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부장은 뭐해요?]
올해 네 번째 고사가 끝이 났다.
(폭삭 늙어버릴 것만 같았던) 1학기 첫 고사(아래 참고)에 비하면 많이 적응했지만 그래서인지 또 이번엔 3학년 한 학년만 시험을 봐서 조금 마음을 놓아서였는지 첫날부터 회오리바람이 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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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를 치르면 애들 시험 보는 게 이렇게나 많은 자잘한 일들과 질문과 요청이 있나 싶다.
아! 갑자기 생각이 났나. 이번에 유독 더 정신없었던 이유가. 고사 첫날 둘째 날이 종합검사기간과 겹쳐졌기 때문이었다. 개학하고 조금 숨 돌리고 나서 거의 9월 들어서자마자 4년 치 출석부며, 평가자료, OMR카드, 서술형 답안지 등 점검한다고 애를 먹었다. 사실 출석부 점검은 학년부에서 맡아서 했고 평가 관련 서류도 교무샘들이 저마다 역할을 착착착착 해주셨지만 잘해주시면 잘해주시는 대로 뭐랄까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 데다가 출석부는 어떤가. 코로나의 끝물인 2021년부터 가정학습이고 체험학습이고 질병결석, 생리결석, 조퇴, 학년말 정신없이 이를 데 없는 그 장부를 다시 하나씩 들여다보고 증빙서류를 확인하는 작업이 꽤나 고역이었다. 사람이 하는 일 한 달만 해도 실수가 우수수 쏟아지는데 4년 치에서 안 나올 리가 있나. 그걸 어느 선까지 바로잡아야 하는지, 되돌릴 수 없는 부분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런 것들이 지저분하게 느껴졌다. 좀처럼 정리되지 않은 대강 얼기설기 어설프게 치워둔 먼지 쌓인 다락방에 다시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틀린 것을 찾아내는 것보다 그 해에 그 서른 명 안짝되는 학생들과 지지고 볶고 하며 한해를 난 담임선생님들의 고충의 한 일면 같아서 마음이 찌릿했다. 감동받았으면 됐지 여기서 시시비비 따지고 말이야.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여하튼 도장 빠진 부분, 서류 미비한 것은 가능한 선에서 교감샘이 전근 간 샘들 불러 도장 찍고 가게 했다.
그것도 우습다. 도장 하나 찍기 위해 먼 걸음 하고, 지금은 육아휴직인 샘 어렵게 오고.. 등등. 이 전자서명과 모바일뱅킹이 일상화된 세상에. 뭔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런 수고로움을 거치게 하는 것이 종합검사가 의도하는 과정 중의 일부인 걸까.
8:30
학부모시감으로 오신 학부모님 대기실로 간다. 교장감샘이 간단히 인사를 하고 나는 시감 유의사항을 제법 익숙해진 조교의 안내처럼 3-4분간 좌르륵 전달한다.
8:45-8:50
감독샘들이 시험지와 OMR카드봉투를 들고 입실하는지 확인한다.
+ 1교시 끝날 때쯤 학생 한 명이 몸이 안 좋아 보건샘이 가서 데리고 보건실로 갔다고 했다. 2-3교시를 보건실에서 치르게 됐다. 그날 마치고 병원에서 확인해 본 바 백일해라고 했다. 들어만 보던 백일해에 걸리기도 하는구나 하면서 급히 규정집을 찾아보니 법정전염병이라 결시해도 100% 인정되는 병이라고 나와있었다. 이런 응급상황에 매번 보건샘이 기꺼이 보건실에서 시험을 치르게 해 주시는데 엄밀히 말하면 예비로 별도고사실을 마련하고 준비해 두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도 교사수가 35명이 채 되지 않은 작은 학교라 고사감독을 별로도 마련할 여유가 없다. 그러다 보니 으..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 호의가 당연처럼 보건샘에게 밀어 넣는 게 아닌가 싶어서 마음이 불편하던 차였다. 심지어 그날은 1, 2학년은 정상 수업이라 다른 학생들이 수업 중에, 그러니까 고사 중에도 보건실을 들락거리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학생은 다음 이틀간은 나오지 않고 집에서 쉬기로 했다.
+ 그건 그렇고 1교시 중간쯤 “3학년 A학생, B학생 운동장에 있는데요? 걔네는 시험 안 봐요?”라는 제보를 듣고 몇몇 샘과 달려가보니 우리 학교 꾸러기 역할을 맡고 있는 녀석들이 퇴근 후 한강벤치에서 일몰 바라보는 직장인처럼 느긋하게 1, 2학년 스포츠수업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시험 보러 들어가기 싫다 어쩌고를 하길래 그래도 여긴 아니지 하면서 일단 교무실에 데리고 왔다.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인데 녀석들은 또 늦게 들어가겠다 강짜를 부리다 나름의 선심인지 고사종료 10분 전에 들어간다고 하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 꾸러기들은 3교시에도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보건실에도 가서 고사 중인 학생을 놀리기도 하고. 엿튼 이걸 쓰고 있자니 기분이 슬슬 나빠져서 여기까지만 하고.
+ 2교시 중간에는 2학년 층 교실이 너무 시끄러우니 조용히 시켜달라는 3학년 요청이 있어서 2학년 층을 돌며 부탁을 드리고 둘러봤다. 한 반에서 벌이 들어와 잠시 소동이 있었다고 했다.
+ 중간에 교감선생님이 무슨 회의 기안문 찾아봐라, 무슨 학생 출결 확인해라 그런 걸로 보아 감사실에서 지적을 한 것 같았다. 두 개 모두 올해 건인데 두 개 날 놓친 부분이어서 순순히 인정하고 수정하기로 했다.
평가가 감사에서 가장 예민하다는데 드디어 예상하던 대로 2, 3학년 1학기 중간 기말 국어, 영어, 수학 서술형 답안지 가져가 주세요. 이런 요청을 받고 부랴부랴 갖 이사 온 처럼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박스더미를 뒤지며 다 찾아냈다. 그리고 말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치명적 잘못은 없었던 것 같다.
+ 첫째 날 고사를 마무리하며 꾸러기들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보건샘, 3학년부, 생활부샘과 의견을 이래저래 들었다.
+ 수학 시험이 있었는데 시험을 마치고 똘똘이 몇몇 학생이 찾아와 복수 정답에 된다 어쩐다 얘기하고 갔다. 그러다 풀이에 따라 다른 답이 나와서 재시험을 봐야 한다고 했다. 급히 학업성적 관리위원회에서 재시험 결정을 하고 학생 안내를 이튿날 하기로 했다.
+ 시험 둘째 날이자 감사 둘째 날이었다.
역시 8:30에 학부모감독대기실에서 학부모님께 인사를 하고 안내를 했다. 대체로 모범적인 학생들의 학부모님이 시험감독을 오셔서 우호적인 마음을 갖게 된다. 안모범적인 학생의 학부모도 우호적이다. 사실 말도 안 되는 것으로 죽자고 덤비는 경우 아니면 안 우호적일 이유가 없다. 나의 의도는 모범적인 학생의 학부모일 확률이 높아 알게 되면 뭔가 학부모에게 학생 칭찬을 하고 싶어 진다. 이 아이가 교실에 있어줘서 너무 고맙다 이런 내 속마음을 전달하고 싶다.
이번엔 1교시 중간쯤에 학부모 학분이 내려와서 학생이 코를 훌쩍거리고 푸느라 다른 곳에서 시험을 볼 수 없느냐고 하셨다. 정작 학생은 없고 보건실에 갔다고 하여 학생을 만나러 그리로 뛰어갔다. 보건샘은 그 학생 괜찮냐고 물어보니 괜찮다 해서 올려 보냈어요 하셨다. 편의상 C라고 하자. C는 눈물이 많고 인지적 정서적으로 경계선 언저리 어딘가에 있는 아이라 마음이 쓰였다.
따로 시험을 봐야 한다면 보건실은 빼고 어째야 하나 고민하던 차 교감샘이 “여기서 보라고 해”하면서 (왠일로) 선뜻 교감실을 허락해 주셔서 맘 바뀌기 전에 얼른 뛰쳐나와 1교시를 마친 학생을 데리러 갔다. 아니나 다를까. C는 교실 복도에서 시험 중에 코 풀고 훌쩍인다고 시끄럽다고 애들이 뭐라 했다며 엉엉 울고 있었다. “전 쓸모없는 인간이에요 엉엉” 살살 달래 교감실로 내려오니 좀 진정을 했다. 거기서 그렇게 나머지 이틀을 시험을 보게 했다. 다행히 얌전히 시험 보고 혼자 시간을 잘 보냈고 교감샘은 큰 모니터 너머로 할 일 하셨다.
+ 수학 재시험 관련하여 급히 한 문항을 출제하고 인쇄하고 관련 안내를 했다. 시험 마지막날 어느 시간에 보면 좋을지 교감샘과 조율했다. 2교시 시험 끝나고 바로 이어 10분 연장하여 보기로 했다.
재시험 관련 처리 그러니까 가통문구나 작은 OMR카드 1번 문항에 답을 적게 하고 그것을 교사가 원래 OMR카드에 옮겨 적어주는 방식 등등 해서는 작년 고사담당 안**샘이 잘 전수해 줬다.
+ 재시험 안내를 종례시간에 담임이 구두로 하고 밴드와 메시지로만 하려다 학생들이 못 들었다고 할까 봐 쪽지에 적어서 2교시 omr카드 수합 후 바로 나눠주기로 했다.
교감샘 생각이었는데 정말 잘했다 싶었다.
아닌 게 아닌지라 다음 학부모시감 하시는 학부모님이 2교시 연장 안내를 못 받았다고 민원을 제기했다. 분명 1:1로 전화통화도 다 하고 학생 전달을 구두와 서면으로도 했는데 그런 사람이 나오는 걸 보니 더 그런 생각에 들었다.
+ 다음 날 타종과 방송 세팅을 확인했다.
+ 이 와중에 감사실에서는 여전히 USB에 담아 간 내 인증서와 비번을 통해 나이스를 확인하고 서류를 점검 중이었다. 중간에 감사실에 불려 갔는데 누가기록 확인하려면 어디로 들어가야 고 물어보셔서 알려드리고 그게 끝이었다. 하.. 누가기록. 올해부터는 그것도 한 명 한 명 한 개 이상 다 써주라는 권고사항이 있어서 확인하는 것 같았다. 교사의 일은 늘어만 가네. 하는 말이 절로 나오는 지점이기도 했다.
내가 감사받는다고 뭘 엄청 준비하고 가서 문책을 듣고 그런 건 아니지만 내내 혹시? 그러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신경이 쓰였다. 그러다 오후 3시 반쯤 정리하는 분위기가 돼서 카트를 들고 가서 펼쳐두었던 평가 서류들을 수거해 왔다. 어찌 됐던 감사는 끝이 났다.
두 개 시험이 있었고 그 뒤이어 10분 연장해서 재시험이 있는 날이었다.
첫 시간을 영어시험이라 당연히 신경이 많이 쓰였다. 거듭 확인하고 chatGPT와 Gemini에게 물어보고 답을 확인했다. C가 아니고 D가 반드시 답인 이유를 말해봐. 그 근거가 뭔지 자세히 설명해 봐. 다급하게 기계에게 묻고 그 답엔 안도하는 내가 뭐랄까 종속된 기분이 들면서도 든든하기도 했다. 언어적으로 당연히 이게 맞는데 그 뾰족한 근거를 들어 보이라는 학생들이 간혹 있어서 애를 먹을 때가 있다. 뭐랄까 기계의 뒷배를 지닌 기분이랄까.
시험이 시작되었다. 아름다운 시월의 어느 멋진 주말을 두 번이나 반납하고 만든 문제가 오류가 없어야 할 텐데 싶었다. 오타 Novel- Nobel가 발견되는 것 말고 없는 듯했다. 그러다 영어원어민인 학생이 보기 중 답이 없는 것 같다고 한 문제가 있어서 부랴부랴 다시 좀 더 쉽게 보기 문항을 고쳤다. 그게 고사 종료 10분 전이었다. 학부모시감 앞에서 모양 빠지는 상황이었지만 어쩔 수 없다. 바꾸지 않아도 답 고르는데 지장이 없는데 왜 그렇게 말했는지 다음에 물어봐야겠다. 아마도 약간의 뉘앙스의 차이 때문 아니었을까 싶다.
시험 끝나고 아무도 따지러(;;) 찾아오지 않았는데 그게 진짜 그래서 그랬는지 마지막날이라 나가 노는 게 더 중요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2교시는 45분이 경과 후 재시험 보는 시험지와 OMR카드를 직접 전달했다. 그러고도 시험이 다시 시작되는 것까지 지켜보고 천천히 내려왔다. 여느 재시험문항이 그렇듯 평이해서 애들 표정도 껌이라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재시험까지 보고 고사가 마무리되었다.
시험 셋째 날은 종합감시도 끝나고 1, 2학년도 외부활동이 있어서 시험이 끝나자 학생과 샘들이 일시에 쏴악 빠져나가 학교가 한산해졌다. 남겨진 교무샘들과 같이 점심 먹고 차 한 잔 사들고 왔다. 최고 성실하고 최고 책임감 있는 학생이었을 샘들과 나머지 업무를 함께 처리했다. 식당과 길가에서 또 동네 꾸러기들를 마주치고 불편한 상황이 연출되었지만 생략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