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듯하지 않은 아름다움
2012년 12월 23일. 강남역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치고 있는데 본인이 생각해 둔 레스토랑이 사라졌다며 상기된 목소리로 다시 알아보고 연락하겠다던 첫 통화. 1층에서 기다리다가 나를 보더니 바로 유리문을 열어주던 (사진으로 미리 보고 얼굴 알고 있었던) 그 찰나. 기대를 하지 않았던 덕분인지 생각보다 키도 크고 멀쩡하게 생겼네라는 첫 느낌. 꽤 오랜 시간을 폭풍처럼 대화했던 시간들. 대식가인 남편이 그날은 파스타 반도 먹지 못한 기록을 남긴다.
엄마에게 전화하니 “너 목소리 흥분돼 있어” 진정시키며 잘 알아가고 만나보라며 걱정 어린 코멘트 주신 기억까지. 그 하트로 가려져 있던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인 상태는 4개월 만에 결혼을 결정하고 정확히 11개월 만인 다음 해 11월 23일 식을 올리는 것으로 해피엔딩인 줄 알았던.
션이 말하지 않았던가 "결혼은 원석과 원석이 만나 보석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내가 찾은 원석이 나를 만나 보석이 되어가는 과정을 본다면 동시에 나라는 원석이 보석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함께 누린다면 결혼은 정말 신나는 일이다."라고.
이 말을 마음 깊이 공감하기까지 십 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신속히 깨달을수록 지혜인 것을 지나 봐야 안다. 왜 그때는 알지 못했을까?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을 잘 못했다고 생각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남자인 줄 알았다면 하지 않았을 텐데. 나같이 괜찮은 사람이 왜 이런 사람을 만났을까? 이 생각이 지배할 때 나오는 결론은 이혼밖에 없다. 이혼 후 삶에 대해서 무지하면서도 단지 불행을 회피하는 최선책으로 유일하다고 단정했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 자체가 교만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여러 번 (보이지 않게) 맞았다. 인간의 교만은 옵션이 아니라 필수라는 말을 되새겨 본다. 교만은 결코 죽지 않는다. 살아가는 모든 시간 교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교만을 달래고 재워서 깨어나지 못하도록, 일어나 설치지 못하도록 늘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곱씹는다.
처음부터 아름다운 관계는 없다. 특히 결혼은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해지기까지 상처를 내고 아프게 하고 모나고 삐뚤거리는 시간들이 필요한 것 같다. 상처를 주지 않고 예쁘게 갈등하면 이상적이겠지만 불완전하고 부족한 인간이기에 서로에게 고통을 주는 시간들이 따라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박웅현 광고인이 말하지 않았던가 말짱한 영혼은 가짜라고. 상처 없는 영혼은 없다. 아픈 영혼이 아픈 영혼을 어떻게 감싸 줄 수 있을까.
우리의 관계는 늘 완전하지 않다. 서로를 상처 주고 서로를 사랑한다. 고작 10년이다. 앞으로 오랜 시간을 당신과 나는 수많은 비바람들과 함께 흔들리겠지. 이제는 그 시간을 회피하지 않을 것이다. 이상적인 삶이 아니라며 원망하지도 않겠다. 서로에게 완벽하지 않아서 빛이 난다. 반듯하지 않기에 우리는 아름다울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