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하게 나 자신이 되어보기

비우고 또 비우기

by Dana Choi 최다은

내면의 소리들이 아우성이다. 시끌시끌한 동네 장터처럼 뭐 하나 집중할 수 없는 웅성거림으로 주의가 산만하다. 시선을 머무는 곳곳에 정리되지 않은 그릇과 쌓아 놓은 책들, 아이가 어질러 놓은 물건들이 펼쳐진 거실까지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아침 운동을 하지 못하고 글쓰기 루틴으로 대체하였더니 천근만근 몸이 무겁다. 개운하지 않은 몸이 쉬자고 재촉하기에 집안 정리는 늘 뒷전이다. 뒤죽박죽 된 마음도 몸도 집안도 모두 하나같이 나에게 외치는 듯하였다. 지금은 버리고 또 버리고 비우고 또 비울 때라고!


서재 방에 있는 책들을 살펴보기 시작한다. 오랜 시간 한 번도 집어 들지 않은 책은 영원히 읽지 않는다. 버린다. 아이가 어릴 때 읽었던 육아 서적들 모두 버린다.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샀지만 읽지 않는다. 필요하지 않은 책을 사는 것도 마치 옷을 쇼핑하듯 욕구만을 채웠다. 버린다.


집에서 쓰는 책상이 두 개나 있는데 하나는 방에 하나는 부엌 근처에 있다. 테이블을 버리지 못해서 부엌과 세탁기 사이 공간에 떡하니 두고 책상으로 쓰고 있었는데 동선도 불편할 뿐 아니라 양쪽 책상에 쌓여가는 책들을 보니 불현듯 화가 치밀어 오른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왜 버리지 못했을까? 이번 연휴 동안 해야 할 일은 단 한 가지뿐이다.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고 또 버리기.


부엌에 있는 그릇이나 냄비 같은 경우는 결혼 10년 동안 변화 없이 그대로인데 책과 옷에는 욕심이 많아서 꽂히면 충동적으로 사는 습관이 있다. 싹 뜯어고치고 싶다. 대대적으로 버리는 작업을 하게 되면 어리석음을 깨닫는 시간이 올 테니까.


정리 정돈의 핵심은 버리는 것이다. 내면 정리의 요지도 비우는 일이다. 가득 채웠던 욕심과 욕구가 이별을 준비한다. 얘들아~찾더라도 다가와 주지 않았으면 좋겠어. 한 번에 이별하기는 싫은가 보다. 미련이 남아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차근차근 필요 없는 물건들을 버리자. 버리면서 리스트를 적어보기로 한다. 버린 기록들을 책상 앞에 붙여두고 마음을 다잡아 보자.


버리는 물건만큼 마음도 비워지기를 소망한다. 비우는 기록만큼 지혜로워지기를 바란다. 비우고 또 비우는 시간만큼 본질이 또렷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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