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는 요가를 간다.
YY이라는 샘이 한 달 전인가 새로 오셔서 진행해 주신다. 월요일 빈야사 요가에는 보통 나를 포함하여 2명 많아야 3명인데 어제는 웬일로 4명이었다. 그런 데다가 항상 지각을 하곤 하는데 모두 제시간에 4명이 채워져 있으니 선생님이 좋아하셨다.
요가샘들을 보면, 아니 어떤 샘들이라도 가르치는 그것을 정말 좋아하는지 아닌지가 대번에 표시가 난다. 뭐 각자의 스타일이 있지만 유난히 요가를 좋아하는 샘을 보면 나도 기분이 좋다. '이거 너무 좋은데 여러분들도 꼭 아셨으면 좋겠어요.'라는 희망과 기쁨의 분위기를 뿜어낸다. 사람들은 정작 반응도 없고 하지만 샘은 생긋이 웃으며 자신이 갖고 있는 무슨무슨 오일을 손목에 톡톡 떨어준다. '손바닥에 다 묻히면 미끄러우니까 손바닥 도톰한 부분이나 귀 뒤에 문질러주세요.'라고 또 친절히 알려준다.
어제는 나는 엄청나게 짧은 러닝바지와 몸에 딱 붙는 패드가 내장된 티셔츠를 입고 갔다. 요가를 할 때는 일단 옷이 몸에 착 붙어야 편하다. 이 요가의 복장에 대해서도 유심히 살쳐보면 상급자일수록 상체 노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건 그야말로 뇌피셜이다) 어깨 노출을 꺼려하는 한국인의 특성도 한몫해서 언발란스로 한쪽 어깨만 끈으로 노출된다던가, 아니면 그냥 탑 모양이라던가, 안에는 탑이고 위에는 헐렁한 커버업을 입는 경우는 많은 확률로 숙련자이다. 반면 처음하는 사람은 대개 검은 티에 검은 트리이닝팬츠를 입고 한다. 그것은 아마도 무얼 입어야 가장 편한지 아직 잘 몰라서 그렇거나 그래서 아직 갖춰지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아니라면 실력이 오를수록 속에서 차오르는 자신감이 노출이 있는 옷도 소화가능하게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어제는 내 앞에 체험수업을 하러 왔는지 처음 보는 회원이 있었다. 요가하러 오는 사람들의 느낌과 조금 달라서 한 번에 처음 온 사람이구나 알았다. 일단 몸이 좀 통통하고 역시나 복장이 요가보다는 등산에 가까운 옷이었다. 그리고 러닝용 헤어밴드를 하고 있었다. 이 분은 힘은 좋은데 유연성이 조금 부족한 것 같았다. 그래서 버텨야 되는 동작은 되는데 몸을 꼬고 비틀고 넘기고 하는 동작을 어려워했다. 시간이 흘러 양쪽 허벅지를 조지는 듯한(이 단어가 여기에서는 가장 정확한 것 같다--;;) 동작이 이어지는데 나 역시 어려웠지만 이 분은 그야말로 무너지고 있었다. 주저앉아 헉헉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마치 주짓수 한 달 차인 내가 수업에서 동작을 따라 하지 못하고 바닥에 뒤집힌 풍뎅이처럼 가만히 있는 모습 같았다. 내가 스파링을 하다가 시작한 지 5초 내에 가드에 잡혀서 얼굴이 시뻘게져서 낑낑대는 내 모습이 오버랩됐다. 그분은 초심자가 겪어야 하는 숙명 '부끄러운 나 자신 감당하기'를 견뎌내고 있었다. 끝나고 요가 1년 차로써 '고생 많으셨지요'라고 그분께 말이라도 건네고 싶었는데 어찌어찌 타이밍을 못 맞춰 지나가 버렸다.
나도 요가를 갖 시작했을 때 숙련자가 모인 수업에서는 어찌 됐던 뒷줄을 사수하며 하나씩 따라 하다가 어려운 동작이 나오면 쉬어가는 시간이라도 되는 듯 혼자 쉬운 동작을 하고 있었다. 얼른 따라 하고 싶은 조바심도 왜 나만 안되지 하는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저 사람은 대체 얼마나 해서 저게 되나 싶었는데 진짜 1년쯤 하다 보니 그런 동작들이 서서히 가능해졌다. 주짓수와 달리 동작을 굳이 외울 필요는 없다. 그냥 하라는 대로 안 쓰던 부위의 근육을 늘리고 힘주어가며 하다 보면 조금씩 힘이 생기고 유연해져 가능해지는 듯하다. 느리지만 어느 날 가능하게 되는 것이 요가에서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이다.
모든 운동의 초심자에게, 어떤 배움이든 간의 초심자에게 중요한 것은 그냥 계속하는 게 아닐까. 당장에 훅 재미에 빨려 들어가는 운 좋은 사람도 있지만 많은 경우는 뭐가 뭔지 모르는 어리둥절한 상태로 시작한다. 건강이나 성적이나 넓은 견지에서 자신을 위해서지만 숙제처럼 싫지만 해야 한다는 경우도 있고, 그냥 재미있어 보여서와 같은 순전히 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하기도 한다. 그 시작한 동기가 무엇이 됐던 나의 경우는 뭐든 재밌지가 않다. 살짝 흥미로울 순 있다. 싫든 좋든 잘하든 못하든 알든 모르든 일단 어느 수준에 이르기까지 계속 달려 나가는 것. 그러다 보면 몸에 익은 관성으로 계속 달리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고, 안 보이게 조금씩 늘어있는 실력 그 자체로 재미가 생겨나는 것 같다. 재미를 붙이기까지 지루하고 부끄러운 구간을 견뎌내는 것. 아니 견딘다는 생각조차 접어두고 그냥 계속 하는 것. 그게 초심자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 같다.