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숨 쉬는 하루
스마트폰만 있으면 비행기로 11시간이나 날아가야 하는 곳에서도 실시간 영상통화가 된다. 남편이 묵고 있는 숙소를 방, 부엌, 거실 벽난로 인테리어까지 구석구석 보여주며 소개한다. 딸아이와 나는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화면에 집중한다. 아침에는 30분 동네 조깅을 했다며 구글핏 인증을 보내준다. 시차 적응도 안되었는데 무리하지 말라는 잔소리가 자동 발사된다. 할리우드 힐이 멀찌감치 보이는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찍은 야자수 나무가 펼쳐진 장면을 본다. LA에 있는 것 맞구나! 실감이 난다.
얼마 전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려고 다짐을 하였건만 이처럼 편리한 물건이 없었다면 떨어져 있어도 함께하듯 소통이 불가능했을 터. 며칠새 이 물건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은 간사한 나의 마음 탓이겠지. 같은 공간에 머물러 있을 때에는 이 정도로 빈번하게 하루 일과를 나누지는 않았는데 멀리 있는 것이 잘 느껴지지 않을 만큼 우리의 마음들이 부지런히 노력하는 중이려니 싶다.
스스로 봐도 웃긴 것은 이사 와서 3년 넘게 한 번도 써보지 않았던 현관문 걸쇠를 잠그고 잠을 청한다는 것이다. 딸아이가 의아해하며 묻는다. "엄마 그거 왜 하는 거야?" "응 이렇게 해 놓으면 아무도 들어올 수 없으니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청소에 대한 감각이 예민한 편이 아니라 늘 먼지는 남편 눈에만 잘 보였는데 총책임자 부재로 인해 내 눈에도 보이기 시작한다. 오늘은 청소의 날이다. 아이가 등교하면 해야 할 일들을 재빨리 마무리하고 부엌부터 화장실까지 깨끗하게 치워야겠다며 스스로 다짐해 본다.
딸아이랑 잠들기 전에도 꼭 기도를 한다. 종종 피곤하다는 핑계로 잠이 들었는데 기도하고 또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기 시작한다. 덕분에 가족뿐 아니라 생각나는 사람들 위해서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어 기쁘다. 누군가를 위해 기도해 주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이 나에게 전달되어 함께 아프고 함께 기쁘다.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들을 주셔서 감사하다.
나의 글을 찾아보니 10월 12일에 24시간 단식을 했더라. 그 당시에는 영혼이 답답하여 비우고자 하였는데 오늘은 몸이 무거워 하루 물과 티만 마시고 (아메리카노 가능) 비워내기를 해 보려고 한다. 몸이 무거우면 마음도 함께 축축 늘어지는 스스로를 잘 알고 있으니까. 허기진 그 찰나의 순간을 잘 이겨낼 수 있기를. 성공 뒤에 가벼워진 몸을 상상해 보며 본능과 싸워 승리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