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잘 살고 있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IT업계에서, 게임업계에서, 엔터업계를 오가며 13년을 일했다.야근도 했고, 회식도 했고, 가끔은 회식이 끝나고 아침을 맞이하기도 했다.
그 시절엔 그게 꽤 재미있었다. 젊었고, 체력은 과신할 만했고,인생은 아직 나를 배신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한 칸짜리 자취방은 생각보다 넓었다. 혼자 먹는 저녁도, 혼자 보는 영화도 괜히 멋있게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다정한 사람을 만나 가정이라는 이름의 세계도 무사히 안착한 줄 알았다.
그러니까, 모든 게 잘 돌아가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쓰리아웃도 아닌데 포아웃이 선언되었다.
심판은 내 몸이었고, 나는 항의할 틈도 없이 벤치로 내려왔다.
불안장애, 공황장애, 폐소공포증, 그리고 우울증.
한꺼번에 들이닥친 그것들은 “지금 까지처럼은 안 된다”라고 아주 단정하게 말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유를 찾고 싶어 한다. 나 역시 그랬다.
어린 시절의 가정폭력, 서글펐던 가난, 사랑받지 못했다고 느꼈던 시간들.
하지만 나는 이제 그 모든 것을 굳이 하나의 원인으로 묶지 않기로 했다.
용서가 평온으로 가는 길이라 해서 모든 것을 용서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완벽한 인간은 없다는 사실 정도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가능한 한 나쁜 기억보다는 좋았던 장면 몇 개만 들고 살아보기로 했다.
이 글은 나처럼 어느 날 갑자기 인생에서 퇴장당한 기분이 든 사람들을 위해 썼다.
아니면, 시한폭탄처럼 지뢰처럼 마음속에 병을 숨겨두고
아무 일 없는 얼굴로 웃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힘들 때 관련 서적을 잔뜩 사서 읽어보기도 했고, 유튜브 영상도 끝없이 넘겨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아플수록 딱딱한 말들은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내 글은 조금 가볍게 쓰기로 했다.
가능한 한 유머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지금 마음이 어두워 미소 짓는 일조차 버거운 당신이 이 책을 읽으며 한 번쯤은 “피식” 웃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한 장 한 장 조금 편한 마음으로 넘길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