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의 두 얼굴
“진심은 마음속에 있고, 언어를 통해 끄집어내는 거라고 믿었는데 일단 너저분하게 이런저런 말들을 늘어놓은 다음에 거기서 진심을 찾는 게 시 같았다.
(중략) 나도 모르는 말들을 미친 듯이 쏟아냈는데, 뱉고 나니, 거기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그래서 진심은 너저분한 거구나 싶었다.”
_문보영, 『일기시대』,
사람들은 실제로는 진심을 만나고 싶어 해요. 진심. 내 상사라 해도, 내 배우자도, 또 나와 같이 일하는, 나를 어쩌다 한 번씩 만나는 식당에 어떤 사장님도, 스쳐 지나가는 존재라고 해도요. 진심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너무너무 그리워하고 좋아해요.
_김창옥, 어느 강의 중
문보영 작가는 진심을 너저분한 것이라 하고 김창옥 교수는 사람들이 진심을 만나고 싶어 한다고 한다.
진심의 사전적 의미는 ‘거짓이 없는 참된 마음, 참되고 변하지 않는 마음의 본체‘이다. 어쩌면 참되고 진실된 마음이 매우 귀한 것이기에 사람이 그토록 붙잡고 싶은 것이 아닐까?
그런데 여기서 매우 모순적인 것은 그 진심을 들여다볼수록 너저분한 것이라는 문보영 작가의 말 또한 공감하는 바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처럼 나 자신의 마음도 도무지 알 수 없을 때가 많은데 타인의 속마음은 어찌 알까?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선한 사람은 너무 악한 사람이라는 것을…
#사귐의 지혜
최근 일하는 직장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가며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말이다. 사람을 알려고 하지 말고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그 자체로 괜찮다. 그렇게 보려는 태도를 갖자.
미리 나서서 챙기는 사람은 상사에게는 좋은 직원이지만 같이 일하거나 부하직원들에게는 까탈스럽고 피곤한 상사가 될 수 있다. 장점과 단점이 어쩌면 하나라는 생각. 계획과 절제에 능한 사람이 유연한 사고에 약하고 즉흥적인 사람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강하다는 것이다.
사귐에 있어서 타인의 장점이 그림자처럼 데리고 오는 단점을 내가 얼마나 감당하고 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사람은 단 시간에 알 수 없기에 오래오래 보아야 한다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도 여러 경험들로 알게 되었으니까,
#타인을 꽤 뚫어보는 통찰
나이와 상관없이 생명력이 느껴지는 분들이 있다. 칠순을 훌쩍 넘긴 분들이 새로운 배움에 있어 초롱초롱한 열정이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따뜻하면서도 강인한.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 속에 영민함이 느껴지는 이들. 스치는 인연인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분들은 나를 보면 어떻게 자라왔는지 어떤 인격을 가지고 있는지 어떠한 성향의 사람인지 짧은 시간에 파악이 되시는 듯하다. 그 정도 연륜이 되었다고 모두가 그런 것을 아닐터인데.
누군가는 관계에 지쳐서 자연스럽게 굳어진 표정으로 단단한 갑옷을 입고 살아가고 누군가는 깊은 상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타인에게 친절을 베푼다.
힘들고 아픈 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어쩌면 그 쓴맛을 뱉어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은 매우 큰 선물을 받은 사람일 수도 있겠다.
타인을 깊이 꽤 뚫어보는 통찰은 어쩌면 오랜 시간 파도에 바위가 깎이듯 고단한 인생길의 흔적이 아닐까? 사무치는 아픔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시간의 열매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