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을 때의 귀함
환송객 입장 불가 라인에서 굿바이 하는 순간 딸아이가 눈물을 흘린다. 아빠. 아빠 보고 싶어. 아이가 우니까 성급히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이내 멍한 마음이 든다. 이제 당분간 안녕이구나. 마음을 달랠 호사를 누릴 새도 없이 하필 차에 기름이 똑 떨어진 상태이다. 어두컴컴한 밤에 주유소를 찾아야 한다. 공항 근처를 검색해서 갖고 있는 카드가 할인되는 브랜드를 클릭. 차 한 대 없고 인적이 드문 어딘가로 안내하는데 덜컥 겁이 난다. 불길한 예감은 적중하며 8km 넘게 돌아온 곳이 문을 닫았다. 아뿔싸!
할인은 중요치 않다. 가장 가까운 곳, 제발 이 시간에 오픈하는 곳이길 마음속으로 기도하며 드디어 발견. "사장님~ 가득 채워주세요." 조금씩 나누어 넣었다가 이런 낭패를 보았으니 오늘은 기름을 끝까지 채워버린다. 이 차가 딸아이와 나를 지켜 줄 거라는 심정에 기대고 싶었을까.
캄캄한 밤 도로 한가운데 홀로 달리는 듯한 외로움이 밀려오기 전에 딸아이가 흐느낀다. 아빠. 아빠. 보고 싶어. 괜찮아. 괜찮아. 아빠 금방 오셔. 엄마랑 같이 재미있게 보내자. 그러다 보면 아빠 또 오셔. 운전하며 아이를 달랜다.
공항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여러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 남편과 사별한 친구, 남편과 헤어진 지인. 나는 잠시 떨어져 있는 것뿐인데 그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나는 기한이 있지만 그들은 얼마나 공허했을까 갑자기 마음이 아려온다. 괜스레 미안하다. 누구도 공감해 주지 못하기에 얼마나 외로웠을까..
아이는 이내 잠이 들고 엔진이 돌아가는 소리만 들려오는 차 안이 적막하다. 이제야 마음 놓고 이별을 실감한다. 힝. 눈물이 난다. 깜깜한 밤이라 눈물이 앞을 가리면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 다시 꾹 참아본다. 안전하게 집에 도착. 현관문을 열었을 때 그이가 없다. 딸아이는 아빠가 없어~ 흑흑. 잠시 재미있는 티브이 볼까? 아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틀어놓고 찍었던 사진들을 찬찬히 바라본다.
씻고 얼른 자기로 한다. 자기 전에 엄마랑 아이와 손을 잡고 기도한다. 아빠를 위해 기도하다 우리를 위해 기도하다가 또 가족을 위해 친구들을 위해. 기도하다 보면 생각나는 사람들을 위한 기도가 꽤 오래 이어진다. 우리의 첫날은 이렇게 마무리되어 간다.
잠시 이별이지만 소중한 가족과 떨어진 다는 것이 어떤 마음인지 조금이나마 헤아려지는 시간이다. 곁에 있을 때는 모르는 어리석은 인간이여. 건강을 잃어봐야 건강의 소중함을 알듯이 가족과 잠시 이별해야 그의 소중함을 깊이 깨닫는 것처럼. 시간이 허락된 오늘도 귀하게 여겨야지. 하루하루 고이고이 머물다가 보면 다시 만나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