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 속 동물들은 왜 다 가만히 있질 않을까

by 김단아

민화 속 동물들은 대체로 가만히 있질 않는다. 잉어는 뛰어오르고, 새는 날고, 나비는 쉴 새 없이 오간다. 개구리조차 그냥 앉아 있는 법이 드물다. 자세히 보면 앉아 있긴 한데, 얼굴이 영 편하지 않다. 금방이라도 할 일이 떠오를 것 같은 표정이다. 쉬고 있는 것 같아도 완전히 쉬지는 않는다.


민화를 처음 볼 때는 이게 조금 우습다. 물고기는 물속에서 좀 쉬어도 될 것 같은데 계속 점프를 하고, 새는 잠깐 내려앉아도 될 텐데 늘 날개를 반쯤 펴고 있다. 마치 모두가 각자 사정 하나쯤은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민화의 동물들은 왜 이렇게 바쁠까.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민화에서 생명은 멈춰 있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민화는 정물화가 아니다. 예쁘게 놓아두고 “아, 좋다” 하고 끝나는 그림이 아니다. 민화 속 존재들은 대부분 ‘지금 살아 있음’을 증명하듯 등장한다. 그래서 정지보다 동작이 많고, 휴식보다 움직임이 앞선다.


잉어는 그냥 연못에 있지 않고 꼭 위를 향하고, 새는 나뭇가지에 앉아 있어도 곧 떠날 사람처럼 자세를 잡는다. 이건 사실적으로 잘 그리려다 실패한 결과도 아니고, 기교를 몰라서 생긴 어색함도 아니다. 민화에서 중요한 건 ‘그럴듯해 보이느냐’가 아니라 ‘아직 숨 쉬고 있느냐’였다. 그래서 동물들은 조금 과장되고, 조금 부산스럽다. 가만히 있으면 그림 속에서 바로 생을 마감해버릴 것처럼.


생각해보면 이 바쁨은 당시 사람들의 삶과도 꽤 닮아 있다. 조선 후기의 민화를 그렸던 사람들, 그리고 그 그림을 집에 걸어두었던 사람들 역시 그렇게 여유로운 사람들이 아니었다.


오늘 하루를 무사히 넘기는 것, 내일을 조금 더 나은 쪽으로 기대해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하루치 에너지를 다 써야 했다. 그래서 민화 속 생명들은 늘 움직인다. 뛰고, 날고, 오르고, 바라보고, 기다리는 자세조차 긴장되어 있다. 그 모습은 어쩌면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멈추지 않는 한, 아직 끝난 건 아니라고. 지금도 살아 있다는 건, 아직 뭔가를 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그래서 우리는 민화 속 동물들을 보며 괜히 마음이 복잡해진다. 바쁘게 사는 게 꼭 잘 사는 건 아닌 것 같으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더 불안해지는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민화는 그 불안을 애써 감추지 않는다. 대신 아주 태연하게 그려 놓는다.


뛰는 잉어를, 날개를 접지 못한 새를, 쉬는 듯하지만 완전히 쉬지 않는 개구리를. 그리고 이렇게 덧붙이는 것 같다. 바쁘게 사는 게 대단해서가 아니라, 살아 있다는 게 원래 좀 부산한 일이라고. 가만히 있어도 괜찮은 날이 오기 전까지는, 이렇게라도 움직이며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그래서 민화 속 동물들의 바쁨은 조급함이 아니라 생존에 가깝다.


그리고 그걸 보고 있는 우리는, 괜히 그림 앞에서 한 박자 더 오래 서 있게 된다. 혹시 지금의 내가 너무 바쁜 건 아닌지, 아니면 아직 살아 있으려고 제법 성실하게 애쓰고 있는 건지, 그 둘 사이 어딘가에 서 있는 자신을 슬쩍 떠올리면서.


KakaoTalk_20260127_221104900_01.jpg 민화를 그리는 준비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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