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이 영민하게 늙어가기

언제쯤이면 작은 일에 흔들리지 않게 될까

by Dana Choi 최다은

3일 연속 병원이다. 아이가 페라미플루 수액을 맞고도 39도 고열이 난다. 이번 독감이 매우 독한 건지. 아이 아빠는 장기 출장 프로젝트 일을 미리 시작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아이 간호는 오롯이 엄마인 나의 몫이다. ​


어제 해열제 챙겨 먹이라는 말을 하는데 순간 본인이 할 수도 있는 일을 엄마인 나에게 하라는 말이 서운하다. 회사 업무로 고군분투하는 것은 알겠는데 아이가 아플 때 엄마인 나만 부모인가? ​


어차피 2주 후면 멀리 출장을 가니 그동안 사이좋게 지내다가 훈훈하게 이별해야지 마음을 먹었기에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3일째 아침 일찍부터 병원에 와서 많은 사람들 속에서 대기하며 두통에 괴로워하는 아이를 안아주고 토닥이는 일이 혼자 할 수 없는 일은 아니지만 어쩐지 외롭고 기운이 빠진다.

밤새 일을 하며 새벽에 잠드는 패턴을 평생 가지고 사는 남편에게 루틴을 모두 바꾸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가정 경제를 오롯이 책임지겠다며 달리는 남편이 고마우면서도 화가 난다.

어차피 몇 달은 혼자 아이를 돌보는 것이 나의 몫이 될 것이기에 예행연습이라고 생각해 보기로 한다. 아내의 불만과 서운함을 영리하게도 잘 눈치채는 남편이니 조만간 티를 내주며 사과를 받아야지.​


병원 대기 중에 숙제하듯 글을 쓰는 상황도 쉽지는 않다. 아이는 계속 어지럽다고 구토를 할 것 같다며 힘들어하니 말이다.​


언제쯤이면 부지기수로 지나가는 일들에 감정이 크게 동요하지 않게 될는지. 어제 화내지 않고 상대의 입장을 배려한 나 자신에게 위안해 주는 것이 맞는 건가? 이전보다는 성장했다며 다독이는 것이 옳다고 믿어야겠다. ​


어찌 됐든 감정을 분출하지 않았고 아이가 아픈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평온한 토요일을 보냈으니까. 그래, 그것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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