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은 같은 눈높이에 서되, 같은 위치에는 앉지 않는 것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나의 아이나 잘 키워야지 하다가도 눈에 보이는 애정을 갈구하는 모습 속에서 또래 아이에 대한 애처로운 마음이 든다. 사랑을 충분히 받아야 하는 아이들에도 불구하고 여타 그 가정만의 상황이 어려워 사랑을 받지 못하는 듯한 안타까움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다면 내가 갖고 있던 안타까움이 연민이었을까 아니면 흔한 동정일까? 연민과 동정이 어떤 차이일까? 연민은 고통에 대해 안타깝게 여기고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인간의 고통의 보편성에 기반한 연대의 감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반면 동정은 우월감 혹은 거리감을 두고 상대의 고통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다. 동정은 상대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상대와 연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공감이 될 수 없다. 연민은 같은 눈높이에서 너와 내가 똑같이 연약한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며 너도 나처럼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다며 존중해 주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 문요한 글을 참고했다>
안타깝다고 생각하지만 연민보다 동정의 감정이 컸음을 인정한다. 우월감과 거리감을 가지고 상대의 고통을 절대 공감할 수 없다. 설사 연민의 감정을 느끼더라도 연민을 느끼는 것과 연민에 빠지는 것은 다르다. 고통 속에서 울고 있는 사람을 찾아 같이 울어주는 것도 공감이고 사랑이지만 같이 그 감정의 늪 속으로 들어가 버리면 둘 다 헤어 나올 수가 없다.
공감은 같은 눈높이에 서되, 같은 위치에는 앉지 않는 것. 상대의 생각과 마음이 전제되지 않은 공감은 자신이 만든 대본 안에서 누군가를 모르는 채 내 중심대로 판단하는 것이다. 우리가 연민에 빠지거나 동정에 머무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대부분 자기만의 상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공감이 참 어렵다. 값싼 동정심으로 눈물 흘리는 것이 공감은 아니라고 생각하니 진실되게 타인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비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자신이 가득한 세계를 떠나 타인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타인에 대한 진짜 관심이고 사랑이기에.
오늘도 관심의 중심이 내가 되지 않겠다 다짐해 본다. 굉장한 이기적인 마음을 갖고 태어나 오랜 시간을 살아온 나이기에 하루하루가 도전이고 순간순간이 쉽지는 않다. 나와는 완전히 다르지만 타인에게 배울 수 있다는 낮은 자세부터 연습하기로 한다. 언젠가 타인을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망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