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공부를 하며
학원을 다녔다.
학원비는
내지 않았다.
대신
쉬는 시간마다
칠판지우개를 털었다.
수업 시간에는
글자들이
쉬지 않고 적혔고
나는
저걸
언제 다 지울지를
먼저 생각했다.
열심히 따라 쓴 말들은
칠판에서 떨어지는 분필가루처럼
내게서도
금방 떨어져 나갔다.
지우개를 털면
하얀 가루와
노란 가루가
공중에 떠올랐다
그 가루들이
숨을 타고
몸 안으로 들어왔다
수업이 끝나고
무표정한 얼굴로
자리에 앉아 있어도
내 안에서는
그 가루들이
계속 말을 하고 있었다.
배운 것보다
먼저 들어온 것이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