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고 싶은 날
빗방울들이 경쟁하듯이 쏴아아아아 쏟아져 내린다. 비 오는 날은 뒹구르르 하며 마음껏 시간을 허비하고만 싶다. 따뜻하게 내린 커피 한 잔과 음악과 함께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오롯이 나만을 위한 놀이터로 출발하고픈 로망을 뒤로하고 나가야 하는 일정이 있어서 운전대를 잡는다. 또르르 마음속에서 외치는 한 마디. 흑 나가기 싫다!
예전에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일주일에 한두 번 있으면 즐겁게 외출하고는 했는데 최근 몇 달 동안 약속을 잡는 것이 자의로는 잘 안된다. 사람들 속에 있다가 오면 모든 에너지가 쏘옥 빠져나가는 느낌이랄까. 집에 오면 힘이 쪽쪽 빠져 몸을 소파에 맡겨버리곤 하니까.
타고난 성격은 사회성이 매우 부족한 아이였고 어른이 된 지금은 누가 봐도 사람들과 잘 만나고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 간 듯했는데 주말마다 가족과 집에 있는 것을 보면 외출을 썩 좋아하는 기질은 아닌 것 같다. 외출할래 vs 집에 있을래. 상황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집을 더 선호하는 쪽이다.
여행을 하며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하겠다 싶다가도 꼭 외부에서 오는 자극이 전부는 아니니까. 딸아이도 주말은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기질이라 쉬고 싶어 한다. 예민한 아이는 학교를 다니는 것만으로도 많은 자극을 저항하며 이겨야 하는 에너지가 필요하니 존중해 주는 경우가 많다.
남편과 나에게 여행은 1년에 한 번 결혼기념일. 혹은 어쩌다가 얘기가 나온 경우 드물게 가게 되는 마이너 한 이벤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여행을 가자고 제안하는 사람이 둘 중 아무도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사는 것이다.
여행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라는 말이 딱 어울릴 만큼 자연을 향해 떠나는 것을 지독하게 사랑하시는 엄마와 함께 어린 시절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다. 중학교 때에는 해외로 눈을 돌리신 덕분에 일찍이 깃발을 따라가는 패키지 해외여행 1세대를 경험하기도 했다. 주말마다 나가는 것이 싫어 징징대며 끌려가던 시절이 있었다. 원래 나가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되어보니 집에 있는 것이 맞는 옷이었나 싶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어. 혼자서 책 보고 도서관도 가고 혼자서 사진도 찍고 미술전시도 보고 혼자서 드라이빙도 하고. 홀로 있을 때 채워지는 시간이 기필코 필요하다.
글을 쓴다고 꼬물꼬물 하게 되는 새벽아침. 나름 머릿속에 있는 생각 덩어리를 한 올 한 올 풀어내려고 한 참을 굴리고 나면 배가 고프다. 에너지 소모가 크다. 더욱이 집 밖을 나가기 싫은가 보다. 나가서 세상이야기, 사람 사는 것을 듣고 봐야 하는데 말이다.
오늘은 또 나가는 날이다. 하하하 특유의 밝은 기운으로 사람들과 즐거움을 뿜고 와야지. 나가면 또 세상 기쁜 사람이 되어 잘 지내고 오니까 말이다. 아무도 상상 조차 할 수 없는 속마음일 것이야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