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는 왜 일부러 잘 그리지 않았을까?

by 김단아

민화를 보다 보면 이런 생각이 슬쩍 든다. 이건 일부러 이렇게 그린 걸까.


비례는 어긋나 있고, 원근은 거의 없고, 호랑이는 앞발보다 얼굴이 먼저 나온다. 솔직히 말하면 미술 교과서에서 배운 ‘잘 그린 그림’의 기준으로 보면 민화는 계속 탈락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보다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리고 그 지점이 민화의 핵심에 가깝다. 민화가 우리가 익숙한 회화 기준과 다른 이유를 두고 흔히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오해하지만, 같은 시기에 제작된 궁중회화나 문인화가 이미 높은 수준의 묘사력과 구성을 갖추고 있었다는 점을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러니까 민화는 못 그린 그림이라기보다는, 다른 기준을 우선한 그림으로 이해하는 쪽이 더 설득력이 있다. 민화에서 중요한 것은 형태의 정확성보다 의미의 전달이었다고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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