가 잘 되고 있다면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배우자가 그런 배경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많이 공감이 되면서 찔리는 문장이다.


나의 모습은 지금 어떠한가? 토끼 같은 사랑스러운 딸아이를 키우며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꽤 많이 아니, 실은 거의 다 하면서 살고 있다. 나 최다은이라는 사람이 불편함이 없도록 남편은 소위 뼈 빠지게 일하는 중이다.


남편은 어떠한가? 심각한 경제난 속에 혼자 가정경제를 위해 밤낮으로 애쓰는 중이다. 현재의 남편은 181cm, 74kg로 호리호리 했던 결혼 당시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10kg 이상 불어난 몸무게와 임신 5개월 정도로 보이는 그의 배(미안..)는 스트레스 지수를 대변한다. 전자담배를 의지하는 그를 볼 때 꾹 참다가 가끔 한 마디를 건네곤 했었는데 어쩌면 그의 유일한 버팀목이 되는 것일까?


남편이 받는 성적표는 최소 B+ 이상 줘야 할 것 같은데 나는 과락이 아닌가 싶다. 그는 늘 아내인 내가 행복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다. 그는 아내인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기 때문에 나의 감정적 소모를 가장 최소화하는 길을 열어 주었다. 그의 완벽한 희생 덕분이다.


반면에 나는 그의 행복을 위해 무엇을 했지? 생각해 보니 크게 기여한 부분이 없는 것 같다. 그가 장기출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후부터는 아침마다 샐러드로 신선한 야채를 섭취할 수 있게 돕는다. 야근이 당연한 그의 첫 식사는 건강한 집밥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또 그를 위해 무엇을 해주면 좋을까? 외모관리도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만간 그의 눈썹을 예쁘게 다듬으러 함께 간다. 아내가 신경을 써주니 내심 좋아라 한다.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변해가니 나에게도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그에게도 고요한 바람이 살랑이듯 불어온다. 물론 안심하는 순간 적이 쳐들어 오는 것처럼 긴장태세를 늦추면 안 된다는 것. 마음이 흐트러지면 어김없이 또 본래로 돌아가려는 습성이 있으니까 말이다.



사랑한다는 일은 그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 되고 나의 행복이 그의 행복이 되는 그런 것이 아닐까? 결혼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에야 부부의 사랑이 무엇인지 희미하게 깨달아 간다. 우리가 그토록 아팠던 시절이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듯 서로의 얼굴을 빛나게 해 주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제대로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했는지도 모르겠다.



+) 남편이 얼마 전 한 마디를 했다. "10년 넘게 살았는데 정말 적응이 안 된다. 너란 사람. 어떻게 몇십 년을 더 살지?“ 아내인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입 밖으로 나오면 또 티격댐의 원인이 될까 봐) '내가 항상 했던 생각인데.. 어쩜 그리 똑같니‘




주) 하나님 그래서 그러셨군요, 신애라, 2024, 규장


Dana Choi, 최다은의 브런치북을 연재합니다.


월       [나도 궁금해 진짜 진짜 이야기]

화. 토  [일상 속 사유 그 반짝임]

수       [WEAR, 새로운 나를 입다]

목       [엄마도 노력할게!]

금       [읽고 쓰는 것은 나의 기쁨]

일       [사랑하는 나의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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