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쉰다는 것'은 어떤걸까?

by 김단아

딸에게 물었다. 너에게 쉰다는 건 뭐야? 문득 나에게도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으로 쉬고 있는지, 쉰다는 건 도대체 어떤 상태인지.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물 마시는 포즈를 취하며 말했다.

“물 마시는 거.”

그 단순한 대답이 이상하게도 마음에 오래 남았다.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는 것처럼, 쉬는 것도 그렇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일 수 있겠구나 싶어서.


그래서 다시 물었다.

"그럼 또 뭐가 있어?"

아이는 잠깐 고민하는 얼굴을 하길래 내가 먼저 말을 건넸다.

“혹시 TV 보는 거?”

아이는 금세 고개를 끄덕이며 “응!” 하고 대답했다.

나는 웃으면서 한 번 더 물었다.

"그럼 하나만 더 말해줄래?"

이번에는 조금 더 오래 생각했다. 나는 당연히 자는 거나, 가만히 있는 거 같은 내가 생각하는 쉬는 방식을 말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엄마 사랑하는 거.”

그 말을 듣는 순간, 잠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쉬는 건 멈추는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아이에게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쉼이었구나.

힘을 빼는 게 아니라 마음을 쓰는 일이 오히려 편안해지는 순간이었구나.

너에게 사랑은 힘이 드는 일이 아니라 힘이 풀리는 일이었구나.


그래서 나는 생각해본다. 나는 무엇으로 쉬고 있는지, 언제 마음이 가장 편안해지는지.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나에게도 쉼이 될 수 있는지.

어쩌면 나도 모르게, 사랑하는 순간에 가장 많이 쉬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고.

아이는 그렇게, 별것 아닌 질문 하나에 전혀 다른 답을 건네며 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나는 그 대답을 오래 붙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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