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엄마 나의 롤 모델

엄마의 육아일기

by Dana Choi 최다은

고요한 새벽, 내 눈시울이 붉어진다. 나도 엄마라는 이유 때문일까? 아니면 이렇게 누군가에게 축복을 받으며 태어난 존재라는 것이 너무나 감사해서. 아니면 사랑하는 엄마에게 잘해드린 것이 없어 죄송한 마음일까? 엄마가 나를 낳았던 날, 1982년 12월 13일 그날의 기록을 생생하게 적어 놓은 일기를 읽고 있다.


엄마가 보시면 부끄럽다 하실것 같지만 친필 공개!


나는 아직 멀었을 거라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참았다. 그리고 오래 기다렸던 임신. 그 임신 초기에 뱃속 아기와 했던 약속. 너를 얻기 위해 어떤 고통이 따르더라도 네 이름을 부르며 참겠노라는. 그래서 열심히 아가를 불렀다. 10시쯤 의사가 내진을 해 보더니 진행이 생각보다 빨라 5cm 개대하고 11시쯤엔 아기 머리가 보인다고 힘을 주라고 한다. 침대 위 쇠를 붙잡고 힘을 주었다. 지시대로 길고 강하게 그리고 11:15AM쯤엔 분만실로 옮기다. 그동안 계속 봐주셨던 안 선생님이 올라오시고 계속 강한 힘을 준 후에 드디어 11:24 AM 우리 아가 울음소리를 듣다. 태변을 미리 배출한 후라 기도가 막히지 않았나 걱정했었는데 그 걱정도 잠시뿐 아가는 참 우렁차게도 울었다. 언뜻 보니 피부색도 좋은 것 같고 “딸 낳으셨어요” 선생님 말 뒤에 잠깐 아주 잠깐 밖의 그이와 시어머님이 섭섭하시겠구나 했을 뿐 순산한 것에 대해서 그리고 건강한 내 아가를 갖게 된 나도 이제 어엿한 엄마라는 것에 대해서 무한한 감사가 가슴 깊어서 솟구쳐 올랐다. “나 아기 낳았어. 예쁘고 건강한 딸을 낳았어.” 아무에게나 소리치고 싶고 그 고통을 늠름하게 견디어 냈다는 자랑도 서서히 피어올랐다. 운반용 차에 실려 입원실로 향하다 기다리던 그이와 엄마가 뛰어오신다. ”수고했어” 그이가 섭섭하든 말든 난 차에 실려가는 주제에 마구 노래라도 부르고 싶었다. “나 엄마 되었어! 나도 이젠 엄마가 되었단 말이야!" 그날 저녁, 아기를 보러 아가방에 가고 싶었지만 그이와 간호원이 만류해서 참기로 했다.


엄마는 나를 낳았던 날부터 100일이 지난 시점까지 종종 육아 일기를 쓰셨고 그 기록한 노트는 지금도 내 옆에 있다. 40년이란 긴 세월 동안, 엄마의 그 기록 속에 묻어나는 나라는 아가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엄마가 나에게 주었던 그 따뜻함을 2023년 현재에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반성이 된다. 내가 아가를 낳았을 때에 엄마처럼 감동했었던가. 아가를 낳고 바로 달려갈 생각을 했던 엄마와 달리 내 몸이 힘들어서 그날 밤은 아무 생각 없이 누워만 있었던 것 같은데. 엄마가 나를 처음 만난 날의 기록을 꺼내어 보며 나라는 존재를 우리 엄마의 딸로 보내주신 하나님께도 감사한다. 난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는데, 엄마는 나를 특별한 존재로 불러 주셨다. 엄마는 나를 세상에 유일한 존재로 키워 주셨다. 한 사람의 희생과 사랑이 또 다른 누군가를 특별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엄마라는 이름의 힘이다. 여전히 이기적이고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해 줄 수 없는 나는 아직 참 부족한 엄마라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사랑해 주신 기억을 우리 딸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주고 싶다. “너는 이 세상에 태어난 유일한 존재야. 그 누구 와도 대체할 수 없는 너를 사랑한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런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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