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가방이 자존감을 대신하던 날들

by 김단아

처음으로 명품 가방을 손에 들었을 때를 기억한다. 가볍지 않았다. 무게 때문이 아니라, 마음 때문이었다. 가격표에 적힌 숫자는 내가 쉽게 넘을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 특별해 보였다. 그 가방은 단순한 가죽이 아니라, 내가 이 정도는 되는 사람이라는 증표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날, 가방을 산 것이 아니라 확신을 산 것 같았다. “괜찮은 사람”라는 확신. “이 정도는 가진 사람”이라는 안도감. 그리고 무엇보다, 누군가의 시선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을 것 같은 기분.


명품은 생각보다 조용하다. 로고는 크지 않아도 충분히 보이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 알아봄이 좋았다. 아무 말 없이도 설명되는 느낌. 나를 소개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 마치 내가 조금 더 단단해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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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잘 살고 있다고 믿던 삶에서 잠시 벤치로 내려와, 다시 숨의 속도를 배우고 있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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