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격한 운동이 당긴다면
갑자기 격한 운동이 하고 싶어졌다. 일평생 조용히 살다가 왜 그랬는가 하면, 어쩌면 그것은 서서히 밀려오는 파도 같은 거였을 수 있다. 누구와 겨뤄서 이기고 싶은 마음보다는 사회가 인정해 주는 시스템에서 그럭저럭 해내고 싶은 마음에 초년 30년은 공부라는 것에 성실히 임했던 것 같다. 여자라서 막내라서 조용한 편이라 주로 약자의 입장이었다. 처한 상황에 따라 군소리 없이 살았다.
거친 육아의 시기를 지나 40대에 이르러 드디어 조금씩 직장과 가정에서 내 목소리를 내도 되는 시기가 거짓말처럼 찾아왔다. 내가 요구해도 되는구나 내가 원하는 대로 살 수도 있구나 원하는 것을 말하고 싫은 것도 표현할 수 있구나. 화가 날 때 화를 내도 되는구나 등등
그런 것에서 오랜 체증이 내려가는 듯했다. 누군가는 어려서부터 누렸겠지만 나에게는 봉사가 눈뜨듯 신선하고 새로운 호올뉴월드였다. 그와 더불어 가늘고 여린 몸에서 탈피해서 정신처럼 육체도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에서 동네 주짓수체육관을 열심히 검색하고 가만히 그 회원들 사진을 바라보다 보니, 유튜브에서 주짓수 여자로 검색해서 보고 또보다 보니. 에잇 나도 해보자 하고 나를 일으켜 체육관으로 보냈다. 살살 달래며 너무 겁먹지 말자. 이상하면 상담만 받고 오자. 안 맞으면 한 달만 하고 말자. 그렇게 타협하면 체육관에 다다랐다.
그 시각 7시 5분.
7시 수업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너덧의 건장한 남자들이 몸을 풀고 오히려 가장 호리호리한 분이 코치인 것 같았다. 쭈빗거리며 들어선 나를 관장님께 안내해 줬다. 관장님은 50대 중반의 아주 다부진, 공룡피부 디자인의 도복을 입고 웃음과 여유로 인사했다. 부담스럽지 않았다. 차근차근 설명하다가 3개월 하면 도복도 준다는 말에 그만 덥석 등록했다.
에라잇. 3개월만 하고 말자. 그래 그렇게 하자. 42만 원.
누워 핸드폰만 하느니 42만 원어치 수강료를 내고 84만 원어치 건강해지자. 그렇게 생각했다.
순식간에 도복을 갈아입고 어정쩡하게 입고 나온 나를 관장님은 자기 앞에 세워 팍팍 능숙하게 허리를 팍 쪼이고 벨트도 착착 메주셨다.
따님이라는 파란 도복에 피부가 정말 하얗고 너무 미인인 분이 몸 푸는 걸 도와줬다. 그리고 이어 오늘 처음 왔다는 **이라는 중학생이랑 관장님과 따님에게 같이 기술을 배웠다. 하나는 더블언더와 패스(?), 기무라를 배웠다. 앞에 서서도 하고 누워서도 했다. 남자와의 스킨십이 불편하지 않을까 했는데 막상 누르고 기술 걸고 하면 그런 생각이 안 난다. 나와야 한다라던가 다음 동작은 뭐였지? 좀 잘하고 싶다.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때 아 나 계속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에는 간단히 몸풀기를 하고 서로 다 악수했다. 새로운 사람 이름과 나이를 말하래서 45살 던다입니다 했다. 다들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고 놀래주었지만 내 생각에 주변에 내 또래 여자를 본 적이 많지 않아 그런 것 같았다.
돌아오는데 어쩐지 신이 났다. 그래 한 달. 딱 한 달만 주 3회 가보자. 그리고 그때 다시 얘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