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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Choi 최다은 Sep 10. 2024

피터팬이 어른이 되지 못한 이유

네 살 남짓 딸 아이랑 역할놀이를 하고 있었다.


딸: 신데렐라와 왕자님은 결혼을 했습니다. 자 이제 싸워 엄마! 꽥꽥! 야야야! 월월월! 신데렐라와 왕자는 계속 싸웠습니다.


딸아이의 적나라한 현실 반영 역할놀이에 잠시 말을 잇지 못하며 당시 부부싸움이 한창이었던 그 시절을 그대로 묘사하는 딸아이에게 미안하면서도 당황스럽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역할놀이를 아름답게 마무리해야겠다는 엄마인 나는 이런 말을 던진다.


엄마: 그리고 신데렐라와 왕자님은 화해를 했답니다. 사랑해 내가 잘못했어요! (딸아이 볼에 쪽쪽 입을 맞추며)


딸: 미안해요. 앞으로 잘할게요. 그렇게 신데렐라와 왕자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제 진짜 끝이야 엄마!


네 살 밖에 안된 어린아이는 엄마아빠의 결혼생활을 지켜보며 동화는 현실과 거리가 먼 판타지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많이 알려진 동화 속 주인공 피터팬은 어른이 되지 않고 평생 어린아이로 살아가는 다소 기이한 인물이다. 성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 환상적이지만 병적이다. 마치 피터팬이 요정가루 없이 날지 못하고 친구들 도움 없이 후크 선장을 이기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이제 잘 알고 있지 않나?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성숙하지 못한 제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는 어른이 많다는 것을,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역할을 하지 못할 때 가정이 그리고 사회가 병들어 간다는 것을 말이다.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성장을 거부하는 아이 같은 어른이 바로 피터팬을 가장 잘 묘사하는 것이 아닐까? 꽤나 유토피아적 사고에 치우친 나 자신에게 어쩌면 성장은 현실을 똑바로 이해하고 올바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대면하는 것이라 느낀다.


나는 여전히 어린아이와 같은 유아적 사고를 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어른아이 같다. 물론 대부분의 어른들 안에 어린아이가 살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겠지만,


세상에 대해 혹은 인간에 대해 이상적인 관념에 사로잡혀 사는 것이 건강하지 못한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잔인하고 어쩌면 악한 본성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감정이 침몰당해서 보기 힘들었던, 우울한 현실을 표현한 드라마나 영화를 조금씩 꺼내어 대면해 보는 모험(?)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시점이다. 적당한 작품인지 잘 모르겠지만 지인이 드라마 굿파트너를 추천해 주더라?




“있잖아 피터 너와 함께 모험을 생각해 봤는데 어른이 된다는 건 최고의 모험일지도 몰라.”  -영화 피터팬과 웬디 대사 중-


모험이라는 것은 위험을 무릅쓰고 어떠한 일을 한다는 의미이며 두려움을 기꺼이 극복하겠다는 용기이니까.  


가만히 보면 피터팬이 끝끝내 성장을 유예한 것은 결국 스스로 믿어주지 못한 이유가 아닐까? 어린아이 같은 어른에만 머물러 있는 것 또한 스스로를 슬픔과 아련함을 방패 삼아 자신을 속이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요정가루를 뿌리며 피터팬으로 살고 싶은 시절은 어릴 적 판타지로써 충분한 것이 아닌지 말이다.







Dana Choi, 최다은의 브런치북을 연재합니다.


월       [나도 궁금해 진짜 진짜 이야기]

화. 토  [일상 속 사유 그 반짝임]

수       [WEAR, 새로운 나를 입다]

목       [엄마도 노력할게!]

금       [읽고 쓰는 것은 나의 기쁨]

일       [사랑하는 나의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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