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 보이고 싶다는 말의 속뜻

by 김단아


“오늘 나 예뻐?”라는 말을 나는 가볍게 던지곤 했다. 농담처럼, 장난처럼. 하지만 그 말 속에는 늘 작은 떨림이 있었다. 사실은 확인받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아직 괜찮은 사람인지, 여전히 선택받을 수 있는 얼굴인지, 어딘가 뒤처지지 않았는지. 예뻐 보이고 싶다는 말은 단순한 꾸밈의 욕망이 아니라, 존재에 대한 불안에 가까웠다.


나는 오랫동안 예쁨이 능력이라고 믿었다. 단정한 옷차림, 세련된 가방, 잘 어울리는 색감은 나를 보호해주는 갑옷 같았다.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는 날에, 혹은 별다를 것 없는 평일에도 나는 신경을 썼다. 혹시라도 초라해 보일까 봐. 초라하다는 평가는 결국 사람 전체를 향하는 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쉽게 “관리 못 했다”는 말로 한 사람을 판단한다. 그 문장 속에는 게으름, 나태함, 자기 관리 실패 같은 단어들이 숨어 있다. 나는 그 낙인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예뻐 보이고 싶다는 말은 어쩌면 사랑받고 싶다는 말과 닮아 있다. 잘 보이고 싶다는 말은 밀려나고 싶지 않다는 말과 겹친다. 여자로 살아가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배웠다. 우리는 언제나 비교 위에 서 있다는 것을. 누가 더 날씬한지, 누가 더 세련됐는지, 누가 더 젊어 보이는지. 그 비교표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또 무언가를 샀다. 조금 더 괜찮아 보이기 위해, 조금 더 덜 흔들리기 위해.


하지만 옷장을 비우고 난 뒤, 나는 이상한 질문을 마주했다. 나는 정말 예뻐지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안심하고 싶었던 걸까. 누군가의 시선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시선 앞에서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나를 바라볼 때 가장 엄격했다. 거울 앞에서 한숨을 쉬고, 사진 속 내 모습을 확대해 보며 부족한 점을 찾았다. 그러고는 다시 생각했다. 귀걸이나, 옷 하나쯤은 사야 되지 않을까.


사실 예뻐 보이고 싶다는 말은 나를 미워하지 않겠다는 다짐과도 닿아 있다. 조금이라도 더 사랑스러워 보이면, 나 자신을 덜 책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도 충분히 애썼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쉽게 건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외형을 다듬는 일에 더 힘을 썼다. 바꾸기 쉬운 것부터 바꾸면서, 바꾸기 어려운 마음은 뒤로 미뤘다.


사지 않기로 선언한 뒤에도 예쁨에 대한 욕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욕망을 바로 결제하지 않게 되었을 뿐이다. 나는 이제 묻는다. 오늘 내가 원하는 것은 정말 새 옷인가, 아니면 위로인가. 오늘 내가 고치고 싶은 것은 실루엣인가, 아니면 자신감인가. 질문이 생기자 속도가 느려졌다. 느려지자, 보이지 않던 마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혹시 당신도 “예뻐 보이고 싶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본 적이 있다면, 그 말 속을 한 번 들여다보았으면 한다. 거기에는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우리는 단지 화장을 하고 옷을 고르는 게 아니라, 불안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나는 다른 방법을 연습해보려 한다. 더 사지 않고도, 나를 조금 덜 미워하는 방법을.






이전 02화나는 왜 늘 새 옷이 필요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