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라도 걷자
잠을 푹 잤다. 몇 시간을 잔 거지? 몇 주 전부터 어깨가 뻐근하게 아파오기 시작하더니 두통, 최근에는 턱관절 통증이 다시 느껴진다. 타고나길 매우 안달하고 조급해하는 기질인데 나아졌다고 하지만 몸상태가 온전하지 않을 때에 두드러진다.
짜증도 많아지고 어딘가 거슬리고 불편한 느낌. 스스로에게 못마땅한 것인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답답한 것인지 둘 다 인지 아침에 일어나 글을 쓰는 것조차 즐겁지 않은 날이 온 것이다. 아뿔싸!
목표가 분명한 줄 알았는데 어떠한 것도 선명하게 보이지 않고 점점 무기력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 시기를 어떻게 지나갈 것인가. 무거운 마음이 지하 100층까지 뚫고 들어갈 기세.
진득해질 필요가 있다. 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마라톤 중에 느끼는 처음 시작의 설렘, 투지, 긴장, 기대하는 모든 것이 슬슬 제자리로 돌아가고 끝이 전혀 보이지 않는 외로운 싸움 중인 건가. 그런 거라고 치자.
책과 강연 100일 100장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글을 써야 하는데 이 또한 나를 숨 막히게 한다. 하기로 했으면 마치는 순간까지 해야 하는 성격 탓인지 중간 하차는 못하겠다. 솔직히 말하면 하루도 빠지고 싶지 않다. 시작했으면 끝까지 하고야 만다. 스스로 피곤한 성격이다.
타인에게는 꽤 너그러운 편인데 왜 자신에게는 매우 인색하기만 할까. 나 자신을 오롯이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이래도 허허 저래도 허허 모든 상황이 괜찮다고 자신에게 허용적이라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여전히 나 자신에게 힘이 많이 들어 가 있는 것을 발견한다. 나이니까 나라서 나이기에 해야 한다. 나 자신에 대한 기대가 높은 나라서 그런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한 넘치는 관심과 사랑이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
나만의 리듬을 뚫고 나아가는 법을 배우고 싶다. 그 흐름을 인지하고 그 높고 낮음과 달려야 할 때와 멈춰야 할 때를 흐름에 맡길 수 있는 영민함. 스스로를 잘 다스릴 수 있는 사람. 상상만 해도 멋지다.
느리게 라도 걷자. 자신의 흐름을 민첩하게 알아채는 능력이 부족하니 엎어져서 화만 내지 말고 일어나자. 걷다 보면 또 알게 되겠지. 느리게 걷다가 보이는 것이 있겠지. 야무지게 아픈 두뇌도 어깨도 턱관절도 금세 나아질 수도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