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빼도, 힘이 나는 날

2월 1일

by 김단아

오늘은 집에 좋지 않은 일이 생겨 마음이 많이 무겁고 슬픈 하루였다. 너무 갑작스럽고 현실감이 잘 느껴지지 않아, 꿈속에 들어와 있는 사람처럼 멍한 시간도 있었다. 몸도 마음도 동시에 지쳐서, 그냥 이 하루를 통째로 건너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예전 같았으면 침대에 누워 잠으로 현실을 덮어두려 했을 것이다. 현실은 눈을 감으면 잠깐 사라지니까.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명상이 먼저 떠올랐다. 일부러 정신을 차려보려고, 도망치지 말고 이 상황을 제대로 마주해보려고 조심스럽게 용기를 냈다. 완전히 괜찮아진 건 아니지만, 최소한 등을 돌리지는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오늘의 나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명상을 하며 과거의 걱정과 미래의 불안을 잠시 내려두고, 지금 이 순간에만 머물러 보려고 했다. 그렇게 현재에 집중하니, 여전히 힘든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내 마음의 각도가 아주 조금 달라졌다. 상황은 그대로인데,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살짝 옮겨진 느낌이었다. 명상 중에는 내가 바라는 의도를 다시 한 번 떠올리며 조용히 빌어보았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명상은 늘 힘을 빼는 연습인 줄 알았는데, 어떤 날에는 오히려 다시 힘을 내게 해주는 시간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래서 지치고 힘들수록 명상이 더 필요하겠구나 싶었다.


오늘은 미소 명상도 함께 해보았다. 하루 종일 웃을 일이 없었던 얼굴에, 억지스럽지 않은 아주 작은 미소를 얹어보니 마음 어딘가에 미약하지만 분명한 불이 하나 켜지는 느낌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웃음은 늘 상황이 좋아서 나오는 게 아니라, 살아보겠다는 의지 같은 걸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나는 힘든 날이라고 해서 나 자신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바람을 품는다. 괜찮아지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며, 숨 하나, 미소 하나로라도 다시 중심으로 돌아오는 쪽을 선택하고 싶다. 모든 걸 해결하려 애쓰기보다, 오늘 하루를 견뎌낸 나를 먼저 돌보는 사람이 되기로 한다.
나의 비전은 삶이 크게 흔들리는 날에도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슬픔과 어려움이 와도 그것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나를 다시 세울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사람. 명상을 통해 힘을 빼는 법과 힘을 내는 법을 동시에 배워가며,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지금 그대로도 충분히 잘 버티고 있다”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살짝 묻고 싶다. 오늘 당신은, 너무 힘들다는 이유로 자기 자신을 혼자 두고 있지는 않았나요? 지금 이 순간, 아주 짧은 숨 하나라도 당신 편으로 쉬어줄 수 있을까요.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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