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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discovers Jan 08. 2023

왜 서른 살이 되는 것이 두려운 걸까

2023년 1주의 영화 페이지

2023년 1주의 페이지: 1. (영화) «Tick, Tick... Boom! 리뷰(스포일러 있음)


과거 유튜브 <College Humor>라는 코미디 채널에서 아래의 두 에피소드를 본 적이 있다.


첫 번째 에피소드. “Am I Doing Nothing With My Life?(나는 내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걸까?)”. 연말에 친구들을 만나 올해 있었던 일을 얘기한다. 승진, 이직, 창업한 친구부터, 세계여행, 약혼, 다이어트 성공, 방 리모델링 등,  모두 무언가 하나씩 이뤄냈는데, 난 올해 “잘 지냈다” 정도.


두 번째 에피소드. “8 People Who Have Accomplished More Than You At Every Age(각 나이에서 너보다 더 성공한 8명의 사람들)”. 모차르트는 8살에 첫 번째 심포니를 작곡했고, 알렉산더 대왕은 20살에 세계를 정복했으며, 우사인 볼트는 26살에 올림픽 기록을 깼고, 유리 가가린은 27살에 우주에 갔는데, 너는 뭐 하는 거야? 그런 내용이다.


영화 리뷰 안 하고 웬 뜬금없는 유튜브 코미디 얘기냐 할 수 있지만, 모두에게, 혹은 세상에게 뒤처진다는 두려움은 많이 이야기되지는 않아도, 분명 무겁고 모두가 느껴본 감정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영화로 돌아와서, “tick, tick… BOOM!/틱, 틱... 붐!”은 조나단 라슨 뮤지컬 감독의 실화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영화이다. 조나단 라슨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더라도, “Seasons of Love”라는 노래는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 영화는 우선적으로는 브로드웨이의 방향성을 바꿨다고 평가받는 조나단 라슨 감독에 대한 트리뷰트기도 하지만, 또한 청춘을 살고 있는 이 시대 모든 사람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기도 하다.


나 역시 30살이 가까워지고 있는 사람이자, 스스로 아티스트는 아니지만 예술문화 분야 학생인 데다가, “보통의 안정적인” 길에서 벗어나 해외 유학을 와 있는 사람으로서, 매달 내야 하는 비싼 월세 걱정부터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까지,,, 조나단이 느끼는 감정에 공감할 수 있었다. 틱… 틱… 틱… 그게 무엇인지도 모르겠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에 맞서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며 심장 졸이는 기분. 난 더 이상 아이가 아니기에, 주위 사람들도 꽤 나이가 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여러 사회적 불안정성으로 인해 그들이 언제 떠날지 알 수 없다. 혹은 그 폭탄이 나 스스로의 죽음일 수도 있다. 실제로 조나단 라슨 감독은 결국 성공했지만, 그의 최고 히트작인 <Rent>가 상영되는 첫날 그는 오진으로 인해 악화된 병세로 목숨을 잃었다. 시간이 부족하다, 시간이 부족하다. 그 끝이 언제인지 모르지만, 나에게 시간이 부족한 기분. 꼭 무언가를 “이뤄내야만” 멋진 삶이라고 느끼기 때문 아닐까?


우리 사회가 왠지 몰라도 “30세”라는 나이에 어떠한 약속 같은 제한을 걸어놨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30세쯤이면, 결혼이든, 성공이든, 물질적 부유함이든, 안정감을 찾아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 30세 후에는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사실 30세면 아직도 모르는 게 많고, 에너지도 넘칠 땐데 말이다. 요즘 30세는 애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긴 하지만, "20대=청춘"이라는 공식이 사람들 마음속에 아직도 깊게 박혀있지는 않은가 반문하게 된다. 10대는 양육되는 시기, 20대는 청춘을 즐기는 시기, 30대는 성숙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하는 시기, 40대는 부모가 되는 시기, 50대는 은퇴를 준비하는 시기, 60대는 노후를 즐기는 시기, 70대 이후부터는... 가족의 짐? 특정 나이대와 특정 사회 역할을 연결시켜 생각하는 것은 편견의 기초가 되며, 개인의 수준에서는 불안의 기초가 된다.

"And In Eight Days, My Youth Will Be Over Forever. And What Exactly Do I Have To Show For Myself?"

조나단도 말한다. 조나단은 다름에 대한 수용성이 부족했던 90년대에 청춘을 보낸 사람이기 때문에, 지금과 생각하는 방식이 다를 수는 있지만, 그는 말한다, “8일 후면 (30살 생일이 되어) 내 청춘은 영원히 끝나고 만다. 그러면 나는 무엇을 증명할 수 있지?”

"You Get To A Certain Age, And You Stop Being A Writer Who Waits Tables, And You Become A Waiter With A Hobby."

“특정 나이가 되면, 넌 더 이상 주말에 서빙을 하는 작가가 아니야, 취미를 가진 웨이터가 되는 거지”. 그렇다, 우리 사회는 특정 나이(아마 30세)부터는 꿈조차 응원해 주지 않는다. 우리는 무서워한다. “청춘”을 도전에 대한 변명처럼, 실패에 대한 까방권처럼 사용하곤 하기 때문에. 그 “청춘”이 끝나기 전에 어디든지 도달해 있지 않으면, 그 후에 찾아오는 비난과 질책이 두려워진다. “도전하는 한 청춘이다”라는 말이 허물 좋은 말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주위 사람들 시선을 왜 신경 써?”라는 말조차 기만일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현실의 무게는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 법이고, 잃을게 많아 두려움은 커지는 법이니까.


하지만 영화의 제목처럼 매일매일 시한폭탄이 터지기를 기다리는 마냥 산다면, 그것만큼 절망적인 삶도 없을 것 같다. 30살이든, 50살이든, 아니 더 후에도, 내 꿈이 완성되는 날이 올 수 있고, 오늘 하루를 의미 있게, 희망차게 산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하지 않을까? 조나단 라슨 감독처럼, 꿈이 이뤄졌어도 몇 년 뒤에 돌연사할 수도 있는 거고, 꿈이 노년에 되서나 이뤄지는 사람도 있다. 인생은 어떻게 될지 전혀 예측 불가능 하지만, 그 불안감 때문에 매일 같이 시한폭탄의 초침소리를 상상하며 사는 삶보다는, 내가 사랑하는 것이 뭔지, 내게 중요한 게 뭔지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며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것이 인생을 사는 건강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서른 살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한 <30/90>, 일요일 브런치 다이너에서의 모습을 그린 <Sunday>, 소통에 갈팡질팡한 연인의 갈등을 그린 <Therapy>, 그리고 보헤미안스럽고 자유로운 멜로디의 <Boho Days> 넘버가 너무 명곡이다. 조나단 라슨 감독의 모습을 굉장히 디테일하게 연기해낸 앤드류 가필드의 연기도 인상 깊었다.


또한, 제목에 걸맞게, 영화 내내 굉장히 불안한 주인공의 상황과 상태를 훌륭하게 연출해낸 영화였다. 주인공의 상황이 너무 혼돈 그 자체여서 보면서 마음이 아파지기도 하고, 실화 베이스기 때문에 어떤 극적인 breakthrough는 없지만, 주인공이 고난을 겪으면서도 스스로의 마음을 바로잡는 과정에 스스로를 이입해서 본다면, 감동을 느낄 수 있고 내 상황도 응원받는 느낌이다. 스스로 뒤처졌다고 느껴지거나 시간이 모자라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 번쯤 보길 추천하는 영화다.


언젠가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보는 게 버킷리스트다. <맘마미아!> 나 <해밀턴>을 보고 싶지만, 조나단 감독의 <Rent>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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