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는 왜 오래 봐도 질리지 않을까

by 김단아

민화는 이상한 그림이다. 처음 볼 때 엄청난 감동을 주는 그림은 아니다. 압도적으로 아름답지도 않고, 숨이 멎을 만큼 화려하지도 않다. 미술관에서 사람들을 한 줄로 세워놓고 “이 작품 앞에서는 꼭 멈추세요”라고 말할 타입도 아니다. 오히려 그냥 지나치기 딱 좋은 그림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지나친 뒤에 생긴다. 이상하게도 다시 보게 된다. 일부러 찾지는 않았는데, 눈이 또 거기로 간다. 그리고 그다음엔 조금 더 오래 보게 된다. 보통 그림은 몇 번 보면 충분해진다. 이미 감탄했고, 이미 이해했고, 이제는 기억 속에 넣어두면 된다. 그런데 민화는 그렇지 않다. 볼수록 새롭다기보다는, 볼수록 익숙해진다. 그리고 그 익숙함이 어느 순간부터는 편안해진다.


민화가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이유는, 이 그림이 애초에 감상용으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화는 특별한 날을 위해 걸린 그림이 아니라, 평범한 날을 견디기 위해 걸린 그림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고, 밥 먹다 말고 보고, 그냥 지나가다 한 번 더 보게 되는 그림. 그러다 보니 민화는 강하게 주장하지 않는다. 여기서 감동하라고 요구하지 않고, 이걸 느껴야 한다고 압박하지도 않는다. 대신 늘 같은 자리에 있다.


오늘은 제대로 안 봐도 되고, 어떤 날은 아예 안 봐도 되는 얼굴로. 민화가 질리지 않는 건 정보가 적어서가 아니라,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해석을 강요하지 않고, 집중을 요구하지 않는다. 보고 싶은 만큼만 보면 된다. 그래서 민화는 매번 다른 표정으로 보인다. 기분이 좋을 때 보면 괜히 웃기고, 지칠 때 보면 조용하고, 불안할 때 보면 묘하게 든든하다. 그림은 그대로인데, 보는 사람이 매번 다르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오래 곁에 두는 것들은 대부분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다. 매번 새롭지는 않지만, 없으면 허전한 것들. 자주 쓰는 컵, 늘 입는 옷, 말없이 곁에 있는 사람처럼. 민화는 그런 물건에 가깝다.


감탄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생활의 일부. 그래서 민화는 유행을 타지 않는다. 최신이 되려고 애쓰지도 않고, 뒤처질까 봐 조급해하지도 않는다. 애초에 경쟁할 생각이 없는 그림이다. 잘 보이기보다 오래 함께 있기를 택한 그림. 그래서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다기보다는, 질려야 할 이유가 없다.


민화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오늘은 대충 봐도 괜찮다고. 내일 다시 보면 된다고. 삶이 늘 집중해서 살아야 하는 건 아니듯, 그림도 늘 진지하게 볼 필요는 없다고. 그래서 민화는 우리 삶과 닮아 있다. 특별하지 않은 날들이 쌓여서 결국 인생이 되듯, 민화도 그렇게 그 자리에 남아 있다. 조용히, 오래, 질리지 않게.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는 우리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질리지 않는다는 건, 계속 새로워서가 아니라, 계속 함께 있어도 괜찮기 때문이라는 걸. 민화는 그 사실을,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그림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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