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은 언제부터 나를 시험했을까

by 김단아

유행은 계절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믿어왔다. 봄이 오면 색이 바뀌고, 여름이 오면 소재가 얇아지듯, 세상도 조금씩 옷을 갈아입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그 갈아입는 속도가 어느 순간 나를 재촉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언제부터였을까. 유행은 선택이 아니라 기준이 되었다. 어제까지 괜찮았던 옷이 오늘은 어딘가 낡아 보이고, 작년 겨울에 마음에 들어 샀던 코트가 이번 해에는 묘하게 촌스러워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데, 나는 이미 시험을 보고 있었다. 지금 입은 것이 ‘통과’인지 ‘탈락’인지 스스로 채점하면서.


유행은 대놓고 위협하지 않는다. 대신 아주 조용하게 질문한다. 아직도 그걸 입어? 그 가방, 요즘도 들어? 그 색, 이제 지났어. 그 질문은 타인의 입을 빌리지 않아도 충분했다. 화면 속 피드만 넘겨도, 쇼윈도 앞을 지나가기만 해도, 나는 알 수 있었다. 내가 조금 늦었다는 것을. 어쩌면 뒤처졌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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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잘 살고 있다고 믿던 삶에서 잠시 벤치로 내려와, 다시 숨의 속도를 배우고 있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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