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정이 올라올 때 대체로 그것을 억누른다. 억누르지 않으면 감정에 휩쓸릴 것 같아서, 애써 눌러두고 아무 일 없다는 얼굴로 하루를 보낸다. 그러다 보니 감정은 사라지기보다 안쪽에 잠겨 있었던 것 같다. 요즘 내 안에 가장 깊이 잠겨 있는 감정은 슬픔과 우울이다. 처음엔 이 감정들이 나를 망가뜨리고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슬픔과 우울 속에서도 삶은 계속되고, 그 안에서도 꽃은 핀다는 말을 이 감정들이 전하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끝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메시지, 멈춤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움직임이라는 신호 같았다.
명상을 하며 감정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을 인정해보았다. 이 감정도 나의 에너지이고, 나는 그 감정 그 자체가 아니라 감정을 바라보는 의식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 말을 되뇌일수록 감정과 나 사이에 아주 얇은 공간이 생겼고, 그 틈에서 힘이 났다. 감정에 조종당하는 내가 아니라, 감정을 바라보고 다룰 수 있는 내가 된 느낌이었다. 감정은 여전히 있었지만, 나와 완전히 동일시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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