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이마셨다면, 멈출 줄도 알아야 한다.

1월 27일

by 김단아

오늘은 일이 조금 많은 하루였다. 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싶다는 마음에 독서도 하고, 취미도 챙기고, 운동까지 이것저것 욕심을 내다 보니 저녁이 되자 몸이 먼저 퇴근해 버렸다. 계획표는 꽉 찼는데 나는 약간 비어버린 기분이었다. 그래서 아이를 재운 뒤, 밤 아홉 시쯤 명상을 시작했다. 예전의 명상이 ‘해야 하는 숙제’였다면, 요즘의 명상은 지치고 힘들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쉼’이 되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했다. 마치 어릴 적엔 억지로 먹던 콩나물국이 어느 날 갑자기 속 풀리는 음식이 되는 것처럼. 지쳐서인지 육퇴 후에는 우울감도 살짝 몰려왔다. 남은 시간을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괜히 공허했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뭔가를 했더니, 더 이상 할 것이 없어서 생긴 공허였던 것 같다. 그 순간 명상이 떠올랐고, 명상이 이렇게 나를 쉬게 하는 자리로 바뀌었다는 사실이 은근히 기뻤다.


오늘 명상에서는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사이, 잠깐 멈추는 그 순간에 집중했다. 호흡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는 지점에서 잠시 멈췄다가 자연스럽게 내뱉는 그 짧은 틈을 바라보다가, 오늘 하루처럼 너무 많은 것을 해내느라 지치는 날들이 떠올랐다. 숨을 들이마시기만 할 수 없듯, 삶도 계속 채우기만 하면 언젠가는 숨이 찬다. 더 이상 들이마시기 힘들 때는, 억지로 한 번 더 욕심내기보다 이렇게 잠시 멈추고 내쉬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이마시기만 할 수 없는 것처럼, 내쉬기만 할 수도 없다는 사실. 그 사이 어딘가에 멈춤이 있다는 것이 오늘 명상의 가장 큰 발견이었다. 나는 그동안 너무 자주 ‘더 하자’ 쪽으로만 몸을 기울여 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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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잘 살고 있다고 믿던 삶에서 잠시 벤치로 내려와, 다시 숨의 속도를 배우고 있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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